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닥터] 섹스 중독 치료, 스트레스부터 관리해야

김소형 기자

기사입력 2016-11-22 18:05



15-16세기 이탈리아 피렌체공화국을 실질적으로 통치했던 메디치 가문은 학문과 예술을 후원해 르네상스시대가 열리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이런 가문의 배경으로 마리 드 메디시스(Marie de Medicis)는 프랑스 국왕 앙리 4세와 결혼했다.

파탄지경에 이른 프랑스의 재정 상태를 회복시키려는 정략적 목적으로 마리와 재혼한 앙리 4세는 갓 시집 온 아내를 두고도 바람을 피우느라 정신이 없었다. 외로움을 값비싼 보석 구입으로 달래던 그녀는 남편이 광신적인 가톨릭 교도에게 암살당하자, 나이 어린 아들 루이 13세를 대신해 섭정을 하게 된다.

권력을 쥐게 된 그녀는 그동안의 독수공방을 만회라도 하듯 매일 정염의 밤을 보냈다. 공식적인 애인 60여명이 항상 침실 근처에 대기하고 있다가 그녀의 호출이 떨어지면 달려와 파트너가 되었는데, 하룻밤에 평균 6명의 남자를 불러들였다고 한다. 매일 밤 6명의 남자와 6번의 섹스를 치르고서야 잠이 들었던 그녀는 "섹스야말로 최상의 수면제"라고 고백하기도 했다.

그녀의 엽색행각은 아들에 의해 막을 내렸다. 어머니의 행각을 치욕스럽게 생각한 아들이 정부(情夫)들을 살해하거나 유폐시킨 것이다. 훗날 역사가들에 의해 희대의 요녀로 불리게 된 그녀의 엽색행각은 이유가 있었다. 첫째는 젊은 시절 남편에게 버림받은 것에 대한 일종의 보상심리이다. 둘째는 갑작스레 권력을 쥔 탓에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았고, 이를 잊기 위한 극단적 해소책이 문란한 성생활로 표출된 것이다. 이처럼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는 사람들 중에는 섹스를 통해 불안과 스트레스를 해소하려는 경우가 있는데, 성충동을 참지 못해 섹스에 강박적으로 매달리는 '섹스 중독'이다.

'섹스 중독'은 미국의 정신과 의사 패트릭 캐론스가 쓴 '어둠 밖으로'라는 책을 통해 처음 알려졌으며,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과 르윈스키의 스캔들, 그리고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의 섹스스캔들로 '대중화(?)'됐다. 최근에는 섹스는 인간의 본능적 욕구이지 중독의 대상이 아니라는 점에서 '성욕과잉증'이라는 용어를 더 많이 사용한다. 정신과 의사들은 우리나라도 인구의 5% 정도가 성욕과잉증이라고 추정한다.

성욕과잉증은 돈 주앙과 같은 바람둥이처럼 이성을 계속 정복하는 것, 스토커처럼 이성에게 집착하는 것, 하루에 몇 차례씩 자위하는 것, 동시에 여러 명과 성관계를 맺는 것 등으로 나타난다. 이 가운데 남성은 여자를 계속 정복해 나가는 행태, 여성은 다수의 상대와 성관계를 맺는 것이 가장 많다. 하루에 몇 번씩 자위를 하는 사례는 사춘기 청소년에게 많이 나타난다. 알코올이나 도박 중독처럼 뇌에서 충동성을 조절하는 시스템에 이상이 생긴 것으로 파악한다. 불안이나 우울증, 또는 뇌 호르몬 이상 등 여러 가지 형태로 나타나기 때문에 심리상담을 통해 원인을 찾아 치료해야 한다. 증세가 가벼우면 항우울제를 복용하는 것만으로도 효과를 볼 수 있으나, 심하면 충동조절약을 투여하거나 남성호르몬을 억제시키는 호르몬 요법을 받아야 한다. 지나친 것은 부족함 보다 못하다는 격언은 성생활에도 적용되는데, 취미활동이나 여유로운 생활 태도 등으로 '스트레스'를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김재영(퍼스트비뇨기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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