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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되며 날은 따뜻해졌지만 아침마다 일어나는 건 더 고역이다. 천근만근 짐을 지고 있는 듯한 느낌이다. 식사만 하고 나면 머리가 멍해지고 빈 듯하다. 이 같은 증상을 느낀다면 '춘곤증'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일반인이 걱정하는 것과 달리, 피로의 원인이 심각한 질병인 경우는 그렇게 많지 않다.
사실, 대다수의 질병은 피로를 유발한다. 특히, 감기와 간염, 독감 등은 피로를 유발하기로 소문난 질병이다. 하지만, 이런 질병에 걸리면 피로보다는 다른 증상들이 더 심하게 나타나며, 피로는 급성으로 지나가므로 대부분 문제가 되지 않는다. 피로가 문제가 되는 심각한 질환의 대표 사례는 갑상선 질환, 당뇨, 빈혈, 심장 질환, 우울증, 자가면역성 질환, 암 등이다.
또 하나, 피로를 호소하는 사람이 의사에게 많이 하는 질문은 "내가 '만성피로증후군'이 아닌가"이다. 하지만, 만성피로증후군 또한 매우 드물다. 우리나라는 외국보다도 더 희귀해, 피로 때문에 병원을 방문하는 사람 100명 중 1명도 채 되지 않는다.
깨끗하지 못한 연료를 사용하고 비포장도로를 마구 달린 자동차는 빨리 고장 날 수밖에 없다. 같은 이치로 신선하지 못한 음식에 불규칙적인 생활을 즐기는 사람들의 몸은 빨리 망가지게 돼 있다. 나이가 들수록 그 정도는 심해진다.
봄이 되며 피로를 느끼기 시작하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 자신의 생활 양식을 정비해 보고, 최근 심해진 스트레스에 잘 대처하고 있는지를 따져보는 것이다. 최근 무리를 했다는 생각이 들 때면 무엇보다도 충분한 휴식을 취하는 것이 중요하다.
'운동'을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피로를 호소하는데 운동을 하라고 하면 의아해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평소 활동량이 적은 사람들에게는 오히려 약간의 운동이 몸에 큰 활력을 불어넣어 준다. 10분에서 30분 사이의 팔을 힘차게 흔들며 빨리 걷기를 하루에 2~3번 시행하는 정도만으로도 정신적 스트레스로 인한 몸의 노폐물을 연소시켜 없애버리는 효과가 있다.
또 한 가지는 신선한 음식을 규칙적으로 일정량을 먹으라는 것이다. 다이어트 한답시고 불규칙적으로 행한 때우기 식의 식사 습관은 최근 들어 많이 보게 되는 피로의 주요한 원인이다.
업무가 너무 과중할 때는 일의 중요도를 잘 평가해 꼭 하지 않아도 될 일은 아예 포기하거나 다른 사람에게 넘기고, 중요한 일은 충분한 시간을 투자하는 버릇을 들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물론, 항상 일의 밝은 면을 볼 수 있도록 노력하고, 마음이 힘들 때면 자신만을 위한 시간을 마련해 보는 것도 훌륭한 대책이다. 하지만, 어차피 처리해야 할 과중한 업무라면 즐겁게 무리를 하고, 그 과로의 대가를 즐기겠다는 여유를 갖는 것도 하나의 대안이다.
이 같은 여러 노력들을 시행함에도 불구하고 피로가 계속될 때는 의사를 찾아야 한다. 치료해야 될 질병이 숨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몸무게가 급격히 빠지거나, 열, 숨이 찬 증상 등이 동반되고, 피로가 날이 갈수록 심해질 때는 가능한 한 빨리 병원을 방문하는 것이 좋다.
조비룡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