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는 내리는데 카드사 '대출금리'는 요지부동?

이규복 기자

기사입력 2016-07-18 09:09


한국은행이 지난달 9일 기준금리를 연 1.50%에서 1.25%로 0.25%포인트 내렸지만 이를 반영해 대출금리를 내린 카드사는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준금리 인하로 내려간 조달금리 혜택을 카드사들만이 누리고 있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은행과 달리 수신 기능이 없는 카드사들은 회사채를 통해 자금을 조달한다. 기준금리가 인하되면 회사채의 조달원가가 낮아져 카드사도 대출금리를 내릴 수 있는 여력이 생긴다.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에 따라 조달금리가 내려가면서 카드사들이 매월 약 100억원 이상의 조달비용을 줄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카드사들이 고객들을 외면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17일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신한, KB국민, 삼성, 현대, 하나, 롯데, 우리 등 7개 카드사 중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 이후 카드금리를 내린 곳은 단 3곳뿐이다. KB국민카드와 현대카드, 롯데카드 등 3곳만이 기준금리 인하 이후 대출금리를 내렸다.

현대카드는 지난달 15일 현금서비스 최고금리를 27.5%에서 26.5%로 1%포인트 낮췄다. 현금서비스 리볼빙(27.5%→26.5%)과 일시불 리볼빙(26.5%→24.5%) 최고금리도 각각 1.0%포인트와 2.0%포인트씩 인하했다. KB국민카드도 지난달 18일부터 카드론 최고금리를 연 24.8%에서 24.3%로 0.5%포인트 내렸다. 현금서비스와 현금서비스 리볼빙 최고금리도 각각 연 27.0%에서 26.5%로 0.5%포인트씩 인하했다.

이들 2개 카드사는 한은이 기준금리를 내리기 전인 4월(KB국민카드)과 5월(현대카드)에 이미 대출금리를 낮추겠다고 예고한바 있다. 따라서 금리를 낮췄지만, 지난달 한은이 단행한 기준금리 인하분은 반영되지 않은 셈이다. 다만 롯데카드는 지난 11일 현금서비스와 현금서비스 리볼빙 최고금리를 연 26.49%로 각각 0.9%포인트 낮췄다. 롯데카드는 사전에 금리인하 예고를 하지 않았다.

기준금리 인하에 따라 카드사들이 대출금리를 내릴 것으로 기대했던 소비자들은 카드사들의 행태에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한 소비자는 "한은이 금리를 인하한다는 발표는 나왔는데 금리인하에 따른 혜택은 금융기관에만 가고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1분기 카드사들이 회사채 발행 등으로 차입한 금액의 잔액은 약 56조6000억원이다. 기준금리 인하분(0.25%포인트) 만큼 조달금리가 내려가면 카드사들은 매월 약 100억원 이상의 조달비용이 줄어드는 셈이다. 실제로 지난해 2분기 말 카드사들의 차입금 잔액은 약 53조원이지만 1~2분기에 쓴 자금조달 비용은 9000억원이었다. 지난해 4분기 말 차입금 잔액은 약 58조원으로 10%가량 크게 늘었지만 3~4분기에 쓴 자금조달 비용은 8600억원으로 오히려 줄었다. 지난해 6월 한은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낮추며 조달비용이 대폭 줄어든 것이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카드사 상품금리에는 조달비용뿐 아니라 대손비용이나 관리비용 등이 차지하는 비중도 커 기준금리가 떨어졌다고 바로 반영하기는 어렵다"며 "카드사들이 정기적으로 금리 조정을 하고 있으니 차후에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카드사들이 대출 금리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시장 변화에 너무 경직적으로 움직이고 있다며 소비자들을 이해 보다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다른 한편으로는 저축은행 등 은행권과 대부업체 사이에 낀 카드사로서는 대출금리 조정에 예민하게 반응할 이유가 없을 것이라는 논리도 제기된다.

금감원은 지난 5월 카드사의 불합리한 영업관행 개선을 위해 카드사의 신용대출 금리 산정 방식이 불합리하다고 보고 합리화를 주문한 바 있다. 당시 금감원은 조정금리의 적용 대상과 조정 폭을 카드사가 임의로 결정하는 등 원가기반의 금리 결정체계가 정착되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소비자와 금융당국의 압박 속에 카드사들이 언제쯤 대출금리를 인하할지 또, 각 카드사별로 얼마나 인하할지 이목이 모아진다.
이규복 기자 kblee341@sportschosun.com


연신금융협회 내 자료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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