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LG화학 대산공장에서 검은 분진이 배출되는 사고가 발생해 인근 주민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
LG화학측은 배출된 물질이 유해한 성분은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아직 성분검사 결과가 나오지 않아 주민들의 불안감은 여전한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사고 발생 직후 LG화학측이 사고에 대해 고지를 하지 않아 논란이 일고 있다. LG화학은 유해하지 않아 알리지 않았다는 입장이지만 주민들과 환경단체는 기준치 이하라도 축적되면 건강에 위협이 될 수 있다고 맞서고 있다.
쏟아진 분진, 물에 '둥둥'…농번기 주민들 불안
29일 충남도와 환경단체 등에 따르면 지난 23일 오전 8시쯤 충남 서산시 대산읍 대산공단 내 LG화학 공장에서 수차례 굉음과 함께 검은 연기가 굴뚝을 통해 치솟았다. 연기는 1시간 가까이 분출된 것으로 알려졌다.
연기와 함께 분출된 검댕은 바람을 타고 공장 주변을 비롯해 인근 마을 논과 밭, 주택 등에 떨어졌다. 모내기를 앞두고 물을 가둬놓은 논 등에 검댕이 내려앉으면서 농민들은 망연자실했다. 한 농민은 "당시 여러 차례 폭발음이 들리더니 검은 연기가 굴뚝 밖으로 솟았으며 곧이어 논과 밭 등에 검은 찌꺼기들이 보였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사고가 발생하자 서산시와 서산화학재난합동방재센터 관계자들이 현장에 나와 시료를 채집해 충남도 보건환경연구원에 성분 검사를 의뢰했다. 충남도에 따르면 해당 검사결과는 이번 주내 발표가 나올 것으로 전해진다. 서산시 관계자는 "사고소식을 듣고 현장에 가보니 논 등에 검댕이 둥둥 떠다니고 있었으며 큰 띠를 형성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해당 사고로 주민 여러 명이 두통과 함께 메스꺼움 등을 호소해 병원을 찾았다. 시 관계자는 "주민 약 40명이 병원에서 검진을 받았으며 대부분이 바로 귀가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분출된 검댕은 현재 주변 5㎞ 인근 약 8개 마을까지 퍼진 것으로 파악됐다. 그러나 아직 사고조사중이어서 피해규모는 더 커질 수도 있는 상황이다. 충남도 관계자는 "시와 업체 등을 통해 계속해서 주민들의 피해 사례를 접수하고 있다"면서 "정확한 집계는 좀 더 있어야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런 가운데 검댕의 유해물질 시험결과가 아직 나오지 않아 주민들의 우려감은 커지고 있다.
한 주민은 "사고가 발생한지 1주일 가량 지났는데 아직 결과를 몰라 불안하다"며 "한참 과일 수확과 모내기를 준비 중인 상황에서 사고가 발생해 올해 농사를 망칠까봐 걱정"이라고 밝혔다.
이번에 분출된 검댕은 사고가 발생한 지 6일째인 28일 1차 방재작업이 완료됐다. 그러나 향후 검댕이 또다시 발견되면 2차 방재작업을 벌일 계획이라고 LG화학은 설명했다. 도 관계자는 "주민이 신고하면 공무원과 업체 직원들이 현장으로 가 제거하고 있다"며 "검댕이 불용성 물질이어서 흡착포로 제거하지는 못하고 뜰채 등을 이용해 방재하고 있다"고 말했다.
환경단체를 비롯한 시민단체들은 철저한 조사를 비롯해 합당한 보상과 철저한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환경단체 관계자는 "화학공장 주변에 거주하는 주민들은 항상 불안감을 안고 살고 있다"면서 "유사한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업체와 관계기관이 투명하게 조사하고 재발하지 않도록 방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고 직후 고지 없어 논란…LG화학 "유해성 없어 고지 안해"
뿐만 아니라 사고 직후 LG화학 측의 소극적 대처를 문제 삼는 주장이 나와 논란이 일고 있다. LG화학은 사고가 발생했을 때 인근 주민들에게 어떠한 경고 방송이나 문자 메시지를 통한 고지를 하지 않았다. LG화학측은 "분출된 검댕이는 에틸렌이 분해돼 탄 것으로 연필심과 동일한 성분"이라며 인체에 무해한다는 입장이다. 그래서 고지하지 않았다는 것. 이에 대해 서산태안환경운동연합 권경수 사무국장은 "기준치 이하 또는 유해하지 않아서 알리지 않았다는 업체의 주장은 납득할 수 없다"면서 "배출된 물질이 유해여부를 떠나서 기준치 이하라고 해도 축적이 되면 토양이나 건강에 위협이 될 수 있다"며 지적했다.
또한 권 사무국장은 대산공단 주변의 환경 오염도에 대해 당국의 면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조성된 지 30년 가까이 된 대산공단에서는 크고 작은 화학물질 배출사고가 있어왔다"면서 "주변 토양과 하천 등 환경 오염도에 대해 정밀 조사가 필요하며 근본적인 안전대책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이번 사고와 관련해 관계당국은 LG화학 측의 안전시설 기준 미비나 환경법 관련 위반 사항이 드러나면 제재 등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LG화학 관계자는 사고원인에 대해 "일부 공정에서 온도 및 압력상승으로 설비 보호를 위한 압력조절용 밸브가 열리면서 가루가 공장 인근 주변에 일부 날렸다"고 밝혔다. 이어 "사고가 발생한 직후 피해 상황 파악 및 방재작업을 실시하고, 마을 주민들을 대상으로 설명회를 진행했다"며 "주민들과 추가 처리 및 보상 방안에 대한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장종호 기자 bellho@sportschosun.com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