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인혁의 비상! 2019년 경륜, 천하삼분지계 구도로 재편

김가을 기자

기사입력 2019-07-11 08:59



2019년 왕중왕전의 주인공은 '벨로드롬의 황소' 황인혁이었다. 수도권 선수들과 경남권 선수들의 대립구도에 관심이 쏠린 상태에서 늘 변방으로 평가됐던 충청권의 황인혁이 활짝 웃었다. 우직한 지구력이 장점인 황인혁은 다른 선수들의 허점을 찌르는 변칙적인 자리 잡기와 완급조절, 빠른 타이밍에 치고 나설 수 있는 기습 선행 능력까지 겸비하며 명실공히 벨로드롬 왕중의 왕으로 거듭났다.

전설의 시작은 팀 선배 김주상과 함께

데뷔 후 대상경주 같은 큰 경주에서의 우승이 전무했던 황인혁은 지난 제25회 스포츠조선배 대상경륜에서 첫 우승을 차지했다. 당시 팀 선배인 김주상과 함께 출전한 경주였는데, 타종 이후 선행승부 시점을 빠르게 가져간 김주상을 최대한 활용하며 힘을 비축했다. 황인혁은 반주 이후 젖히기로 힘차게 뻗어 나오며 후미를 마크하고 있던 정하늘의 추입을 봉쇄하는데 성공, 우승했다. 김주상의 중반까지 이어지는 시속감도 좋았지만 짧은 순간 시속을 최대한으로 끌어올리면서 버틴 황인혁의 힘도 대단한 경주였다. 큰 경주에서 다소 빠른 승부 시점을 보이면서 후미 선수들에게 우승을 양보하는 경우가 많았던 황인혁은 팀 선배를 활용한 짧은 승부로 우승의 짜릿함을 맛봤다. 큰 경주에서 운이 따르지 않았던 징크스를 깨는 계기도 마련했다.

수도권과의 합종인가, 경상권과의 연횡인가

세종팀이 동서울, 김해팀과 버금가는 강팀으로 커지면서 수도권과 충청권의 양립이 힘들어지기 시작한 현재 황인혁의 우승은 의미가 크다. 과거 특선급을 거의 휩쓸다시피 했던 창원, 김해팀에 맞서기 위한 수도권과 충청권 선수들의 합종의 수는 이제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을 것이다. 게다가 승전보를 한번 울린 황인혁의 기세는 수도권 선수들과의 안정적인 타협보다는 과감한 우승 사냥에 포커스가 맞춰져 있다.

21기라는 변수, 뻔한 작전은 해보나 마나, 일격은 급소를 향해

황인혁과 충청권 선배인 김현경의 자리 잡기는 누구나 예상할 수 있는 자리 잡기였지만 경남권 선수인 성낙송과 황인혁의 자리 잡기는 그 누구도 쉽게 예상할 수 없었다. 둘은 21기 동기생이라는 공통점이 있었지만 황인혁이 수도권 선수들을 배제한 채 경상권 선수들과 자리 잡기를 할 것이라고는 생각하기 어려웠다.

누구나 쉽게 파악할 수 있는 작전은 써봐야 별 효과가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던 황인혁은 경주 초반 변칙적인 자리 잡기 운영을 하면서 타 선수들을 놀라게 한 것이다. 작전은 그야말로 대성공, 후미에서 조급함을 참지 못한 정종진이 타종 전 거의 2코너 부근부터 시속을 올렸다. 정종진의 초반 시속을 이기지 못한 신은섭이 마크를 놓치고 신은섭 후미의 정하늘까지 시속이 죽으면서 수도권 연대는 완전히 와해되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때부터 제대로 된 요리를 시작한 황인혁은 정종진의 후미를 추주하며 체력을 아꼈다. 막판 어느 정도의 여유까지 느껴지는 추입으로 우승했다. 후착은 초반 앞선 대열의 이점을 살려 황인혁 마크를 이어간 윤민우로 쌍승식 85.7배를 만들며 역대급 결승전 배당의 주인공이 됐다.


이 밖에 선발급 결승전은 세종팀의 류근철과 김명섭, 우수급 결승전은 양주팀의 김민균과 김동관이 1,2등을 나누어 갖는 팀 완승 결과가 나왔다.

배재국 경륜뱅크 예상팀장은 "강팀으로 성장한 세종팀을 중심으로 한 충청권 선수들의 득세는 특선급 판도에 큰 영향을 주고 있다. 더 이상 서로를 위한 타협점을 찾기 힘들어진 수도권과 충청권의 맞대결 양상은 이제 불가피해 보인다. 이번 왕중왕전 결승전에서는 충청권과 경상권의 자리 잡기가 이뤄지면서 많은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앞으로 이러한 혼전 구도는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이는 만큼 변수를 대비한 투자에도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김가을 기자 epi1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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