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준혁 대명소노그룹 부회장의 산사업 줄줄이 성과부진, 코로나19 직격탄에 위기관리 능력도 미지수

김세형 기자

기사입력 2020-03-13 08:45


서준혁 대명소노그룹(대명소노) 부회장(41)이 그룹 경영 전면에 나섰다. 사명을 바꿨고, 사업 구조 개편도 추진 중이다. 지난해 창립 40주년 기념식도 직접 주관했다. 서 부회장이 내부행사를 직접 챙긴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다. 그동안 경영 일선에서 활약했던 어머니 박춘희 회장과 외심촌 박흥석 부회장은 사실상 경영 2선으로 물러난 모습이다. 창립 40주년을 기점으로 대명소노가 서 부회장 중심의 경영체제로 운영된다는 의미다. 서 부회장은 2001년 서홍송 회장 타계 이후 20년간 경영권을 이어 받을 '황태자'로 지목돼 왔다. 주목할 것은 서 부회장이 대명소노의 키를 잡을 만큼의 능력이 있는지 여부다. 시장은 긍정적인 시그널을 보내지 않고 있다. 서 부회장이 추진했던 사업이 부진해 경영능력에 대한 물음표가 따라 붙는 탓이다. 여기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코로나19까지 터졌다. 최근 리조트업계는 그 어느 때 보다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다. 한한령이 풀리면서 중국 단체손님을 기대해볼 법했는데, 이제 해외 관광객은 커녕 국내 시장마저 최악의 상황이다.

위기 상황을 극복할 만한 뚜렷한 카드도 마땅치 않다. 이같은 분위기는 상반기까지 이어질 수 있어 올해 실적 개선을 이끌어 내기 위한 시간은 턱없이 부족하다. 서 부회장이 그간 꼬리표처럼 따라붙던 경영능력에 대한 '물음표'를 지워낼 수 있을지 업계는 주목하고 있다.

본업 리조트 경쟁력 강화 나섰는데, 코로나19에 휘청

대명소노는 지난해 창립 40주년을 맞은 국내 1위 리조트 업체다. 2019년 기준 17개 지역에 1만실 가량을 보유 중이다. 대명호텔앤리조트를 운영하던 대명그룹으로 익숙한 곳이다. 대명소노는 지난해 글로벌 시장 공략을 위해 지난해 9월 사명을 교체했다. 미래에셋대우를 기업공개(IPO) 주관사로 선정, 상장도 검토 중이다.

13일 대명소노에 따르면, '소노'는 이상향을 뜻하는 이탈리아어 '소노(SONO)'에서 따왔다. 외국인 유치를 바탕으로 글로벌 리조트 브랜드로 가기 위해선 '대명'이란 이름보다 발음이 쉽다는 점에 주목했다. 모든 작업은 서 부회장이 진두지휘했다. 서 부회장은 사명 변경 발표 당시 "기업명과 브랜드 변경은 글로벌 시장 진출의 시작이 될 것"이라며 "만다린 오리엔탈, 리츠칼튼, 페닌슐라를 넘어 글로벌 체인 500개를 목표로 키우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그런데 대명소노의 글로벌 전략에 차질이 생겼다. 2020년을 글로벌 브랜드 도약 원년으로 삼으려고 했지만 상황이 녹록치 않다.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은 것이다. 국내의 경우 지난 1월 20일 첫 확진자 발생 이후 외부활동 자제 움직임에 투숙객이 줄었고, 빠른 확산 속도에 한국 비행 노선 운행을 중단한 국가가 늘고 있다.

대명소노의 주력 기업 소노호텔앤리조트의 매출 감소 또한 불가피하다. 소노호텔앤리조트는 지난 2일부터 4월 30일까지 2개월 동안 임시 축소 운영에 돌입한 상태다. 강원도 홍천에 위치한 소노벨 비발디파크의 경우 A(구 체리), B(구 오크), C(구 파인), D(구 메이플), E동(구 노블리안)으로 구성된 리조트를 B(구 오크), D동(구 메이플)으로 통합 운영하고, 호텔식 소노문 비발디파크(구 더 파크호텔)는 운영을 중단한다. 객실 기준 최소 30~50% 가량이 공실로 운영되는 셈이다. 소노문 양평, 소노벨 청송, 쏠비치 양양, 소노벨 경주 등 전국 소노호텔앤리조트의 경우 객실 운영은 기존과 동일하지만 부가 수익을 올릴 수 있는 부대시설 운영 축소를 3월말~4월말까지 진행한다.


코로나19로 해외 상황도 좋지 않아 외국인 고객 유치도 쉽지 않다. 소노호텔앤리조트는 올해 외국인 유치를 위해 지난해부터 적극적으로 움직였다. 해외 지역별 전담 조직을 꾸려 현재 10% 수준의 외국인 고객 비중을 20%까지 높이는 것을 목표로 마케팅 활동을 해왔다. 소노호텔앤리조트를 글로벌 체인으로 키우기 위한 서 부회장의 경영전략과 궤를 같이 한다.

그러나 한국을 찾는 해외 여행객은 지난 1월부터 감소세를 보였다. 한국관광공사의 잠정 집계에 따르면, 올해 1월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은 127만명으로 지난해 대비 18만명 줄었다. 1월은 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확산되기 전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2월~3월 외국인 방문객 수는 큰폭으로 감소할 전망이다. 소노호텔앤리조트 입장에선 목표로 내세운 외국인 고객 점유율 20% 달성이 아닌 기존 점유율 10%를 지켜내는 것도 힘들어 보인다.

소노호텔앤리조트의 실적은 제자리걸음

대명소노 입장에서 리조트 사업의 불황은 그룹 전반의 매출 감소로 이어진다. 나아가 서 부회장이 사명 변경과 함께 공언했던 반려동물(펫)과 침장류 렌털 신사업 추진 계획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 신사업 추진이 재무적 부담이란 '독'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업 성적이 부진하기라도 하면 상장 흥행 실패로 이어질 수 있다.

대명소노는 서 부회장 주도의 신사업을 위해 계열사인 대명코퍼레이션에 렌털 사업 부문을 신설해 운영하고 있고, 펫 사업을 위해 소노펫앤컴퍼니를 설립했다. 펫 사업 확대를 위해 지난해 4월 펫밀크 '닥터할리'를 제조하는 푸드마스터그룹 유상증자에 참여해 지분 10%를 획득하고, 펫푸드에 대한 독점 유통권리를 확보했다.

대명소노는 공격적인 신사업 진행을 위해 1100억원 가량을 투입한다는 계획이다. 투입 자금은 대명코퍼레이션이 천안리조트와 대명샤인빌리조트 지분을 소노호탤앤리조트에 매각한 금액이 활용된다.

대명소노의 신사업을 위한 실탄은 충분한 수준이라는 평가다. 다만 신사업 성과가 저조할 경우 고스란히 대명소노 전반에 재무적 부담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높다. 대명소노와 대명코퍼레이션의 최근 실적이 과거에 비해 하향세를 걷고 있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최근 3년간 실적을 보면 대명소노의 경우 매출은 증가하고 있지만 영업이익과 영업이익률은 초라하다. 2018년의 경우 매출은 9417억원으로 전년 대비 소폭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80억원으로 165억원이 줄었다. 영업이익률은 1%가 되지 않는다. 2018년 당기순이익은 -94억원으로 2017년 397억원에서 적자 전환됐다. 소노호텔앤리조트의 실적은 제자리걸음이다. 2018년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6198억원, 153억원으로 전년 대비 소폭 줄었다.

펫과 렌털 시장은 분명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다만 시장이 커진 만큼 업체 간 경쟁은 치열해졌고, 대기업이 뛰어들어 시장 규모를 키우고 있어 진입장벽도 높다.

시장에서 서 부회장이 추진하는 신사업을 두고 긍정적인 시그널을 보내지 않는 이유다.

취임 이후 추진 사업 부진…벼랑 끝 시험대

그동안 서 부회장이 추진했던 사업 성적이 부진했던 것도 한몫 거든다. 2007년 소노호텔앤리조트(구 대명레저산업) 신사업본부장으로 경영에 참여, 많은 사업을 추진했지만 재미를 보지 못했다.

2009년 떡볶이 체인점 '베거백' 매장 오픈에 나섰지만 매출이 좋지 않았고, 골목상권 침해 논란에 휩싸이며 사업을 접어야 했다. 치킨과 어묵탕을 주 메뉴로 하는 '스토리런즈'와 고깃집 '미스터탄둘'도 실패했다. 이후 영화 등 문화 사업을 위해 대명문화공장을 운영했지만 2015년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 손실을 기록한 바 있다. 웨딩사업도 부진해 사업 정리 수순을 밟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경영능력 시험대로 여겨졌던 상조회사 대명스테이션은 시간이 지날수록 적자폭을 키우고 있다.

리조트업계 관계자는 "(서 부회장이) 그동안 추진했던 사업의 성적표만 놓고 보면 좋지 않았다"며 "그동안은 경영수업으로 치부할 수 있겠지만 사명 변경과 신사업 추진에 따른 성적은 진짜 경영능력의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본업인 리조트 사업 특성상 가족과 함께 주변 즐길 거리와 볼거리로 연결되는 지역 연계 페스티벌 정례화, 고객 힐링과 행복의 질을 높이는 콘텐츠 확보 등이 병행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지금 당장 위기를 겪고 있는 소노호텔앤리조트의 실적 개선을 이끌어 낼 구체적인 실행안을 마련하기란 쉽지 않다. 지역 연계 폐스티벌의 정례화의 경우, 당장 코로나19로 인해 지역 축제들이 줄줄이 취소되고 있다. 위기 상황을 극복할 '플랜B'가 눈에 띄지 않는다는 점에서 업계 관계자들은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대명소노 측은 외부의 우려에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모습이다. 서 부회장의 그간 추진 사업에 대해서도 침묵했다. 특별히 언급 할 만한 내용이 없다는 게 이유다. 대신 사명 변경과 신사업 추진을 통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겠다는 계획만을 밝혔다. 대명소노 관계자는 "지난해 창립 40주년을 맞은 대명소노는 앞으로 40년을 '글로벌 호스피탈리티(Hospitality, 환대) 전문 기업'으로 도약하려고 한다"며 "서비스 수준을 높이고, 표준화해서 해외시장 개척에 주력하겠다"고 말했다.


김세형 기자 fax123@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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