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훈의 '역사속 인물과 와인' ②카르투지오 수도회가 빚은 명주 '프리오랏 와인'

김형우 기자

기사입력 2018-05-07 19:36


◇프리오랏 지방의 와이너리.<사진=와인리뷰 제공>

1163년, 제네브 호수 끝자락에 자리한 프랑스 꼴로뉴(Colognes)에서 떠난 일단의 수도사들이 이베리아 반도 동서쪽 깊은 산골에 자리한 프리오랏(Priorat)에 새등지를 틀기 위해 들어왔다. 바로 카르투지오(Carthusians) 수도사들이다. 이에 앞서 당시 이베리아 국왕 알폰소 1세는 수도사들의 입국 청원을 주저 없이 허용했다. 뙤약볕 아래서 자신의 육신을 달구면서 오직 수도에 정진하는 이들인데다, 늘상 어느 곳에서나 포도밭을 가꾸며 빼어난 와인을 빚어 왔기 때문이다. 특히 국왕의 입장에서는 지역 발전에도 톡톡히 한 몫을 할 이들을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프리오랏은 스페인 따라고냐 지방의 깊은 산골에 자리하고 있다. 첩첩산중에 굽이굽이 외길로 들어가야 하므로 찾기가 쉽지 않은 곳이다. 깊숙이 들어가면 갑자기 거대한 바위와 맞닥뜨리게도 되는데, 마치 병풍처럼 둘러쳐져 있는 몬산트 산의 암벽들이다.

이 암벽의 발치에 슬레이트 자갈로 뒤덮인 손바닥만 한 포도밭들이 골마다 흩어져 있다. 이 지역의 날씨는 무척 건조하다. 연간 강우량이 400~500mm에 불과하다. 우리의 경우 하루에 수백mm의 빚물이 쏟아지는 경우도 있으니 이곳이 얼마나 메마른 땅인가 쉽사리 짐작이 간다.

수도원이 들어서고 오래지 않아 프리오랏의 와인은 이베리아 반도에 널리 알려지기 시작했다. 워낙 척박한 땅에서 포도나무들이 수십 미터 깊이로 뿌리를 내려 감로수와 같은 지하수분을 빨아올려 포도를 영글게 했기에 이 포도로 빚은 와인은 곧장 명주의 반열에 들어설 수 있었다.


프리오랏 와인<사진=와인리뷰 제공>
프리오랏의 와인은 레드 와인으로 색상이 짙고 탄닌의 맛이 아주 깊다. 또한 와인의 결은 벨벳과 같이 부드러워 일품으로 친다.

하지만 이곳 수도원은 1835년 폐허가 되어 지금은 그 터만 남아 있다. 교세를 너무 확장하다가 농민의 저항에 부딪쳐 융성하던 수도원이 잿더미로 변해 버린 것이다.

지금도 프리오랏 와인 산지는 11개의 자그마한 마을들이 각기 얼마 안 되는 포도밭에서 나는 그르나슈 포도종으로 와인을 빚어 스페인 최상급의 품계인 DOCa(DOQ)를 받고 있다. 이는 리오하와 더불어 프리오랏 2곳 밖에 없다.

현재 우리나라에도 이 와인이 들어오고 있으며, 수입사는 샤프트레이딩, 나라셀라, WS통상 등 세 군데나 된다.<와인리뷰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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