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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과 몸매를 더 이상적인 모습으로 개선하기 위해 실리콘 재질을 이용한 미용성형수술이 늘고 있다. 대표적으로 유방보형물삽입수술과 일명 '귀족수술'로 불리는 팔자주름보형물수술이다.
실리콘은 미용성형수술의 보형물 소재로 애용되는 단골손님이다. 다른 물질에 비해 인체에 대한 면역거부반응이 적고, 액체 상태로 물렁물렁한 정도를 의도한 대로 조정해서 생산할 수 있는 장점 때문이다.
하지만 아무리 인체 피해를 최소화하더라도 이물질은 세포간 소통을 차단해 장벽을 만들고 면역세포의 반격을 초래해 다양한 부작용을 낳기 마련이다. 60조개 세포가 유기적으로 작동하는 인체는 세포 간에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제 기능을 발휘해야 한다.
이물질인 실리콘이 체내로 들어오면 림프계 순환이 막히고 T세포, B세포 등 면역세포를 자극해 이들로 하여금 실리콘을 공격하게 만든다. 고분자 화합물인 실리콘을 세포 단위에서 제거할 수 없게 되면 만성 염증이 생기고, 섬유화반응으로 딱딱해지며, 림프액이 고여 붓게 된다. 심하면 피부 괴사에 이르게 된다.
유방보형물의 경우 겔 상태의 실리콘 내용물을 막 형태의 실리콘의 감싸는 형태로 이뤄져 있다. 코 보형물은 유방백 속에 들어가는 겔보다 딱딱한 재질의 실리콘을 의사가 수술할 때 환자의 코 모양에 맞게 조각해 삽입하게 된다.
귀족수술엔 팔자주름이 덜 보이도록 소프트 실리콘 블록을 콧볼 양옆으로 삽입한다. 음경보형물에도 소프트 실리콘 블록이 활용된다. 무턱이나 작은 턱에 쓰는 턱 보형물로는 초생달 모양의 하드 실리콘 블록을 쓴다. 관자놀이 및 이마에 삽입하는 실리콘 판으로는 미디엄 소프트 실리콘 블록을 사용한다.
이 모든 미용 목적의 보형물 삽입은 다양한 부작용을 낳는다. 유방에 넣은 실리콘은 보형물 주위가 딱딱해지는 구축현상을 초래할 수 있고, 유방 형태가 짝짝이가 되기도 하며, 피부에 염증이 생기고 고름이 나고 피부가 괴사될 경우가 적잖다. 코에 넣는 실리콘은 코 피부가 얇아지면서 콧대가 삐뚤어지고 실리콘이 튀어 나올 가능성이 있다.
공식적으로 허가받은 필러라도 부작용에서 자유로운 것은 아니다. 현재 가장 많이 사용되는 필러 성분인 히알루론산은 같은 성분이라도 순수하게 자신의 몸에서 만들어진 것이 아니면 실리콘과 유사한 형태의 부작용을 보일 수 있다. 더욱이 필러 제조과정에서 필러가 체내에서 몸에서 오랫동안 녹지 않게 하는 '크로스 링킹'이라는 화학적 조작을 거치게 되므로 인체가 이를 이물질로 인식할 공산이 크다.
심영기 연세에스병원장은 "예뻐지는 것은 순간이지만 체내로 들어온 거의 모든 이물질은 두고두고 면역체계를 교란하며 '건강의 적신호'를 켤 수 있다"며 "보형물을 이용한 미용성형을 피하는 게 상책이지만 부작용이 나타나면 보형물을 신속하게 제거하고 그 양상이 복잡하면 이물질의 점진적인 배출과 항원항체 반응 완화로 대응하는 게 차선"이라고 강조했다.
심 병원장은 이를 위해 3종 치료법을 창안했다. 첫째는 이물질을 둘러싸고 있는 섬유조직을 스테로이드가 아닌 섬유유연제를 주사해 부드럽게 한다. 둘째는 특수 전기치료기로 전기자극을 가해 대식세포가 탐식작용을 통해 이물질을 잘게 부수어 체외로 배출시키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셋째는 줄기세포 추출물을 주사해 줄기세포를 활성화하고, 이를 통해 이물질로 인해 단단해진 섬유조직을 녹이도록 하는 면역력 강화법이다.
심영기 병원장은 "이물질 주위조직을 부드럽게 하고, 변형된 조직의 비정상적인 외형을 최대한 정상에 가깝게 돌려놓고, 이물질의 점진적인 배출을 통해 주위조직과의 항체항원 반응을 최소화하는 게 치료의 주목적"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물질을 속시원하게 제거하면 좋을 것 같지만 인체는 복잡하고 미세해 원하는 대로 따라가주지 않는 게 사실"이라며 "시술 직후 이물질 주위조직이 부드러워지는 것만으로도 환자만족도가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이규복 기자 kblee341@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