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과 인공지능(AI)의 바둑대결로 관심을 모았던 중국 커제 9단과 알파고의 대국이 알파고의 3전 전승으로 싱겁게 끝났다. 이후에 알파고가 더 이상 적수가 없다면서 은퇴까지 선언하면서 이제 바둑으로 알파고를 이길 수 있는 인간은 없는 것으로 판명된 셈이다. 인공지능에 대한 두려움마저 느껴지는 현실이다.
치과분야도 이러한 변화는 예외 없이 찾아오고 있다.
필자가 사용하는 임플란트시스템의 수술용가이드는 '3SHAPE 임플란트스튜디오'라는 소프트웨어와 '스트라타시스'의 3D 프린터에 의해 만들어진 것으로 현존하는 최첨단 기술이다.
이 기술로 만들어진 가이드를 끼우고 보통의 치과의사가 수술을 하는 것과 임프란트 수술에 경험이 많은 임플란트의 달인이 가이드없이 수술을 하면 어느 것이 더 빠르고 정확할까?
필자는 가이드를 끼우고 수술한 경우가 더 빠르고 정확한 수술결과를 만들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 이유는 이렇다. 첫째 수술하는 곳은 좁고 보이지 않는 위치가 많은데 아무리 뛰어나고 경험이 많은 치과의사도 환자의 이런 위치의 시술을 정확하게 처리하는 것은 쉽지 않다.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가이드로 하는 수술만큼 항상 일정한 결과를 만드는 것이 어렵다.
둘째, 치아를 발치한 뒤 바로 임플란트를 식립하는 '발치 즉시 식립'에서 임플란트를 심을 때 치과의사의 의도와 상관없이 뼈가 있는 위치에서 없는 위치로 임플란트가 밀리게 된다. 물론 숙련되고 노련한 치과의사일수록 이런 점을 미리 알고 대처하지만 가이드만큼 정확한 위치로 임플란트가 들어가기 쉽지 않아 수술에 따라서는 의도하지 않은 오차를 만들 수 있는 개연성을 무시할 수 없다. 그러나 가이드는 뼈의 상태와 관계없이 정확한 방향으로 안내한다.
셋째, 아무리 뛰어난 치과의사의 손놀림에서도 뼈를 깎아서 들어갈 때는 수술용 핸드피스를 잡은 손이 진동을 일으킬 수밖에 없으므로 처음부터 끝까지 일정하게 들어가는 것이 불가능하다. 하지만 가이드는 진동을 줄여줘 날카롭고 예리한 뼈 상태를 가능하게 해 임플란트의 초기고정을 향상시킨다. 임플란트의 초기고정은 임플란트 성공의 가장 중요한 기준의 하나이므로 당연히 임플란트의 성공률이 높아지고 보철을 하기 위해 기다리는 기간이 단축돼 환자의 편의성이 증가한다.
넷째, 가이드가 없으면 대개의 경우 잇몸을 열고 수술하지만 가이드가 있으면 잇몸을 열지 않고 할 수 있는 수술의 가능성이 높아 환자의 통증이 현저히 줄고 수술시간이 빠르다.
다섯째, 임플란트의 달인도 수술도중 어려운 순간을 만나면 심리적 동요를 일으켜 순간적인 실수를 할 수 있다. 가이드는 감정 없이 소프트웨어와 3D 프린터에 의해 만들어지므로 심리적인 동요가 있을 수 없다.
치과용 소프트웨어와 3D프린터의 발달로 치과계도 과거의 수십년간의 변화와는 비교도 되지않는 변화가 눈앞에 다가오고 있다. 이런 급격한 변화는 환자의 요구와 만족을 혁신적으로 개선시켜나가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겠지만 한편으로는 인간의 자존감을 위협하는 자본과 과학의 발달을 피할 수 없다는 우려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인간성을 상실하지 않는 치의학의 발달이 이루어지도록 하는 치과의사의 인술(仁術)이 어느 때보다도 필요한 시기라고 생각된다. 글·이호정 서울순치과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