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우의 관광포커스='코로나19' 100일, 성급한 여행 러시에 '소탐대실' 경계한다>

김형우 기자

기사입력 2020-04-29 06:40





4월 말, 지구별의 아름다움을 실감하는 요즘이다. 초목마다 여린 새순이 자라나고 파스텔톤 컬러로 물들어 가는 대지에 내려앉은 아침 햇살은 싱그러움 그 자체다.

'굿모닝' 소리가 절로 나오는 고마운 계절. 이쯤 되면 어디론가 떠나야만 계절에 대한 예의일 듯싶기도 하다.

헌데, 아뿔싸! 책상 앞에 놓인 마스크가 금세 현실을 일깨워준다.

어느덧 코로나19 국내 첫 확진자 발생 100일(4월 28일)을 맞았다. 그 사이 곡절도 많았다. 하지만 이제는 하루 신규 확진자가 10명 안팎을 유지하며 잦아들고 있다. 고무적 현상이다

지난 1월20일 국내 코로나19 첫 환자 발생 이후 그간 대구 신천지 등 대규모 감염 사태를 겪기도 했지만, 이날까지 1만738명의 확진자 중 약 81%인 8764명이 완치돼 격리 해제되는 등 그 추이는 안정적이다. 이에 발맞춰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도 점차 생활 방역으로 바뀌고 있는 상황이다.

역병 유행은 현재진행형


이 같은 분위기에 편승해 날이 좋았던 지난 주말 주요 관광지에는 행락객이 넘쳐났다. 계절적 요인도 있겠으나 억눌린 수요의 분출이다.

30일부터 내달 어린이날까지 이어지는 황금연휴에는 관광러시도 예고되고 있다. 이 기간 제주도의 경우 관광객 18만여 명이 입도 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모처럼 제주도내 소상공인들의 얼굴에는 화색이 돌고 있다. 황금연휴 기간 호텔과 골프장, 항공, 렌터카 예약도 크게 늘어 활기를 되찾는 분위기다. 하지만 몰려오는 관광객에 의한 코로나19 확산도 우려되는 만큼 제주사람들의 걱정도 적지 않다. 만일 이 기간 확진 환자라도 발생한다면 온 힘을 다해 지켜온 청정 제주 이미지 타격은 물론 제주관광시장이 다시 얼어붙을 수 있기 때문이다. 급기야 원희룡 제주지사도 대국민 브리핑을 열어 "국경 수준의 방역체계 유지 예고와 가급적 제주 여행 자제"를 호소하고 나섰다.

최근 일련의 여행재개 분위기에 대해 방역 전문가들은 한 결 같이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상황이 안정적으로 관리되고는 있다지만 역병 유행은 현재진행형이기 때문이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도 27일 브리핑에서 "국내 신규 확진자 수가 감소했지만 아직까지는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여전히 강력한 '사회적 거리두기' 실천을 강조했다.

특히 전문가들이 우려하는 것은 코로나19가 무증상 감염률이 높다는 점 때문이다. 국내 집단감염의 경우 구로 콜센터는 8.2%, 의정부성모병원 30%, 예천군의 경우 36%가 확진 당시 무증상으로 나타났다. 정은경 본부장이 최근 발표한 논문에서도 이를 확인할 수 있다. 논문에는 '코로나19 진단 당시 무증상이었던 8명 중 4명이 이후 증상이 발생했고, 나머지 4명은 격리해제까지 증상이 없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 5월초 황금연휴를 앞두고 이 기간 제주에는 18만여 명의 관광객이 찾을 전망이다. 이에 따라 제주도에는 방역 비상이 걸렸다. 급기야 제주국제공항 앞에 세워둔 돌하르방도 마스크 쓰기 생활화를 강조하고 나섰다.<사진=연합뉴스 제공>


본격 여행재개? 안전여행에 대한 시스템 등 인프라 구축 병행 되어야

코로나19사태로 우리 국민들이 겪는 어려움은 실로 전 방위적이다. 전 국민이 감금 아닌 감금생활을 하고 있는 데다 경제적 압박은 임계점을 향하고 있다. 특히 관광업계는 그 정도가 심하다.

한국관광공사가 최근 발표한 '2020년 3월 한국관광통계 공표'를 보면 그 상황이 극명하게 드러난다. 지난 3월 우리나라를 방문한 외국인은 8만 3497명으로 153만 5641명이 방문한 지난해 같은 달보다 무려 94.6%가 감소했다. 이에 따라 지난 1∼3월 누적 방문객도 204만 1417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46.9%가 줄어들었다. 내수관광 역시 상황이 다르지 않다. 이 같은 침체는 고스란히 관광산업의 손실로 이어졌다. 여행업계에서는 '코로나 19로 죽는 게 아니라 굶어서 죽을 판'이라는 탄식도 들려오고 있다. 상황이 이쯤 되다보니 업계는 당장 지푸라기라도 잡아야 할 판이다. 따라서 최근 일고 있는 여행재개 움직임은 가뭄에 단비 이상이 되고 있다.

하지만 금번 황금연휴 여행 러시 분위기는 경기회복이라는 순기능 이상으로 창궐에 따른 소탐대실의 개연성도 다분히 내재하고 있다.

따라서 여행활동의 재개에 대한 기대에는 코로나19바이러스 공포를 이겨낼 방안 마련이 수반 되어야 한다. 이에 대한 대비는 문체부, 지자체, 관광업계 등 관광주체들의 몫이다.

우선 안전여행에 대한 시스템 등 인프라 구축이 병행 되어야 한다. 관광소비자들이 충분히 수긍하고 신뢰할 수 있는 인프라를 갖춰야 한다. 이를테면 관광지 혼잡예보제, 일방통행 관람 동선 확보, 숙박 등 관광시설물에 대한 철저한 방역 시스템 가동 등이 그 방법이 될 수 있겠다.

혼돈의 시기에는 일단 공익을 먼저 생각하자

정부 당국은 오는 5월 5일까지를 사회적 거리두기 실천기간으로 삼고 있다. 이 때문에도 5월초 황금연휴에 몰리게 될 나들이객 소식에 '1주일만 더 참지'라는 목소리가 적지 않게 들린다. 적어도 정부가 정한 기간까지는 여행 자제 모드를 취해야 하지 않겠냐는 것이다. 물론 여행을 떠나기 딱 좋은 계절에 맞은 황금연휴를 그냥 보내기란 무척 아까울 것이다. 더군다나 코로나19에 오랫동안 짓눌려 온 동심도 풀어줘야 할 판이다.

그럼에도 못내 걱정스러운 것은 우리가 코로나19라는 역병을 통해 당장 엄청난 손실을 감당하고 있고, 아직 그 전쟁이 끝나지 않았다는 점이다. 더군다나 아직 백신과 치료제조차 만들지 못한 상황이기 때문에 더욱 그러하다.

역병에 대한 대처는 유별날 정도로 조심, 또 조심 하는 게 결코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또다시 창궐이 재연 된다면 그 비용과 상실감은 결코 감당하기 쉽지 않을 터다.

우리 국민들은 지난 3개월의 공든 탑을 쌓으며 코리아스탠다드를 글로벌스탠다드화 시키는 저력을 보여줬다. 앞으로 5월 5일까지 일주일의 인내로 실제 방역의 효과와 극복에 대한 자신감을 배가 시킬 수 있다면 그 가치는 실로 위대할 것이다.

따라서 어차피 여행 계획을 세운 경우라면 철저한 방역 협조와 안전여행 수칙을 준수해야만 하겠다.

감염 우려에 마스크로 무장한 채 아이들 손목을 이끌고 떠나는 불안한 여행을 하루라도 빨리 졸업해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번 코로나19 위기 상황을 겪으며 공익을 위해 헌신한 의료진 등 고마운 이웃들의 도움을 절감했다. 혼돈의 시기에는 일단 공익을 먼저 생각해보자. 그게 고마운 이웃들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가 될 것이다.
김형우 관광전문 기자 hwkim@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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