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헬스칼럼] 식사할 때 거꾸로 2등 하자!

조완제 기자

기사입력 2015-08-24 10:14


산업혁명 이후 비만이 자본가들의 생명을 단축하는 질병으로 퍼졌다. 다양한 비만치료법을 찾던 중 110년 전 식사 속도가 비만과 관련되어 있다고 생각한 사람이 있었다. 미국 출신인 플레처는 식사할 때 1분에 100번을 씹고 더 이상 맛이 느껴지지 않을 때 입 속 음식을 삼킬 정도로 천천히 먹으면 살이 빠진다고 주장했다. 본인 스스로 19㎏이나 감량했기에 더욱더 믿음을 얻게 됐고 위대한 분쇄기라는 별명을 얻었다. 플레처 덕분에 물도 씹어 먹으라는 말이 나온 것 같다.

그 뒤 식사 속도와 관련된 여러 논문들이 발표됐다. 2008년 '영국 의학 저널'에는 '음식을 배가 부를 때까지 빠르게 먹는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비만이 세 배나 많다'는 내용이 실렸다. 대부분 배가 부를 때까지 식사하기를 선호한다. 그런데 배부름은 위가 가득 찼을 때 바로 느끼지 못하고 20~30분이 지나야 느끼게 된다. 그렇기에 식사 속도가 빠르면 더 많은 음식을 먹을 수 있어 비만해질 가능성이 높다.

식사를 빨리 하는 우리나라 사람들을 보면 수저를 든 채로 쌀이나 밀가루 위주로 빨리 먹고 반찬을 골고루 먹지 않는다. 반찬을 골고루 먹으려면 식사 속도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탄수화물 위주의 빠른 식사는 위에 부담을 주고, 대량 흡수를 가져와 음식을 저장하는 인슐린을 빠르게 분비시켜 지방으로 더 많이 저장하게 만든다. 그리고 빠른 식사로 위에서 빨리 넘어가게 되어 배고픔을 더 빨리 느껴 간식을 더 찾거나 폭식을 하게 된다. 사실 폭식 또한 음식을 천천히 먹을 때는 턱이 아파서 못하게 된다. 빨리 음식을 넘기는 사람들이 폭식도 할 수 있다.

식사를 천천히 하면 배부름을 느낄 때까지 먹을 수 있는 음식량을 훨씬 줄일 수 있다. 같은 양을 먹더라도 탄수화물의 흡수를 줄이기 위해 의사들은 탄수화물 흡수 억제제를 사용, 지방으로 저장되는 것을 줄인다.

그렇다면 자연스럽게 탄수화물의 흡수를 억제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가장 쉬운 것이 천천히 먹는 것이다. 필자는 시계를 보고 먹을 것을 권한다. 15분을 목표로 천천히 먹기 바란다. 행여 평소 습관대로 5분만에 다 먹게 되면 그냥 아무것도 하지 말고 멍하니 10분을 더 앉아있자. 혼자 있을 때야 상관없지만 대중식당이나 동료들과 같이 밥 먹을 때는 상당한 민폐가 되기에 천천히 먹게 만들어준다.

여럿이 같이 먹을 때 너무 늦게-15분 식사는 우리나라 사람의 평균 식사 시간보다 느리다-먹으면 동료들에게 피해를 주므로 거꾸로 2등으로 먹자. 평소 제일 늦게 먹는 사람보다만 빨리 먹는 식이다. 너무 늦게 먹으면 남들이 눈치를 주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식사를 빨리 먹는 비만인은 제일 늦게 먹는 것 또한 자신이 많이 먹는 걸로 남들이 볼까 두렵기에 스트레스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천천히 먹기 위해 플레처가 썼던 100번 씹기에 도전하셔도 좋지만, 우리나라 식사문화에 가장 좋은 방법으로 '수저를 내려놓으며 식사하기'를 추천한다. 밥과 반찬 등을 입에 넣으면 수저를 내려놓고 손을 쉬게 하면서 꼭꼭 씹어서 삼킨다. 그리고 다시 수저를 들고 밥과 반찬을 먹는다. 수저를 내려놓지 않고 계속 밥과 반찬을 입에 넣고 씹으면서 다시 반찬이나 밥을 더 넣다 보면 음식 맛도 잘 모른 상태로 대충 씹고 삼키게 될 뿐이다. 식사를 평화롭게 즐길 때 살이 빠진다. 패스트푸드를 '패스트'하게 먹는 미국보다는 저녁에 2시간 이상 슬로하게 음식을 즐기며 먹는 프랑스인이 날씬하다. 지친 당신에게 칼로리만 공급해주는 식사시간이 아닌 음식의 즐거움으로 행복감을 주는 식사시간이 되면 살까지 빠지게 된다. 글·이금정 사랑받는여성의원 원장(대한비만체형학회 상임이사)

[
※보도자료 및 기사제보 news@sportschosun.com -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