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 최고의 종마(種馬) 목장인 홋카이도 샤다이종마장에는 말 한 마리를 추모하는 동상이 있다.
1986년 미국에서 태어나 2002년 죽은 수말 선데이 사일런스(Sunday Silence)가 주인공이다. 일본 경마산업을 세계 정상 수준으로 끌어올린 공을 기리기 위한 것이다. 선데이 사일런스의 자손들이 일본 뿐 아니라 국제무대를 누비며 활약하고 있기에 얻을 수 있었던 영광이다.
일본의 말 생산산업은 세계 정상급이다. IFHA(국제경마연맹)의 발표에 따르면, 2013년 기준 일본의 경주마 생산은 미국, 호주 등 경마선진국에 이어 세계 5위(6825두)를 기록했다. 한국은 14위(1286두). 경주마 생산 두수로는 일본이 한국의 5.3배 수준이지만, 경주마 평균 경매 거래가격은 일본(7727만원)과 한국(4000만원)은 2배 차이가 난다. 그만큼 일본에서 생산하는 경주마의 부가가치가 높다는 얘기다.
요시다 젠야의 손자이자 최근 한국경마 외국인 마주 등록을 마친 요시다 굥스케씨는 "최상의 씨수마(종마)와 모마로 최상의 자마를 생산하고, 이를 관리하는 사람도 최상이어야 한다는 게 일본 경마의 성공비결"이라며 "종마산업은 10두 중 9두는 실패한다고 할 정도로 어렵지만, 일본은 꾸준한 노력 끝에 선데이사일런스, 딥임팩트를 이을 우수 씨수말들이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선데이사일런스의 아들인 딥 임펙트는 한번 교배할 때 2억 5000만원 가량을 받는 데 연간 220마리와 교배할 수 있어 매년 500억원가량의 수익을 올리고 있다"며 "올해 한국 경마가 국제화를 추진하고 있고 말 산업 관계자들이 엄청난 노력을 쏟아 붓고 있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이런 노력이 뒷받침된다면 10년 뒤 한국경마에 찾아올 변화가 기대된다"고 내다봤다.
'명마(名馬)의 정액 한 방울은 다이아몬드 1캐럿의 가치와 맞먹는다'는 말이 있다. 세계 시장 도약을 노리는 한국경마가 말산업 부가가치 창출을 위해 새겨야 할 말이기도 하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