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오너일가 32%, 계열사 3곳 이상 등기이사 겸직

조민정 기자

기사입력 2020-05-13 11:58


국내 대기업 오너 일가 3명 중 3명이 계열사 3곳 이상의 등기이사를 겸직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13일 기업평가사이트 CEO스코어가 4월 말 현재 공정거래위원회 지정 대기업집단 가운데 오너가 있는 55개 그룹 2106개 계열회사의 등기이사를 조사한 결과 374개 기업 228명의 오너 일가가 등기이사를 맡은 것으로 집계됐다. 이들은 1인당 평균 2.4개 기업의 등기이사로 이름을 올렸으며 32%에 해당하는 73명은 3개 이상 계열사에 등재된 상태였다.

등기이사는 기업의 의사결정 권한과 책임을 갖는 이사회 구성원에 해당한다. 한 기업에서 연간 15차례 안팎의 이사회가 개최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10개 이상의 기업에서 등기이사를 맡을 경우 150회 가량의 이사회에 참석해야 하기에, 부실 경영 우려가 제기될 가능성이 높다.

오너 일가 중 겸직 수가 가장 많은 경우는 최승석 SM그룹 부회장이었다. 18개사에서 등기이사를 맡고 있다. 이중근 부영 회장(17곳), 우오현 SM그룹 회장(13곳), 곽정현 KG케미칼 대표(12곳), 우명아 신화디앤디 대표(10곳) 등도 10개 이상 계열사에 등재됐다. 이어 우연아 삼환기업 대표(9곳), 지성배 IMM 대표·김홍국 하림 회장 등(7곳), 조현준 효성 회장·허광수 삼양인터내셔날 회장·조현상 효성 사장(각 6곳) 등 순이었다.

우오현 회장을 비롯한 SM그룹 일가는 5위 안에 3명이나 포함됐다. SM그룹은 삼라건설이 전신으로 우방그룹 인수 등 인수합병을 통해 몸집이 커진 회사다.

이번 조사 대상 228명 가운데 32%인 73명이 3개 이상 계열사에 등기이사를 겸직 중이었으며, 41명은 2곳, 나머지 114명은 1개 계열사에만 등기이사로 등재됐다.

한편 1년 새 등기이사에서 물러난 오너 일가는 지난해 은퇴한 김재철 동원그룹 명예회장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이해욱 대림산업 회장, 채승석 전 애경개발 사장 등 9명이었다.

겸직 수가 늘어난 오너 일가는 20명으로, 대부분 승계 과정을 밟고 있는 자녀세대였다. 우명아 신화디앤디 대표가 7개에서 10개로, 허준홍 GS칼텍스 전 부사장과 우오현 회장의 장남 우기원 라도 대표는 각각 1개에서 4개로 늘었다.

그룹별로 살펴보면 GS그룹이 16명으로 가장 많았으며 KCC(15명), 애경(11명) 등의 순이었다. 미래에셋과 DB그룹은 한명도 없었다.
조민정 기자 mj.ch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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