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T코리아, 한국 소비자 우롱? 고무줄 가격정책에 쥐꼬리 기부

장종호 기자

기사입력 2015-07-28 09:20


던힐·보그 등으로 유명한 영국계 담배회사 브리티쉬아메리칸토바코(BAT)코리아가 최근 담뱃값을 올렸다 내렸다 하는 일관성 없는 '고무줄' 가격 책정으로 한국 소비자들을 우롱하고 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게다가 BAT코리아는 세계보건기구(WHO)의 권고를 무시하고 소량 패키지 담배를 출시, '꼼수' 논란에도 휩싸였다. 여기에 외국계 대주주에게는 고배당을 실시하면서도 국내 기부 성적표는 초라해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있다.

고무줄 담배 가격 정책, 소비자 우롱?

올들어 BAT코리아의 보그 판매가격이 오르락내리락했다. 이로 인해 소비자들은 BAT코리아가 담배 판매량이 늘어나면 가격을 올리고, 반대로 판매량이 떨어지면 가격을 낮췄다고 주장했다. 예컨대 BAT코리아는 지난 1월 15일 보그를 1200원 올린 3500원에 판매했다. 국산 담배 에쎄 등은 4500원 이상에 팔리고 있다. 연초부터 담뱃세 인상으로 충격에 빠진 흡연자들은 유일한 3000원대 담배인 보그를 찾게 됐고, 심지어 품귀현상까지 벌어졌다. 한 편의점 업체의 보그 판매 점유율을 보면 1월 첫째 주 2%에서 2월 첫째 주 10%대까지 증가했다.

판매량이 늘자 BAT코리아는 제품 리뉴얼을 했다며 2월 4일부터 '보그' 패키지를 4300원에 판매한다고 밝혔다. 한 달도 안 돼 800원을 올린 셈이다. 당시 BAT코리아는 "현재 시장에 유통 중인 기존 담배의 경우 가격을 인상하지 않고 신제품만 가격 인상을 적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보그 가격이 다른 제품과 별 차이가 없자 소비자들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그러자 BAT코리아는 보그의 판매가격을 다시 내렸다. BAT코리아는 '보그 프리마' 가격을 지난 7월 6일부터 4300원에서 4100원으로 인하해 판매했다. 담배가격은 지난 2001년 7월부터 도입된 담배사업법에 따라 각 업체가 신고만 하면 마음대로 가격을 정할 수 있다. 즉, 업체의 자율적인 가격정책에 맡기고 있다.

하지만 담뱃세가 대폭 인상된 상황에서 BAT코리아의 이런 고무줄 가격 정책은 소비자들과 시장의 혼란을 야기한다는 비난이 잇따르고 있다. 업계 일각에서는 "BAT코리아가 법의 테두리를 교묘히 피해 가격을 조정하는 꼼수를 쓴 것으로 보인다"는 의혹도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BAT코리아 관계자는 "제품 리뉴얼에 따라 가격이 인상됐고, 경쟁력 강화 측면에서 제품값을 내린 것"이라고 해명했다.


WHO 권고안 무시한 소량 패키지 출시 논란

BAT코리아의 소량 패키지 제품 출시도 논란이 일고 있다. BAT코리아는 지난달부터 14개비가 들어있는 '던힐 1MG 포켓팩'을 3000원에 판매하고 있다. 앞서 2월에도 BAT코리아는 14개비가 든 '던힐 6MG' 신제품을 3000원에 출시했다. 일반적인 담배제품은 20개비를 한 팩에 포장, 판매되고 있다. 평균 담뱃값이 4500원인 점을 감안하면 한 개비당 225원인 셈이다. 이는 한 개비당 약 214원인 던힐 신제품과 별 차이가 없다. 이를 두고 유일한 3000원대 제품이라는 점을 BAT코리아가 강조하지만 결국은 "눈속임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됐다. 당시 BAT코리아는 "대부분의 젊은 성인 흡연자가 하루 평균 약 14개비의 담배를 소비한다는 시장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이런 소량 패키지 제품은 세계보건기구(WHO)의 국제 권고안에 위배된다는 지적이다. 현재 WHO는 담배규제기본협약(FCTC)을 통해 미성년자 담배 구매 가능성을 높이는 소량포장 판매를 금지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권고안은 말 그대로 법적·강제적인 규정은 아니다.

국내 담배사업법에서도 '누구든지 담배의 포장 및 내용물을 바꾸어 판매해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지만 이는 판매업자들에게만 적용될 뿐 제조사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 결국 BAT코리아의 소량 판매 정책은 규제의 허점으로 인해 담배가격이 저렴해 보이는 마케팅 전략인 셈이다.

BAT코리아 관계자는 이에 대해 "소량팩의 기준이 국가별로 명확하게 언급된 것은 없다"면서 "여름 시즌에 맞춰 슬림하게 제작해 소비자들이 가볍게 휴대할 수 있도록 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해당 제품의 경우 한 달 동안만 한정판으로 판매되고 있으며, 추후 계속 판매할 계획은 없다"고 덧붙였다.

순이익 전부 외국에 송금… 국내 기부는 '쥐꼬리'

BAT코리아의 저조한 기부금액도 도마에 올랐다. 반면 외국계 대주주에게는 수백억원의 배당과 더불어 거액의 지급수수료를 지불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BAT코리아의 사업 수익은 지분 100%를 소유하고 있는 미국 법인 대주주 브라운앤윌리엄슨홀딩스(이하 B&W홀딩스)가 챙겨간다. 또한 B&W홀딩스는 영국 BAT가 지배하고 있어 본사 또한 배당을 받는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BAT코리아는 최근 5년간(2010~2014년) 총 1150억원을 지급수수료 명목으로 본사 등에 송금했다. 연도별로 보면 2010년 162억원, 2011년 218억원, 2012년 250억원, 2013년 221억원, 2014년 299억원이다.

또한 BAT코리아는 최근 5년간 총 535억원의 배당을 실시했다. 지난해만 제외하고 매년 122억~147억원을 대주주 등에 배당했다. 배당 성향은 줄곧 100%를 유지해 왔다. 즉, 순이익 전부를 배당금으로 챙겨갔다는 얘기다.

이에 비하면 국내 기부액은 초라한 수준이다. 1700억원에 달하는 지급 수수료와 배당액을 외국계 대주주에 송금하는 동안 국내 기부액은 9억원 남짓이다.

연도별로 보면 2010년 3억원, 2011년 2억260만원, 2012년 1억4546만원, 2013년 2억1252만원이었다가 지난해 6888만원으로 급락했다.

매출 대비 기부금 비율을 보면 2010년 0.052%, 2011년 0.037%, 2012년 0.030%, 2013년 0.045%, 2014년 0.015%를 기록, 국내 진출한 외국계 담배회사 가운데 최저 수준이다. 장종호 기자 bellho@sportschosun.com


영국계 담배회사 BAT코리아가 최근 한국 소비자들을 우롱하고 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특히 올 들어 3차례나 가격 조정을 실시해 '고무줄 마케팅'이라는 논란과 함께 소량 패키지 제품을 출시, '꼼수 마케팅'이라는 따가운 시선을 받고 있다. 사진은 14개비가 들어있는 '던힐 1MG 포켓팩'.

4100원에 판매중인 '보그 프리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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