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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통사 무한 속도 전쟁 점입가경…소비자는 안 중에 없어

김세형 기자

기사입력 2015-01-14 17:08


'점입가경(漸入佳境)'이다. 이동통신업체의 속도를 둘러싼 자존심 싸움이 딱 그렇다. 저마다 '세계 최초', '세계 최고'를 내세우며 경쟁사를 한수 아래로 평가한다. 기술이면 기술, 서비스면 서비스 모두 본인(해당기업)이 최고라는 투다. 해외에서 국내 이통업계의 정보통신기술(ICT)을 높게 평가하고 있는 만큼 1등이란 타이틀은 기업경쟁력 향상으로 이어질 수 있으니 당연한 결과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통3사의 자존심 싸움에 정작 중요한 알맹이는 빠져있다. 소비자에 대한 배려다. 고객만족도를 향상을 통한 경쟁력 확보보다 '최초 최고' 타이틀의 보유를 통해 회사의 우월성을 앞세워 고객유치만 하면 그만이란 식이다.

SKT 3밴드 LTE-A 상용화 광고 법정 공방 비화

SK텔레콤이 선보인 3밴드 LTE-A 서비스 상용화 광고를 두고 촉발된 통신사간 갈등이 치열한 법정 공방으로 비화됐다. 3밴드 LTE-A란 일반 LTE보다 4배가 빠른 서비스를 말한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3밴드 LTE-A의 최대 속도는 초당 300메가비트(Mb)다. 이론상 1기가바이트(GB) 용량의 동영상을 내려 받는데 30초면 충분하다. SK텔레콤은 광고를 통해 3밴드 LTE-A서비스를 세계 최초 상용서비스를 한 통신사라는 점을 부각시켰다. 빠른 속도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나 소비자가 편리하게 이동통신기기를 활용해 만족도를 높일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런데 KT가 SK텔레콤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하고 나섰다. KT는 지난 10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SK텔레콤의 광고 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사실과 다른 광고를 통해 소비자의 오해를 불러일으키고 있다는 게 이유다.

KT는 SK텔레콤의 3밴드 LTE-A 시료 단말은 전체 수량이 100대에 불과, 상용화 규모에 미치지 못한다는 입장이다. KT에 따르면 통신시장에서 상용화란 단말기가 상당수 보급돼 고객이 편리하게 구입할 수 있어야 한다.

KT 관계자는 "SK텔레콤의 3밴드 LTE-A서비스의 세계 최초란 표현도 문제가 될 수 있다"며 "KT도 비슷한 시기 선보인 서비스로 SK텔레콤이 가장 먼저 상용으로 제공하는 것처럼 소비자를 현혹시켜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LG유플러스도 KT와 비슷한 입장이다. LG유플러스는 지난 12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SK텔레콤의 3밴드 LTE-A광고를 금지해달라는 가처분 신청서를 제출했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체험용 단말기를 가지고 최초 상용화를 주장하는 SK텔레콤의 논리라면 LG유플러스는 이미 지난해 6월 3밴드 LTE-A 서비스를 세계 최초로 상용화한 것"이라고 말했다. SK텔레콤은 KT와 LG유플러스의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밝히고 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상용화의 가장 중요한 기준은 서비스 유료화 부분으로 엄연히 돈을 받고 서비스를 제공하는지의 여부"라며 "3밴드 LTE-A 서비스를 상용화한 것으로 보는 게 맞다"고 강조했다.


"콘텐츠 다양한 요금제 등 차별화 서비스로 경쟁해야"

'세계 최초·최고'란 타이틀은 어떤 사업군에서도 기업 경쟁력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첨단기술이 활용되는 이통업계 특성상 더욱 그렇다. 그러나 일반 소비자들이 첨단기술의 미묘한 변화를 체감하기란 쉽지 않다.

이통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통신기술 발달로 이통3사간 비슷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비슷한 수준의 커버리지 확보가 이뤄진 상황에서 속도는 경쟁력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이통업계 한 관계자는 "이통3사가 비슷한 서비스의 비슷한 요금제를 선보이는 등 이익 앞에선 연합구도를 형성하고, 상대방 깎아내리기를 통해 경쟁력 확보에 나서려는 움직임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며 "다양한 요금제와 다양한 콘텐츠 확보 등 차별화된 경쟁력을 확보하는 게 장기적으로 경쟁력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속도가 아닌 다양한 콘텐츠와 차별화된 요금제 도입 등을 통해 고객만족도를 높일 수 있는 서비스가 기업경쟁력이 될 것이란 얘기다. 실제로 미래창조과학부가 발표한 '2014년 통신서비스 품질평가'를 보면 이통3사가 가입자들에게 홍보한 무선 데이터 통신속도는 비슷한 수준으로 조사됐다. 미래부 조사결과 SK텔레콤·KT·LG유플러스 등 이통3사의 '광대역 LTE-A'의 실제(평균) 다운로드 속도는 SK텔레콤이 116.9Mbps로 KT와 LG유플러스의 각각 113.2Mbps를 기록해 비슷했다. 3.7Mbps의 속도는 소비자가 체감하기 힘든 차이라는 게 미래부의 평가다.

김세형 기자 fax123@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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