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을 낚는 낚시.
여가시간 확대와 레저문화의 트렌드에 힘입어 국내 낚시 인구는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특히 낚시인들의 손맛을 유혹하는 다양한 어종 가운데 민물장어를 낚는 모임이 있다. 바로 '비수 피싱' 동호회.
이들로부터 장어낚시의 묘미와 요령 등을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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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범 5년. '비수 피싱'의 온라인 회원은 현재 5000명에 육박한다.
동호회 남녀 비율은 낚시의 특성상 남성 회원이 대부분. 주 연령층은 30~40대이지만 최근엔 20대와 50대까지 그 대상이 확산되고 있다.
비수 피싱은 '예리한 칼'인 비수(匕首)와 낚시를 뜻하는 '피싱'이 합쳐진 것으로, 장어를 한 번에 낚아 올린다는 의미가 포함돼 있다.
이 곳 동호회는 1년에 한 차례 정도 정기출조를 하고 있고, 가끔은 삼삼오오 번개출조에도 나선다.
이들의 주무대는 서울의 한강.
한강에서 장어낚시가 가능할까하는 의문에 "충분히 즐길 수 있다"는 회원들의 답이 돌아왔다. 다만 10월부터 2월까지 수온이 낮아지는 시기는 장어낚시의 비수기다.
3월말~4월초가 장어낚시가 본격 시작되는 시기인 셈.
회원들은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낚싯대를 드리운 채 야경을 바라보면 마음의 힐링을 얻게 된다"며 장어낚시의 매력을 설명했다.
특히 회원들은 "멀리 외곽까지 나가지 않아도 되고 별다른 장비가 없어도 된다는 점이 한강 낚시의 장점"이라고 전했다.
또한 한강은 여러 곳에 장어낚시의 명당을 거느리고 있다.
특히 지형지물을 이용하는데 예를 들어 근처에 큰 수상 건물 같은 곳을 공략한다. 여름철 뜨거운 햇빛을 피해 그늘진 아래로 장어들이 숨기 때문이다. 하지만 초보자들은 낚시 추를 던질 때 자칫 건물 유리창 등을 파손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한강 교각 아래도 포인트 중 하나다. 교각 근처 큰 돌 사이에 장어들이 숨어있기 때문이다.
잡식성인 민물장어의 미끼는 주로 지렁이가 사용된다.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어 큰 부담이 없다.
장어낚시를 하는 이유에 대해 회원들은 '손맛'을 가장 먼저 꼽는다.
비수피싱을 이끌고 있는 주광용씨(낚시전문점 비수피싱 대표)는 "같은 1㎏짜리 다른 민물고기와 비교하면 장어는 끌어당기는 재미가 다르다"면서 "이는 장어가 바늘에 걸렸을 때 주변 물건을 휘감는 특성이 있기 때문에 줄다리기를 하다보면 그 파워에 매료될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또한 "물밖으로 떠오른 장어가 수면을 가르며 당겨오는 모습을 보면 짜릿한 기분이 들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다른 회원은 "장어 낚시야말로 궁극의 민물낚시"라며 "한 번도 안해 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해본 사람은 없을 정도"라고 전했다.
한강에서 낚는 장어는 주로 1~2㎏ 정도이지만 이 정도만 해도 충분히 장어의 힘을 몸소 느낄 수 있다고 회원들은 입을 모은다.
장어가 1㎏ 정도면 가장 두꺼운 부분이 성인남성의 엄지와 중지가 닿을 듯 말 듯한 두께의 '대물'이다.
장어를 잡게되면 회원들끼리 나눠 먹거나 건강원에 맡겨 장어즙 등 보약으로 만든다.
일부 회원은 시중에 팔아 짭짤한 부수입을 올리기도 한다.
시중가는 대략 ㎏당 20만원 정도에 거래되는데 희소성이 높아 시중 판매가격이 높게 형성돼 있다. 특히 한강에서 잡은 장어는 다른 강의 장어에 비해 맛이 뛰어나다고 회원들은 귀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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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에서 낚시를 하다보면 별의별 일을 겪기도 한다.
한강에 투신을 시도하는 사람을 보거나 예상치 못한 물건들을 낚아 올리기도 한다는 것.
주 대표는 "주로 한강 다리 근처에 자리를 잡고 낚시를 하다보니 다리 위에 사람이 있으면 유심히 바라보게 된다"며 "찰나의 순간에 그 사람이 투신을 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때 재빨리 소방이나 경찰에 신고해 목숨을 구하기도 한다"고 전했다.
일부 회원은 간혹 한강으로 걸어 들어가는 사람을 발견하면 달려가 몸으로 막거나 낚시대를 던져 물밖으로 나올 수 있도록 유도하기도 한다.
이럴때마다 회원들은 뿌듯한 마음과 안타까움이 교차한다고 전한다.
또한 주 대표는 "장어낚시는 강바닥을 긁으면서 하기도 하는데 이 때 휴대폰이나 온갖 쓰레기 등을 건져 올리는 일은 허다하다"고 말했다.
회원들은 환경보호에도 솔선수범을 하고 있다.
자신이 즐기던 포인트 완벽 뒷정리는 물론 다른 행락객들이 버린 쓰레기까지 치운다는 것.
이에대해 주 대표는 "한강은 우리 동호회 뿐만아니라 여러 낚시인들의 놀이터"라며 "이런 곳을 소중히 여기고 깨끗하게 보존해야만 계속 즐길 수 있는 공간이 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회원들은 어린 새끼 장어를 '장애(장어+어린아이)'라고 부르는데, 이를 잡을 경우엔 그대로 놓아 줘 어족 보호에도 신경을 쓴다.
회원들은 장어낚시를 즐기고 싶은 초보 낚시인들에게 '마음의 여유'가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한강에 낚싯대를 넣는다고 해서 무조건 장어를 잡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오죽하면 수확량이 평균 '0마리'라는 말이 있을 정도다.
주 대표는 "장어낚시를 취미 활동이자 스트레스 해소의 창구로 생각해야 편안한 마음으로 즐길 수 있다"며 "장어 마릿수에 연연하면 또다른 스트레스가 될 수 있기 때문에 마음을 비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동호회나 카페 등을 방문해 장어낚시에 대한 사전지식을 얻고 회원들간 정보를 공유하면 좋은 결과물을 얻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장종호 기자 bellh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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