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일 폭발로 인한 사망사고가 일어났던 포스코 광양제철소에서 한달만에 정전사고로 인한 다량의 가스 분출이 발생하면서, 포스코의 '안전불감증'이 또다시 도마에 올랐다. 지난 1일 오전 포스코 광양제철소에서는 정전사고로 불꽃과 검은 연기가 1시간 가량 발생해 인근 주민들을 불안하게 만든 것.
이에 대해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포스코의 잇단 '안전사고'에 대한 지적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특히 지난달 사망사고 이후 고용노동부의 시정 조치가 내려지자마자, 정전으로 인한 초유의 가스 분출 사태가 발생한 데 대한 성토의 목소리가 높다.
지난 1일 오전 9시 11분께 전라남도 광양시 포스코 광양제철소에서는 공장 굴뚝으로 불기둥과 검은 연기가 분출되면서, 1시간 가까이 일대를 덮쳐 인근 인근 태인동과 금호동 주민들을 긴장시켰다.
고용노동부 광주지방고용노동청에 따르면, 변전소 차단기 수리 과정에서 정전이 되면서 폭발을 막기 위해 가스가 배출됐다. 정전으로 코크스로(cokes oven)가 멈추면 가스가 빠져나가지 못해 폭발 위험이 생기고 이를 막기 위해 자동으로 가스가 분출되도록 하는데, 이 과정에서 불완전 연소된 가스가 대기 중으로 뿜어져 나온 것. 이 때문에 굉음과 함께 가스가 다량 배출되면서 검은 연기가 하늘을 뒤덮는 '공포스런' 장면이 발생했다.
비록 인명사고는 발생하지 않았지만, 긴 시간 폭발음이 들리고 매캐한 검은 연기가 일대를 뒤덮었는데도 주민들에 대한 대피 안내나 정확한 사고 정보가 제공되지 않은 점은 관계당국에서도 비난을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또한 이번 사고가 지난달 사망사고 이후 광양제철소의 법 위반사항이 무더기로 확인되자마자 발생한 것에 대한 비판이 적지 않다.
지난달 1일 포스코 광양제철소에서는 포스넵(PosNEP·니켈 추출 설비) 공장에서 폭발사고가 일어나 협력업체 직원 한 명이 숨지고 포스코 직원 한 명이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고용노동부 여수지청은 같은달 17~27일 산업안전감독을 실시한 결과 455건의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사항을 적발했다. 이 중 221건을 사법처리하고 167건에 대해서는 과태료 1억2100만원을 부과하는 한편, 67건에 대해서는 시정명령을 내린 바 있다. 당시 여수지청은 광양제철소 내 36개 공장에서 현장근로자들이 참여하는 위험성 평가를 하도록 했다. 이러한 당국의 제재 발표는 지난달 28일 이루어져, 발표 수일만에 또다시 사고가 발생한 셈이다.
3일 포스코 관계자는 "정전사고의 정확한 원인에 대해서는 조사 중인 사항이라 밝힐 수 없다"면서도, "자연재해나 화재·폭발사고가 아닌 만큼 해당 사고 당시 임직원들에 대한 문자 발송은 없었지만, 평소 정전대비 비상훈련을 해온 만큼 동요없이 매뉴얼에 따라 대처했다"고 말했다. 앞서 2일 광양제철소는 보도자료를 통해 "이번 정전 사태로 인해 많은 분께 심려를 끼쳐드린 데 대해 사과의 말씀을 드리며 향후 유사한 재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한편 영산강유역환경청과 경찰은 이번 포스코 광양제철소 정전사고와 관련 조사에 착수한 상태다.
우선 영산강유역환경청은 사고원인과 함께, 대기오염물질이 여과 없이 유출됐을 가능성 등을 조사 중이다. 영산강유역환경청은 가스를 태워 독성 등을 없애 대기 중에 내보내는 장치인 '플레어 스택(flare stack)'을 거치지 않고 가스가 유출됐다면 위법 소지가 있다고 보고 있다. 대기환경보전법에서는 플레어 스택을 거치지 않고 유독물질을 배출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반면 광양제철소 측은 정전으로 코크스로가 멈추면 고온 상태인 가스가 외부로 빠져나가지 못해 내부 압력이 높아지면서 폭발할 위험이 있기 때문에 안전장치를 여는 것은 폭발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필수 조치라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 3일 영산강유역환경청 관계자는 "사고 당시 플레어 스택을 거치지 않은 가스 배출이 상당량 있다는 것은 확인이 됐고, 제철소 측에서도 인정했다"면서, "이는 시설관리 기준에는 맞지 않는 것이지만, 필요하다면 돌발상황 기준 적용에 대한 유권해석을 환경부에 의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최정우 포스코 회장의 '안전제일주의'는 '헛구호'?…시민단체, '맹비난'
전남 광양지역 시민사회단체는 연이은 사건 사고에 대한 포스코 광양제철소의 책임 있는 사과와 재발방지대책을 촉구하고 나섰다.
광양만녹색연합, 광양시민단체연대회의 등 시민환경단체는 2일 성명서를 통해 "반복되는 포스코 광양제철소의 사건·사고는 안전 및 환경설비관리 실태가 근본적으로 잘못돼 있음을 방증한다"면서 "포스코 광양제철소가 수십 년간 원가절감을 외치며 경제적 이익에만 몰두해 환경설비 투자를 게을리한 결과가 낳은 인재"라고 지적했다. 또한 "이번 사고로 일산화탄소(CO), 탄화수소(HC), 휘발성유기화합물(VOCs) 등 다량의 대기오염물질이 저감조치 없이 한 시간 가량 방출됐다"면서, "정부와 지자체는 서둘러 대기 중에 방출된 오염물질의 정확한 성분조사와 이로 인한 주민, 노동자 피해에 대한 즉각적인 조처를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지난해 7월 취임한 최정우 회장의 '안전제일주의'가 공염불에 지나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최 회장이 취임 후 "안전은 그 어떤 것과도 바꿀 수 없는 최고의 가치"라고 강조해왔고, 포스코는 지난해부터 3년간 안전 분야에 1조1050억원을 투자하기로 하는 등 안전 강화를 역점사업으로 추진해왔다. 그러나 올해도 지난 2월 포스코 포항제철 생산기술부 소속 한 근로자가 직무교육 중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하고, 지난 6월 광양제철소에서도 사상사고가 발생하는 등 안전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여기에 광양제철소 인근 지역이 검은 연기에 휩싸이는 사고까지 발생하면서, 오히려 포스코의 '안전불감증'에 대한 논란이 더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포스코의 계속된 악재로 광양보다 시설이 더 노후화된 포항제철소 인근 지역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면서, "인근 주민들이 불안하지 않도록 신속한 안내시스템 등 실질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김소형기자 compact@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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