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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 어려운 기업'엔 이유가 있다!

이규복 기자

기사입력 2016-01-11 14:01


화장품 제조사인 A사는 병원 연구소와 함께 생명공학 기술을 접목해 피부 노화방지 화장품을 개발했다. A사는 "해당 신제품은 출시 후 고급 화장품 시장에서 누적 매출 3000억원이 넘는 메가 브랜드로 성장했다"며 "회사의 화장품 매출은 지난 4년간 연평균 15%이상 증가했고 시장점유율도 꾸준히 상승 중"이라고 밝혔다.

식료품 회사인 B사는 신제품 개발 및 마케팅에 고객 아이디어를 활용했다. B사는 "재료선정과 생산과정의 투명화가 제품신뢰도를 높일 수 있다는 고객의 아이디어를 수렴해 주재료인 마늘의 재배지인 지역 도시와 '체험캠프'를 2010년부터 공동 개최하고 있다"며 "제품 원료에 대한 소비자 신뢰와 제품호감도 상승, 긍정적인 입소문 효과 등이 시장점유율 1위를 지속적으로 유지하는 비결"이라고 말했다.



국내기업 10곳 중 7곳이 외부 기술·지식 활용에 대한 필요성을 느끼지만 실제로는 전체의 절반만이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외부 기술·지식의 활용이란 고객의 아이디어를 통해 제품을 개발하거나 연구소·학계 등과의 공동으로 연구개발, 제품기획을 말한다.

최근 의료?제약과 고무·플라스틱 업종은 외부 기술?지식 활용이 높은 반면, 철강?금속과 조선?플랜트 업종은 낮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결국, 외부에서 좋은 아이디어와 의견, 협력을 이끌어 내지 못한 기업들이 불황과 경기침체에 더 민감한 셈이다.

대한상공회의소는 11일 최근 국내 제조업 380개사를 대상으로 '외부 기술·지식 활용실태와 시사점'을 조사한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에 따르면 응답기업의 71.1%가 '변화와 혁신을 위해 경영활동에 외부 기술·지식을 활용할 필요성을 느낀다'고 밝혔다. 하지만 외부 기술과 지식을 활용하고 있는 기업은 전체의 절반 수준인 49.2%에 불과했다. 이는 선진기업에 비해서 30%포인트(p)가량 떨어지는 수치다.


2012년 미국 버클리대학과 독일 프라운하퍼연구소가 공동으로 미국과 유럽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응답기업 중 78%가 외부 아이디어와 기술을 활용하는 등 개방형 혁신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 바 있다.

업종별로는 '제약·의료'(61.0%), '고무·플라스틱'(57.1%)은 외부 기술과 지식을 활용하는 기업들이 많았지만 '철강·금속'(30.0%), '조선·플랜트'(29.4%)는 적었다.

대한상의는 "R&D(연구개발) 비중이 높고 특허가 핵심경쟁력이 되는 제약산업과 소재산업에서 외부 기술 및 아이디어를 적극 활용하고 있는 반면, 현장의 축적된 노하우나 공정운영의 효율성이 더 중시되는 철강산업과 조선산업은 활용도가 낮은 것 같다"고 말했다.

외부 기술과 지식을 활용하지 않는 기업들은 미활용 이유로 '외부의존성 확대'(43.5%)를 가장 먼저 꼽았다. 다음으로 '자금 등 경제적 문제'(33.2%), '폐쇄적 조직문화'(11.9%), '경험 부족'(5.7%) 등이 뒤를 이었다.

외부기술을 활용하는 기업들은 시장점유율 상승, 생산성 제고 등의 성과를 거두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활용성과를 묻는 질문에 '신제품 출시, 틈새수요 선점 등으로 시장점유율이 상승했다'는 기업이 37.5%였고, '원가절감, 제조기간 단축으로 인한 생산효율이 증가했다는 기업은 33.9%로 조사됐다. 경제적 효과는 아니지만 '고객의 불만과 요구 수렴을 통해 시장변화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졌다'는 기업도 26.6%에 달했다.

박상인 서울대 교수(대한상의 자문위원)는 "외부 기술 및 지식 활용을 통해서 기업은 혁신에 대한 시각과 원천을 넓힐 수 있다"며 "외부 파트너와 협력함으로써 리스크를 분담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새로운 기술과 신제품 개발시간 축소, R&D 투자비용 절감, 블루오션 시장창출 등의 효과를 얻게 된다"고 설명했다.

활용분야로는 전체의 30.7%가 '기초연구'라고 답했고, '시제품 테스트'(28.2%), '제품양산'(16.3%), '생산프로세스'(11.4%), '기획'(6.9%), '판매·마케팅'(5.9%) 순으로 꼽았다.

외부 기술과 지식 활용에서 주요 파트너로는 '협력기업'(31.8%), '대학'(26.2%), '국책연구소'(15.9%), '소비자·제품사용자'(11.2%), '컨설팅 기관'(9.4%) 등의 순이었다.

중국 휴대폰 제조사인 샤오미는 위탁생산방식으로 전문제조기업인 폭스콘의 생산기술을 활용하고 홈페이지나 SNS를 통해 사용자 반응을 수렴해 제품혁신의 원천으로 삼고 있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우리기업들도 협력파트너의 범위를 지금보다 더 넓힐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전수봉 대한상공회의소 경제조사본부장은 "경영환경의 변화가 매우 빠른 만큼 내부에서 혁신을 도모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남들이 잘하고 있는 것을 찾아가 빠르게 융합하고 사업화시키는 것도 중요하다"며 "지식재산 관련 법?제도를 소유중심에서 이용중심으로 전환해 외부 기술?지식 활용이 활발하게 이뤄질 수 있게 하고 성과를 함께 나누는 선순환 체제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규복 기자 kblee341@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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