코로나19가 경제·사회적 측면의 실물경제에 전방위적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장들이 가동을 멈추자 경기 진단의 바로미터라 할 수 있는 전력 수요는 급감했고, 외식이나 외출을 꺼리는 분위기가 이어지면서 자영업자들은 자발적으로 메뉴 가격을 낮췄다. 차량을 통한 이동이 줄면서 자동차 사고에 따른 인명 및 재산 피해가 오히려 감소하는 이례적 현상이 빚어지기도 했다.
최근에는 코로나19발 경제사회적 피해액이 지난 2015년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와는 비교하기 어려운 천문학적 수준일 것이라는 조사까지 발표되면서 당분간 코로나19 이전 수준의 경기 회복은 어려울 것이란 지적이다.
전력 공급예비율이란 전국 발전소에서 당장 공급 가능한 발전량 가운데 생산되지 않은 전력량의 비율을 의미한다. 해당 비율이 34.3%이라는 것은 한달 중 전기 소비가 가장 많았던 날에도 30% 이상 전기가 남았다는 뜻이다.
올해 월별 전력 예비율은 1월 15%에서 2월 19.1%, 3월 23.9%, 4월 25% 등으로 상승 흐름을 보여왔다. 그러나 5월에는 30%를 훌쩍 웃도는 수치를 기록했다. 업계는 온화한 봄 날씨에 코로나19로 산업용 전기 수요가 크게 둔화했기 때문이라 분석했다.
한국전력 통계속보를 살펴보면 올해 1분기 산업용 전력 판매량은 총 7097만 메가와트시(MWh)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2.3% 줄었다. 4~5월 수치 역시 본격적 코로나19 여파로 더 줄어들었을 가능성이 크다.
에너지업계는 총 전력수요의 60% 가량을 차지하는 산업용 수요가 코로나19로 예년보다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짙어지자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수요 감소로 전력 예비율이 높아지면 발전단가가 낮은 원자력과 석탄 발전소 위주로 전기가 생산된다. 이렇게 되면 LNG 발전소는 발전기회를 받지 못하게 되고, 전력 판매기회 자체가 줄어들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5월 여유 전력 22GW는 22조원 상당의 인프라가 사실상 '개점 휴업' 상태라는 의미"라면서 "에너지 효율 개선 및 에너지 저장 장치(ESS) 시장 활성화 등 입체적 관리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는 자영업자들에게도 큰 타격을 줬다. 외출과 외식을 꺼리는 사람들이 늘면서 식당을 찾는 손님들의 발길이 뚝 끊겼기 때문이다. 이에 식당들은 자발적으로 가격을 인하하는 등 손님 끌기에 분주한 모습이다.
한국소비자원 가격정보 종합포털 '참가격'에 따르면 올해 4월 서울 지역의 대표 외식품목 8개 중 4개가 본격적인 코로나19 영향이 미치기 전인 1월과 비교해 가격이 하락했다.
하락 폭이 가장 큰 품목은 냉면이었다. 서울 지역의 4월 냉면 가격은 8885원으로 1월 9000원 대비 115원(1.3%) 떨어졌다. 냉면 가격이 하락세를 보인 것은 지난 2017년 3월 이후 처음이다.
대표적인 서민 음식으로 인식되는 자장면 가격은 같은 기간 5154원에서 5115원으로 0.8% 하락했다. 삼겹살 200g의 가격도 1만6701원에서 1만6615원으로 0.5% 내렸다. 다만 김밥과 칼국수는 각각 1.6%, 2.7% 올랐으며 삼계탕과 김치찌개 백반 가격은 동일했다.
업계는 외식비 물가는 매월 상승세를 보이는데 동반 하락한 것은 매우 드문 경우이고, 코로나19 영향이 크게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통계청 관계자 역시 "코로나19로 가격을 낮춘 업체들이 꽤 있었다"고 밝혔다.
강력한 전파력이 특징인 코로나19 때문에 대면 접촉을 최소화하는 경향이 뚜렷해지면서 차량을 통한 이동 역시 줄어들었다. 이에 자동차사고에 따른 인명 및 재산 피해가 감소하는 이례적 결과가 나타나기도 했다.
손해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삼성화재, 현대해상, DB손해보험, KB손해보험, 메리츠화재 등 5대 주요 손보사의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회사에 따라 78.4∼82.0%로 잠정 집계됐다. 1년 전 88.5∼92.0%와 비교해 볼 때 회사별로 6.0∼13.6% 포인트 낮아졌으며 4월 손해율 역시 1년 전보다 7.5∼9.3%포인트 낮은 79.1∼83.7%로 조사됐다.
올해 2월 손해율은 1월 메리츠화재가 1.02%포인트 낮아진 것을 제외하고 작년 같은 기간보다 1.8∼3.70% 포인트 높아진 바 있다. 그러다 3월에는 KB손해보험(-9.4% 포인트), 삼성화재(-5.7% 포인트), DB손해보험(3.2% 포인트)의 손해율이 낮아졌고, 4월에는 감소세가 5개사 전체로 확대됐다.
손보업계는 지난 수 년간 지속됐던 손해율 상승 분위기가 하락세로 돌아선 원인으로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 시행 및 외출과 이동을 자제하는 분위기를 꼽았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발병 이전과 달리 감염을 우려해 경미한 사고에 따른 병원 치료를 기피하는 사회적 분위기도 손해율 하락에 기여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나이롱 입원' 환자 역시 줄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사회적 피해액이 천문학적 수준일 것이란 연구 결과가 최근 나와 주목을 끌었다.
질병관리본부가 더불어민주당 양경숙 의원에게 제출한 '신종 감염병으로 인한 사회경제적 피해 비용 추계 및 신종 감염병 대응 사회투자의 영향 연구'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15년 메르스 발생으로 우리 사회가 입은 손실액은 총 10조8449억원으로 집계됐다. 전체 산업의 생산유발 감소액은 메르스가 발생한 2015년 6월부터 8월까지 3개월간 6조2220억원에 달했다. 보고서는 "메르스가 경제에 미친 영향은 3개월 정도의 단기적 충격이었던 것에 반해 코로나19는 현재로서는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로 심각한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양경숙 의원은 "코로나19 사태로 신종 감염병이 사회경제적으로 미치는 영향이 막대한지 경험할 수 있었다"면서 "신종 감염병 예방 및 대응 체계를 보다 철저하고 면밀히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민정 기자 mj.ch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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