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봄 사상 최악의 미세먼지가 한반도를 덮치며 마스크와 공기청정기가 특수를 누리고 있다. 특히 지난 주말에는 전국 대부분이 미세먼지 농도가 '매우 나쁨'을 기록하며 마스크 매출은 1년 전에 비해 최대 8배, 공기 청정기는 5배 가까이 뛰기도 했다.
마스크·공기청정기 매출 폭등… 의류건조기, 공기정화 식물도 인기
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편의점 CU(씨유)는 지난달 1일부터 이달 7일까지 마스크 매출이 작년 같은 기간보다 84% 늘었다. 이마트에서도 이달 1~7일 마스크 매출이 작년 같은 기간의 두 배(102.3%)까지 뛰었다.
마스크뿐만 아니라 공기청정기도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롯데하이마트에서 지난달 공기청정기 매출은 1년 전의 2.5배에 이르렀다. 같은 기간 이마트와 현대백화점의 공기청정기 매출도 각각 233%, 56.8% 급증했다.
5월 들어 공기청정기 '특수'는 더욱 뚜렷해졌다. 지난 1~7일 기준으로 롯데하이마트의 공기청정기 매출은 작년 같은 기간의 5.1배(410%), 이마트는 4배 이상(349%)까지 각각 치솟았다.
마스크나 공기청정기 외에도 의류건조기, 공기정화 식물 등 실내 미세먼지를 줄이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는 관련 상품 매출도 일제히 증가했다. 지난달 1일부터 이번 달 7일까지 11번가에서 의류건조기 매출은 1년 전보다 817% 상승했다. 지난달 티몬에서 팔린 공기정화 식물도 작년 같은 기간보다 13% 늘었다.
마스크 비용, 가계에 부담…한쪽에선 '명품' 마스크·공기청정기도 등장
이쯤 되면 봄철 마스크와 공기청정기는 생필품이라 할 만하다. 하지만 기존에 없던 비용이 들어가는 만큼 가계에는 부담이 아닐 수 없다.
마스크의 경우 미세먼지 차단 효과가 검증된 'KF80', 'KF94' 등 인증 제품의 경우 최소 2000원 안팎은 줘야 살 수 있다. 가족 전체가 아닌 개인으로만 따져도, 하루 한 개씩 사용한다면 한 달 6만원의 비용이 드는 셈이다. 수천원짜리 마스크가 하루 쓰는 일회용이라는 사실을 잘 알면서도, 상당수 소비자가 아까운 마음에 이틀, 사흘 정도 더 사용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런 경제적 부담 탓에 제대로 미세먼지를 거를 수 없는 일반 마스크를 찾는 사람도 적지 않다. 티몬에서는 4월 한 달간 '비(非) 인증' 마스크 매출이 작년 같은 기간보다 약 10% 증가했다. 인증마스크 증가율(660%)과 비교하면 훨씬 낮지만, 싼값에 끌려 미세먼지를 막지 못하는 마스크를 사서 쓰는 사람들도 꽤 늘었다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보다 '확실한' 미세먼지 대책으로 '공기청정기' 사용을 권하지만, 서민 입장에서 가격이 만만치 않다. LG전자 퓨리케어(AS281DAW) 공기청정기의 가격은 온라인에서 96만~190만원 수준이고, 티몬에서 올해 들어 가장 많이 팔린 공기청정기 삼성 블루스카이 5000(AX60K5580WFD)의 가격대도 40만원대 후반이다. 물론 20만~30만원대 보급형 저가 공기청정기도 있지만, 고가 제품들과 어느 정도 정화 능력의 차이가 있다는 게 유통업체들의 설명이다.
한 달 2만~5만원 정도의 렌털료(임대료)를 내고 공기청정기를 빌려 쓰는 방법도 있지만, 하루 이틀 사용할 제품이 아닌 만큼 수년 동안 임대하면 이 비용 역시 수백만 원에 이른다.
이런 가운데 미세먼지 특수를 타고 '명품' 마스크와 공기청정기도 등장했다. 갤러리아 명품관이 지난 3월 선보인 영국산 마스크 '프레카 플로우'의 가격(교체형 필터 2개 포함)은 무려 18만6000원에 이른다. 최근 미세먼지 경보가 잦아지면서 하루 10개 이상 꾸준히 팔리고 있다는 게 갤러리아 측의 설명이다. 미국산 '보그 마스크'의 가격도 일반 미세먼지 차단 일회용 마스크의 10배가 넘는 2만9500원이다.
이 밖에 무려 620만원대 가격의 독일 '나노드론' 공기청정기의 주문량도 30% 이상 늘었고, 260만원짜리인 아이큐에어의 '헬스 프로 250' 모델은 롯데백화점 모든 매장에서 동나 주문하면 평균 한 달 가까이 기다려야 할 정도다.
경제적 부담까지 더해지며 서민들 입장에서는 최악의 미세먼지에 숨이 더 막히고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자연스럽게 대안 상품으로 눈이 돌아갈 수밖에 없다. 일부는 고가의 공기청정기를 대신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공기 정화' 식물을 들여놓기도 한다. 또 '차량용 필터를 창문에 붙여 미세먼지를 막는 법' 등 저렴한 자구책이 인터넷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빠르게 공유되고 있다.
이정혁 기자 jjangg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