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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금융투자, 부당노동행위로 검찰행…고원종 사장 파국으로 치닫는 노사관계로 가시밭길?

전상희 기자

기사입력 2018-02-22 08:04


갈 길이 먼 고원종 DB금융투자 사장이 노사 갈등으로 2018년 출발부터 체면을 구기게 됐다.

사실 고 사장에게 2018년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이다. 동부증권에서 DB금융투자로 사명을 바꾸고 맞이하는 첫해인 만큼 재도약을 향한 터닝포인트를 확실히 만들어야 할 때다. 더불어 그간 다소 부진했던 실적 또한 확실히 만회해야 한다.

가뜩이나 마음이 급할 텐데, 최근 고용노동부가 DB금융투자 노동조합이 제기한 '부당노동행위' 사건과 관련해 DB금융투자 법인과 임원 2명 등에 대해 일부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넘기는 일이 발생했다.

결국 검찰행 막지 못한 DB금융투자

21일 관계당국 등에 따르면 고용노동부 서울고용노동청 서울남부지청은 DB금융투자 노조가 제기한 '부당노동행위' 사건과 관련해 DB금융투자 법인과 임원 2명 등에 대해 일부 기소의견으로 최근 검찰에 송치했다.

DB금융투자는 지난해 3월 회사 설립 36년 만에 노조가 만들어졌고 이후 사무금융노조까지 가입했다. 그런 가운데 회사는 노조의 활동을 방해하기 위해 사내 인트라넷에 전 직원 휴대폰 연락처와 이메일을 삭제하고 사내전산망(인트라넷) 자유게시판에 지부 소식이 올라오자 게시판이 사라지는 일까지 벌어졌다고 노조 측은 주장했다.

또한 노조 측 주장에 따르면, 본부장·지점장을 비롯한 관리자들은 직원들과 개별면담을 한 자리에서 "노조에 가입하면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회사 대응에 한 지역본부에 일하던 조합원 29명 중 28명이 일거에 노조를 탈퇴했고, 노조를 탈퇴하지 않은 조합원은 원격지로 발령 났다는 이야기다. 노조는 설립 후 70여명이던 조합원이 30여명으로 줄어드는 등 사태가 악화하자 지난해 5월 "회사가 조합 탈퇴를 강요하고 있다"는 주장을 하며 회사를 부당노동행위 혐의로 고용노동부에 고소했다.

그 결과가 최근 나온 것. 노동청이 DB금융투자에 대해 부당노동행위가 있다고 본 부분은 DB금융투자의 지점장 등을 동원해 개별면담에서 노조 가입시 불이익을 주겠다고 '협박'했다는 점이다.


노동청의 한 관계자는 "관련 사측 인사가 '부산 지점을 통폐합하겠다'는 발언 등을 했다는 진술을 비롯해 여러 정황 증거와 자료에 근거해 최종 판단을 내렸다"며 "문제가 된다고 판단한 행위나 발언 등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81조의 제4호(부당노동행위)에 대한 위법 소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노동청은 이번 사안과 관련해 노조가 "사측이 노조 결성 직후 노조의 확대를 막기 위해 사내전산망에 직원의 연락처와 이메일 등을 삭제했다"고 주장한 부분에 대해선 '혐의 없음' 결론을 내렸다. 노조가 고소한 대상 중에서 고 사장도 기소의견 대상에서 제외했다.

DB금융투자 관계자는 "부산 지점 통폐합은 노조 탈퇴를 종용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다른 맥락에서 나온 발언"이라며, "부당노동행위는 노조 측의 반복되는 일방적 주장에 불과하다. 검찰 조사를 통해 밝혀질 내용이며 이를 위해 검찰조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해 사실이 아님을 입증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검찰에 기소의견으로 넘겨진 대상자는 DB금융투자 법인과 A본부장과 B지점장까지 3명이다. 이후 법정에서 위법 사실이 밝혀진다면, 대상자들은 벌금 2000만원 이하,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게 된다.

지난해 연임에 성공한 고원종 사장, 갈 길 먼데 사내 갈등으로 발목 잡혀

지난해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 연임에 성공한 고원종 사장은 한시라도 빨리 영업 강화를 통해 수익성 개선을 이뤄내야 한다.

DB금융투자의 2017년 3분기까지 누적 영업이익은 307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37.67% 증가했다. 이에 앞서 DB금융투자는 지난해 1분기 대우조선해양 관련 채권 손실로 94억원 순손실을 기록했다. 2016년 순이익 64억원을 기록하며 2015년(85억원 순손실) 부진을 딛고 흑자전환에 성공한지 불과 1분기 만에 다시 적자로 돌아선 바 있다. 나름 수익성 개선을 향해 토대를 만들었다고 볼 수 있으나, 지난해 국내 증시 활황에 비하면 '무난한' 실적을 거둔 셈이다.

2020년까지 임기를 보장받았으나 고 사장으로서는 마음이 급할 만한데, 노조와의 갈등이 파국을 향해 치달으면서 발목을 잡히고 있다.

DB금융투자 노조 측은 지난해 9월 "2010년 취임한 고 사장이 징계성 성과체계를 만들어 직원들을 협박하고 상시 구조조정의 수단으로 사용했다"고 주장하면서, 고 사장의 퇴진을 강력 요구한 바 있다.

노조의 주장에 따르면, DB금융투자는 50개에 이르던 지점을 30개로 줄이면서 2010년 기준 1022명이던 임직원을 지난해 말 기준 800여명으로 줄였다.

현재 노조는 구조조정을 통해 확보한 자금의 이용처에 대해서도 의혹을 제기하는 등 사측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상태. 이번 부당노동행위와 관련해서도 "고용노동청이 보기에도 조합탈퇴를 강요했다고 충분히 판단할 만한 증거와 자료가 있지 않다면 이런(검찰 송치) 결론이 나왔겠느냐"며 "회사야 말로 일방적 주장을 늘어놓는 것에 불과하다"고 강한 자신감을 나타냈다. 이어 "향후 지속적으로 DB금융투자의 범법행위에 대해 검찰의 엄중한 수사를 촉구할 예정이며 사측의 부당노동행위와 폭력행사에 맞서 끝까지 투쟁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에 따라 업계는 고 사장 앞에 놓인 길이 결코 순탄치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전상희 기자 nowater@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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