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마전설 이규승의 마장산책
미국 캘리포니아 해병1사단 영내에는 한국 경주마 출신인 아침해(Ah Chim Hae)라는 말의 동상이 세워져 있다.
아침해는 1952년10월 서울 신설동경마장에서 미 해병1사단 제5연대 대전차대대 무반동화기소대 에릭 피터슨 중위가 병기 수송용으로 250달러(약 27만원)에 매입했다고 한다.
아침해는 미 해병대에서 한통에 90kg이 넘는 75mm 탄환을 잔뜩 짊어지고 기관총이 거치돼 있는 고지까지 나르는 일을 맡았는데 지칠 줄 모르는 체력과 의지를 지녀 장정 6명 몫을 했다. 키 1m40의 단신임에도 고지를 올라다니며 탄환을 나른 양이 총 46km에 800t이 넘었다고 한다.
머리가 영리해 총탄을 날라야 할 위치를 한번만 가르쳐 주면 알아서 다녔다.
총탄이 빗발치는 전선에서 부상을 할까봐 방탄복을 잔뜩 씌워줬는데 그 모습으로 숲속을 돌아다녀 적들을 놀래키기도 해 해병대원들이 '막무가내'(Reckless)라는 별명을 붙여 줬다.
아침해는 눈과 다리에 총상을 입고도 끝까지 임무를 완수해 미국 정부로부터 공훈장과 명예전산장을 각 2차례씩 받았다.
한국 정부로부터도 '서비스 메달'이라는 훈장을 받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나 국방부와 행정자치부에 동물에게 훈장을 준 기록이 없는 것으로 미루어 근무공로훈장 성격의 상징적인 메달을 수여한 것으로 추정된다.
아침해는 1953년 뉴욕타임즈에 소개됐으며 휴전이 되자 1954년 4월10일 병장 계급을 부여받고 해병대를 따라 미국으로 건너가 캘리포니아주 해병1사단 본부에서 지내다 1960년 하사로 진급, 성대한 전역식을 치렀다. 전역식에서 아침해가 보급장교로부터 귀리 한포대를 연금으로 받는 모습이 당시 미 해병 전우신문에 보도됐다.
아침해는 전역 후에도 해병1사단 내 마구간에서 계속 지내다 1968년5월 숨졌는데, 미 해병대는 1971년11월 마구간 앞에 비석을 세워 전공을 기리고 있다.
당시 한국전에 참전했던 부츠 레이놀즈(카우보이 카투니스트)가 '말을 사랑하는 사람을 위한 닭고기 스프'라는 책에 아침해를 소개함으로써 기록으로 남게 됐다.
그러나 신설동 경마장에 아침해라는 말은 없었다고 한다.
원로 경마인 임경수씨는 "내가 신설동 경마장에서 기수로 활약할 때 경주마수가 그리 많지 않아 이름만 들어도 알 수 있는데 아침해라는 이름은 처음 듣는다"고 말했다.
털빛이 밤색이지만 붉은 빛이 동트는 모습처럼 짙어 미 해병대원들이 '모닝 플레임'(Morning Flame)이라고 부르다 한국식인 아침해로 이름을 붙인 게 아닌가 싶다.
따라서 경주마 시절의 본명은 물론 어떤 성적을 기록했는지는 확인할 길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