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野談(8) 외과의사 실력은 영상의학과가 안다

이동혁 기자

기사입력 2017-08-24 11:41



방사선과, 진단방사선과, 치료방사선과, 영상의학과, 방사선종양학과…. 방사선 계열 진료과목명은 들어도 들어도 헷갈린다.

방사선과가 이들의 '아버지'이다. 첨단 의료장비가 없던 오래 전의 방사선과는 엑스레이(방사선) 사진을 찍어서 환자 몸 안의 상태를 들여다 보는 수준이었다. 그러다가 방사선을 쏘여서 암 조직을 태워 죽이는 치료를 도입하면서 방사선과는 진단방사선과(엑스레이 촬영)와 치료방사선과(방사선 암 치료)로 세분화했다. 이후 장비 발전에 따라 명칭도 더욱 '현대화'해, 진단방사선과→영상의학과, 치료방사선과→방사선종양학과로 이름을 바꿨다.

요즘 큰 병원마다 첨단 CT나 MRI 도입 경쟁인데, 영상의학과 의사들은 "진단장비는 정밀할수록 좋지만 애로사항도 있다"고 말한다. 이유는 크게 두 가지이다. 우선 구형 CT로는 10장으로 나눠 찍던 환부 단면을 최신형으로 100장을 찍는다고 예를 들면, 한 명의 영상의학과 교수가 같은 시간 내에 모든 환자의 10배 분량 사진을 다 볼 수는 없으므로 100장 중 10장을 골라서 판독해야 하는 상황도 생긴다. 다음으로 너무 세분화해 찍다 보니 굳이 찾아내서 치료할 필요가 없는 미세한 병변까지 보이는 경우다. 일단 병변이 발견된 이상 의사는 환자에게 알려줘야 하고, 그러면 환자는 안 해도 될 걱정을 한다. '모르는 게 약'인데 '알게 돼서 병'인 상황이다.

엑스레이든 CT든 MRI든, 영상 사진은 사람의 몸을 육안으로 들여다보는 것과는 전혀 다른 '평면상의 음영'에 불과하다. 이를 보고 몸 안의 '입체적인 실제' 상황을 정확하게 짚어내는 것이 영상의학과 전문의의 실력이다. '종합병원 CT촬영비 2배 차이' 식의 정부 발표가 나오면 '비싼 영상의학과'는 섭섭해 한다. 진단장비도 다르고 판독하는 의료진의 내공도 다른데 짜장면값 비교하듯 한다는 항변이다. 한편, 영상의학과 의사들은 그 병원의 외과 의사들 중 누구 손재주가 좋은지 안다고 한다. 여러 의사의 수술 결과를 촬영한 사진을 판독하다 보면 수술 실력이 저절로 비교된다는 것이다.
이동혁 기자 do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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