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사람뿐만 아니라 심뇌혈관질환을 갖고 있는 환자에서도 신체활동량이 많을수록 사망위험이 감소한다는 사실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밝혀졌다.
심뇌혈관계 질환을 가진 환자들은 심장 상태가 좋지 않기 때문에 운동 보다는 안정을 취해야 한다고 생각하던 때가 있었다. 20세기 초까지만 해도 심근경색과 같은 심뇌혈관질환에 대한 치료 방법이 많지 않았고, 응급실에 내원한 환자에게 해줄 수 있는 치료도 '절대 안정' 밖에 없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운동부족이 심뇌혈관질환이나 암을 유발하고, 반대로 신체활동량이 많은 사람은 이러한 질환으로 부터의 위험이 감소해 결국은 수명이 늘어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들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이번에 발표된 연구에서도 신체활동량이 많을수록 사망위험이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여기서 주목할 점은 그 효과가 심뇌혈관질환 환자에게서 더 크다는 사실이었다.
이를 통해 분석한 결과, 신체활동량이 주당 500 MET-분만큼 증가하면 심뇌혈관질환이 없는 건강한 성인의 경우는 사망위험이 7% 감소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반면에 심뇌혈관질환 환자에서는 사망위험이 14% 감소한 결과를 확인할 수 있었다.
건강한 사람은 주당 500 MET-분 정도의 신체활동에서 건강에 미치는 효과가 가장 높게 나타났으며 신체활동량을 그 이상으로 향상했다 하더라도 사망률 감소에 미치는 효과는 미미한 수준이었다. 심뇌혈관질환 환자들의 경우에도 신체활동을 통한 최대 효과가 주당 500 MET-분 정도인 것은 비슷했지만, 신체활동량이 그 이상으로 증가하면 사망률 감소에 추가적인 효과를 주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를 토대로 심뇌혈관질환이 없지만 신체활동량이 적은 사람보다는 심뇌혈관질환을 앓고 있더라도 신체활동량이 많은 사람이 최종적인 사망위험은 더 낮다는 결과를 보이기도 했다.
또 한 가지 경종을 울리는 사실 중 하나는 국내 성인의 신체활동량이 권고하는 수준만큼 충분치 않다는 것이었다. 전문가들은 최소 일주일에 500 MET-분 정도의 신체활동을 해야 한다고 권장한다. 하지만 연구 대상자 44만 명 중 절반(약 21만 명)은 권장 신체활동량에 도달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1/4 가량(11만 명)은 비활동적, 신체활동량이 거의 없는 수준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강시혁 교수는 "보통 평지를 빠르게 걷는 운동은 3.3 MET 정도의 에너지를 소모하는데, 주 5회 30분가량, 총 150분을 활동하게 되면 500 MET-분 정도의 신체활동량에 이를 수 있다"며 "만약 평일에 시간을 내어 운동하는 것이 어렵다면 주말에 가벼운 차림으로 하는 등산(6.9 MET) 1시간 15분 정도의 투자를 통해 500 MET-분의 신체활동량을 달성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충분한 신체활동은 수면의 질을 개선하고, 학업이나 업무에서도 효율을 올려주는 등 신체활동을 통한 전체적인 삶의 질 향상 효과는 이미 증명된 사실이다.
강시혁 교수는 "여가시간을 이용해 활발하게 신체활동을 즐기는 사람들이 보다 더 오래 살 뿐만 아니라,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영위할 수 있을 것"이라며 "심뇌혈관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라고 해서 운동을 피할 것이 아니라 충분한 신체활동으로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지낼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전했다.
다만 급성심근경색이나 급성뇌졸중, 또는 심혈관계 질환으로 시술을 받은 직후에는 주의할 필요가 있다. 통상적으로 급성기 치료 후에는 1-4주에 걸쳐 서서히 활동량을 늘려가는 것이 좋다. 또한 상태에 따라 권고되는 운동량이 다를 수 있기 때문에 전문가와의 상의를 통해 결정하도록 해야 한다.
장종호 기자 bellh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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