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월 6일 '개명 2주년'을 맞는 GS리테일의 H&B(Health&Beauty)스토어 '랄라블라'가 갖가지 논란에 휩싸였다.
실적 부진이 이어지는 가운데, 식음료 코너를 강화한 테스트 매장이 '변종 편의점'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은 것. 특히 해당 매장 바로 옆에 경쟁사 편의점이 위치해 '근접 출점 제한 자율규약을 피해가는 꼼수'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지난 2005년 10월 홍콩의 AS왓슨과 합작법인 '왓슨스코리아'를 설립하고 국내에 왓슨스 1호점을 오픈한 GS리테일은 2017년 왓슨스코리아 지분 50%를 인수해 지분 100%를 확보했다. 이후 지난 2018년 2월 브랜드명을 랄라블라로 바꾸고 사업 확장을 꾀했지만, 이후 매출 감소로 오히려 매장 수를 25% 이상 줄여왔다.
'변종 편의점 무리한 시도' 비판 왜?
지난 2018년 2월 오픈 13년만에 브랜드명을 바꾼 랄라블라는 당시 190개 남짓이던 매장 수를 300개로 늘리겠다는 야심찬 포부를 내놨다.
그러나 이후 2년간 랄라블라는 매출은 물론 매장 수가 급감하는 어려움을 겪었다. 2017년 말 186개, 2018년 초 190개가 넘었던 매장수는 2018년 말 168개로 줄어든 데 이어 2020년 1월 20일 현재 140개의 매장만 남게 된 것. 수익성이 떨어지는 매장을 정리하고, 임대차 계약이 끝난 매장의 '자연 폐점'도 일부 포함됐다는 것이 랄라블라 측의 설명이다.
랄라블라는 이같은 '구조조정' 뿐 아니라 매출 다각화를 위한 택배 서비스를 도입하는 등 다양한 시도를 해왔다.
그러나 최근 '변종 편의점' 이슈가 불거지며 도마에 올랐다.
문제가 된 점포는 서울 우장산역 지점이다.
랄라블라는 해당 매장에 지난 10월 말 식음료 코너를 확대해 삼각김밥과 도시락과 음료 등 판매대를 설치하고 취식 공간까지 마련했다. 랄라블라는 우장산역점 외에도 구로디지털점에서 이러한 테스트 매장을 운영 중이다. 특히 우장산역점의 경우 같은 건물에 입주한 바로 옆 점포가 경쟁사인 CU 편의점이라는 데에서 논란이 커졌다. 이후 '옆집'인 CU 점주가 매출 감소와 도시락 등 폐기비용 급증으로 고통을 호소하면서 '변종 편의점' 논란이 확대된 것.
편의점 가맹점주들을 중심으로, 지난해 말 마련한 '근접 출점제한 자율규약'을 피해가는 꼼수라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다른 업종임에도 편의점과 유사한 판매 품목을 팔아 상권 침해 소지가 있다는 것. 게다가 대기업이 직접 운영하는 이같은 '변종 편의점'이 늘어나면 마케팅 등 경쟁력이 상대적으로 취약한 기존 편의점들의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우려가 지배적이다. 랄라블라의 경우도 전 매장이 직영점이다.
이와 관련 랄라블라 관계자는 "당초 식음료 코너 확대는 고객 요청에 따라 도입했던 것"이라면서, "그러나 의도와 달리 '편법' 이슈가 불거지면서 지난 7일부터 김밥, 삼각김밥, 도시락 등은 판매 물품에서 제외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일부 미반류 판매 중단 외에 확대된 식음료 코너는 그대로 남아있어 논란의 불씨는 여전하다.
특히 경쟁사들은 물론 GS리테일 계열 편의점인 GS25 가맹점주들의 불안감도 적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CU와 치열한 편의점 업계 1위 경쟁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GS리테일에게는 악재로 작용할 수도 있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앞으로도 '산 넘어 산'…GS리테일의 '계륵'으로?
이처럼 한때 GS리테일의 '유망주'로 꼽혔던 랄라블라는 오히려 GS리테일의 '계륵'이라는 오명까지 쓰게 됐다.
GS리테일의 2019년 3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헬스앤뷰티 사업이 차지하고 있는 비중은 매출액 기준 1.8%에 불과하지만 영업이익 기준은 -6.3%로 집계됐다. 지난해 3분기까지 누적 매출은 1226억8000만원, 영업손실은 119억1900만원을 기록했다. 2018년 리브랜딩으로 영업손실이 254억원에 달한 데 이어, 흑자 전환과는 거리가 먼 실적이다. 업계에서 "랄라블라가 '잘나가는' GS25의 발목을 잡는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다.
시장 상황도 녹록지 않다.
랄라블라는 업계 압도적 1위인 올리브영과의 격차는 점점 벌어지고, 3위 롭스는 턱밑까지 추격해 온 상태다. 2019년 1월 현재 롭스 매장 수는 131개로, 올해 20여개 매장의 추가 출점을 목표로 하고 있어서 올해 안에 업계 순위가 뒤바뀔 가능성도 적지 않다. 뿐만 아니다. 후발주자인 신세계 시코르는 오픈 3년 만에 30호점을 냈고, 지난해 국내에 진출한 세포라도 2022년까지 14개의 매장을 오픈 예정이다.
이처럼 극심한 경쟁이 예고된 상황에서, 일각에서는 랄라블라의 매각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업계를 중심으로 구체적 인수 후보 기업 관련 소문이 돌기도 했다.
한편 GS리테일은 지난해 말 조직개편을 통해 'GS25', 'GS THE FRESH', 랄라블라 사업군을 통합한 플랫폼 BU(비즈니스 유닛)을 출범시켰다. GS리테일은 유통 채널의 통합을 통해 총 3개 사업군 1만4000여개 오프라인 매장을 온라인 및 생활 서비스 영역과의 시너지 확대를 꾀할 계획이다. 랄라블라 관계자는 "이번 플랫폼 BU 출범은 의사결정 과정을 간소화해 시너지 효과를 도모하고 온라인·오프라인의 융합을 효율적으로 진행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효율성과는 별개로, 이러한 조직개편이 융·복합 매장 확대로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 GS리테일 관계자는 "복합매장 확대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은 마련된 바 없다"며, "매각도 내부적으로 전혀 고려 중인 사항이 아니다"고 덧붙였다.
김소형기자 compact@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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