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1위 여행업체인 하나투어의 최근 분위기가 좋지 않다. 2015년 신성장동력 마련의 일환으로 면세점사업에 뛰어들었지만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지난해 서울시내면세점 추가 사업자 선정이 이뤄지며 과당경쟁에 대한 염려로 사업 의문성까지 제기되고 있는 상태다. 더욱이 면세점사업이 단기간 실적을 회복 할 수 없을 것이란 전망까지 쏟아지고 있다는 점은 하나투어 입장에서 상당한 부담이다.
11일 면세점업계에 따르면 하나투어가 최대주주로 있는 SM면세점은 지난해 250억~300억원 가량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3분까지 208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고, 4분기에도 적자를 더했다. SM면세점의 영업손실은 하나투어의 영업이익의 축소로 이어진다. 하나투어의 지난해 3분기 연결기준 누적 영업이익은 171억원이었다. 하나투어가 82.5%의 지분을 갖고 있는 SM면세점이 낸 208억원의 영업손실이 고스란히 반영됐다. 당초 영업이익으로 200억원 이상을 예상했지만 SM면세점의 실적악화로 목표치 달성을 하지 못했다. 증권가는 또 하나투어의 지난해 예상 순이익은 60억~80억원 가량으로 전년대비 70~80% 감소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올해 연휴가 많아 여행업계의 실적 호전에 대한 기대감을 보이고 있는 증권가에서도 하나투어에겐 인색한 평가를 내놓고 있다. 업계 1위인 하나투어가 높은 여행사업 경쟁력을 갖고 있지만 SM면세점의 실적부진이 계속될 경우 그동안 보였던 성장세가 꺾일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실제 하나투어의 주가는 면세점 사업 이후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다. 2005년 주5일제 도입 이후 여행객 증가 특수를 톡톡히 누렸던 것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하나투어의 주가는 11일 6만4600원으로 마감했다. 지난해 1월 8일 10만8000원이던 주가 대비 40% 가량이 떨어진 수치다. 2015년 7월 2일 최고가 18만5000원에 비교하면 3분의 1토막이 났다. SM면세점 사업의 수익 개선이 이뤄져야만 주가 상승 모멘텀을 확보 할 수 있을 것이란 게 증권가의 분석이다.
하나투어도 이같은 점을 인지하고 있는 분위기다. SM면세점은 지난해 7월 임정오 부사장과 최종윤 하나투어 글로벌영업마케팅본부장을 각자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매장을 줄이고 직매입을 축소해 적자폭을 줄이기 위환 전략적인 움직임이다. 그러나 SM면세점의 수익개선은 쉽지 않아 보인다. 올해 사업 전망도 밝지 않다.
지난해 면세점 추가 사업자로 지정된 현대백화점, 신세계, 롯데면세점이 영업을 시작, 서울 시내면세점 사업자가 13곳으로 늘어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기 때문이다. 고객 감소, 명품 브랜드 유치 난항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SM면세점 입장에선 영업환경이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는 게 면세점업계의 평가다. 업계 한 관계자는 "대기업 계열의 신규면세점들이 마케팅 비용을 투입하며 경쟁에 뛰어들고 있는 만큼 경쟁이 심화될 경우 SM면세점 등 중소 면세점의 타격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증권가도 이같은 점에 주목, 유안타증권과 신한금융투자는 올해 SM면세점 영업손실을 165억원, 158억원이 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하나투어 관계자는 "단기적인 성과를 보고 면세점 사업에 뛰어는 것은 아니고 대기업 계열 면세점들도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대기업 계열 면세점과 달리 SM면세점은 5+5년의 사업기간이 보장된 만큼 장기적 접근을 통해 실적 개선을 이뤄낼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SM면세점 관계자도 비슷한 입장이다. SM면세점 관계자는 "여행업과 면세점 사업의 시너지 효과를 거둘 수 있는 사업 방향성에 대한 고민을 통해 비전이 설정되면 본격적인 실적 개선을 이룰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하나투어 내부 분위기는 상당히 암울하다. 하나투어 직원들은 동요와 함께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하나투어 한 관계자는 "경영진이 직원보다 신사업 확장에만 치중하고 있어 업계 1위에도 불구, 연봉 수준은 그렇지 않아 불만을 갖고 있는 이들이 늘고 있다"고 전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대기업 계열 면세점이 늘어나고 있어 상대적으로 SM면세점의 입지는 갈수록 좁아질 수밖에 없다"며 "SM면세점 실적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영업 손실을 계속 메울 수밖에 없어 회사 자체가 힘들어 질 수 있는 게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고 말했다.
실제로 채용 사이트 잡플래닛 게시판에는 "무리한 면세점 사업을 하다가 망했다", "최근 면세점 때문에 여행업에서 벌어들인 돈을 깎아먹는다는 얘기가 있다", "급여가 짜다", "여행업계 1위라는 입지를 가지고 있지만 벌어들이는 만큼 직원들의 연봉으로 돌아오지 않는 것 같다" 등 낮은 연봉과 불투명한 미래에 대한 불만을 표출하는 글이 올라오고 있다. 김세형 기자 fax123@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