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이티인터내셔널코리아(JTI코리아)의 분위기가 좋지 못하다. 반일감정 확대에 따른 시민들의 일본 제품 불매운동이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JTI코리아는 메비우스(전 마일드세븐), 카멜, 세븐스타 등의 담배를 편의점과 소매점 등을 통해 판매하는 담배유통기업이다. JTI코리아는 일본 담배회사인 JT(Japan Tobacco)가 설립한 글로벌 사업법인인 JTI의 한국지사 역할을 하고 있다.
담배는 대체재가 없고, 기호식품으로 분류되며 '충성고객' 확보가 수월해 불매운동의 영향을 가장 적게 받았던 품목으로 꼽혀왔다. 덕분에 그동안 국내에 반일감정 문제가 불거져도 일시적인 매출 하락을 보였을 뿐이다.
7일 담배업계에 따르면 JTI코리아의 지난 7월 시장점유율이 7%로 대로 하락했다. 그동안 8%대 점유율을 유지해왔지만 반일감정 확대에 따른 불매운동으로 점유율이 낮아졌다. 최근 불매운동의 중심에 서있는 유니클로와 일본맥주 등과 비교하면 1%대의 점유율 하락폭은 크지 않다. 다만 담배라는 제품의 특성을 감안하면 JTI코리아가 느끼는 체감온도는 다를 것이란 게 내부 관계자의 설명이다.
JTI코리아 한 관계자는 "담배는 기존 제품과 달리 시장점유율 1%라고만 해도 250억원 가량에 달한다"며 "최근 5~10년 사이 JTI코리아의 주요 제품 고객층은 반일감정에 둔감했던 젊은이들이었던 만큼, 회사차원에서 체감하는 매출하락 충격은 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제 본격적으로 불매운동의 영향을 받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앞으로가 더 걱정이다"며 "더욱이 그동안 경쟁사와 달리 전자담배 위주의 변화하는 시장에 소극적으로 대응해온 점도 문제다. 향후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JTI코리아는 지난해 1878억원 가량의 매출을 올렸고, 영업이익은 57억원을 기록했다. 2017년 매출 2059억원, 영업이익 60억원 대비 각각 8.7%, 5%가 줄었다. JTI코리아의 지난해 매출 하락은 전자담배 활성화에 따른 영향을 받은 것이란 게 담배업계의 평가다. BAT코리아와 KT&G 등이 아이코스와 릴을 출시하며 전자담배시장 공략에 나섰던 것과 JTI코리아는 전자담배를 출시하지 않고 냄새를 줄인 궐련형 일반담배로 대응해왔다.
특히 JTI코리아는 지난 7월 시장변화에 발맞춰 전자담배 플룸테크를 출시했지만 특수를 누리지 못하고 있다. 최근 전자담배 시장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쥴이 국내 출시전 공개행사 등을 통해 대대적인 홍보에 나섰던 것과 달리 한일관계 악화 등 정치적 상황을 고려해 조용한 출시를 진행한데 따른 결과다. 플룸테크는 볼펜과 같은 디자인과 저온방식을 채용해 냄새가 없다는 점 등을 바탕으로 일본 현지에서 쥴보다 많은 인기를 끌고 있었던 만큼 JTI코리아 내부적으로 상당한 기대감을 갖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플룸테크가 출시된 지 한 달이 채 되지 않은 현재 상황만 놓고 '흥행'여부를 판단하기는 아직 이르다. 그러나 활발한 마케팅 및 판매활동을 벌이지 못한 탓에 현재 주요 유통 채널인 편의점 등에서 쉽게 구매 할 수 없는 만큼 쥴과 릴 베이퍼와 비교, 판매량은 저조할 수밖에 없다. 반일감정에 따른 소비자 불매운동이 지속될 경우 올해 매출과 순이익은 2018년도 대비 낮아질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한편 JTI코리아는 불매운동과 같은 외부문제 외에도 내부적으로는 '노사갈등' 문제 해결이 시급하다. JTI코리아는 3년간 노사갈등을 겪고 있다. 영업망 확대는 커녕 현상 유지 자체도 힘들 수 있다는 게 업계의 지적이다. 200여개 중소마트를 대변하는 한국마트협회는 지난달 초부터 매장에서 일본 맥주를 비롯해 담배를 치우고 전량 반품 처리했다. 중소마트 등의 영업망의 확대가 하나라도 아쉬운 상황에서 점주와 접점에 있는 직원들과 갈등은 자칫 반일감정을 키울 수 있다는 지적이다. JTI코리아 노조 측은 노사갈등의 시작은 조합원과 비조합원의 차별에서 비롯됐고 협의 과정에서도 무성의한 태도로 일관했던 것을 문제 삼아왔다.
JTI코리아 측은 이와 관련해 "노사갈등 해결을 위해 대화를 이어왔고, 신의 성실 원칙에 따라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다.
일본 기업 논란에 대해서도 사실과 다르다고 선을 그었다. JTI코리아 측은 "특별히 언급할 내용은 없다"면서도 "JTI는 제네바에 본사를 둔 글로벌기업으로 JTI코리아의 지분은 JTI의 네덜란드 법인인 'JT인터네셔널 홀딩스 B.V'가 100%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JTI는 일본이 아닌 제네바에 본사를 둔 글로벌기업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담배업계 안팎에선 JTI코리아의 해명에도 불구, 불매운동의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JTI는 일본의 담배회사인 JT가 설립한 자회사로 재무적 관계로 얽혀있다. JTI코리아의 감사보고서에도 이같은 내용이 담겨있다. 지배구조만 놓고 보면 최정점에 JT가 있다는 얘기다.
담배업계 한 관계자는 "JTI코리아의 회사 상호 자체가 재팬 타바코인 만큼 무조건 일본과 관계가 없는 식의 대응보다는 노사갈등 해결과 영업망 확대 및 이미지 개선 등의 현실적 대안 마련이 시급해 보인다"고 말했다.
김세형 기자 fax123@sportschosun.com
사주로 알아보는 내 운명의 상대
눈으로 보는 동영상 뉴스 핫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