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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벤처 영웅' 허민의 위메프에서 '미생' 울리다

전상희 기자

기사입력 2015-01-12 09:24


'벤처 영웅' 허민 위메프 창업주의 성공 신화에 먹구름 끼나.

허민 전 대표의 야심작인 위메프가 거센 역풍에 휘청이고 있다. 입사지원자 11명에게 2주간 정직원 수준의 업무를 맡기고 55만원을 지급한 뒤 전원 해고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문제는 시작됐다. 위메프의 정식 사과와 11명 전원 채용 약속에도 불구하고, 후폭풍이 거세다. 올해 오픈마켓 1위인 G마켓을 따라잡겠다는 포부 속에 물량공세를 펼쳐온 위메프엔 대형악재가 터진 셈이다.

위메프 갑질에 대한 을들의 분노 "열정페이는 이제 그만!"

지난 8일 박은상 위메프 대표는 "자부심 넘치는 진정한 지역 마케팅 컨설턴트 그룹을 만들고자 심혈을 기울여 어렵고 힘든 3차 최종 현장 테스트를 치뤘고 그 통과 기준을 최고수준으로 정했다. 그래서 참으로 안타깝게도 모두 최선을 다해 열심히 성과를 내주셨지만 결국 한 분도 최종 합격자로 선발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 사과문은 오히려 사회적 공분에 부채질을 했다. 취업준비생들의 열정을 낮은 임금으로 사려는 '열정페이' 행태에 대한 냉철한 반성보다 지원자들의 수준이 문제라는 듯한 변명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지원자의 부족한 자질 운운해놓고는 이들이 딴 계약을 정식 판매하기까지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위메프의 해명은 설득력을 완전히 잃었다.

또한 "저희가 달을 가리켰지만 많은 사람들이 손을 본다면 그것은 저희가 말을 잘못 전한 게 맞다"라는 문구 또한 오히려 성난 여론에 기름을 부은 격이 됐다. "위메프가 가리킨 건 돈아니겠냐"는 비난부터 "위메프의 깊은 뜻을 못알아 들은 우리가 우매하다는 말인가"라는 등의 반응이 쏟아졌다.

성난 을들의 분노를 '조기 진압'하는데 실패한 가운데, 위메프 탈퇴-불매운동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판엔 탈퇴 인증샷이 올라오고 있고, 탈퇴 방법을 일일이 캡처해 올리는 네티즌도 줄을 잇고 있다. 다음의 '아고라' 청원 게시판엔 '위메프 탈퇴/불매/퇴출운동'이 올라왔고, 사인을 하는 네티즌도 늘어나고 있다.


이처럼 여론이 들끓자, 급기야 고용노동부까지 나서기로 했다. 고용노동부는 12일 위메프 서울 삼성동 본사 현장조사를 실시할 예정이다. 근로기준법 위반 사실이 확인된다면 위메프는 벌금 납부와 형사 처벌을 받게 된다.

여기에 엎친데덮친격으로 최근 티몬 인수전에서 탈락하면서 거듭되는 악재에 위메프는 출렁이고 있다.

허민 창업주의 '벤처 영웅' 이미지에 오점

위메프는 지난 4분기 마케팅비로 약 400억원을 퍼부었다. 이는 2013년 위메프가 사용한 총 마케팅비 630억 원의 60% 이상이다. 소셜커머스 1위를 넘어서 온라인 오픈마켓 1위인 G마켓까지 따라잡겠다는 야심 속에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쳐온 것이다.

당연히 이같은 물량공세는 창업주이자 대주주로서 허 전 대표의 뜻이 강하게 뒷받침됐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지주사격인 원더홀딩스 대표인 허 전 대표는 위메프의 지분을 100% 가깝게 보유하고 있다.

소셜 3강 구도를 넘어서 알리바바나 아마존 등 글로벌 전자상거래기업들과의 한판 승부까지 준비하고 있는 가운데, 회원들의 탈퇴-불매운동은 상승세를 타기 시작한 위메프에 치명타가 될 전망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더 큰 손실은 위메프와 청년 벤처사업가로서 성공 신화를 쓴 허민 전 대표, 박은상 대표의 이미지 타격이다. 당장의 매출하락보다 더 큰 무형의 손실이다.

위메프는 2013년 일자리창출 우수기업으로 선정돼 고용부장관상을 받았다. 지난 한해 꾸준히 재구매율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마케팅 전략을 펼쳤고, 이를 통해 소셜커머스 업계 1위에 올랐다. 회원들과의 신뢰도를 쌓는데 간신히 성공했는데, 1년 공이 와르르 무너진 셈이다.

더욱이 허 전 대표는 벤처사업을 꿈꾸는 오늘날 '미생'들에게 영웅과도 같은 존재였다. 허 전 대표는 '꿈을 현실로 만드는 개척자' 의 이미지가 강했다. 돈을 좇는 것이 아니라 꿈을 좇는 이미지로서 그는 직접 미국 구단에서 야구선수로 뛰고, 독립 야구구단을 만들기도 했다. 위메프 운영에 있어서도 2012년 박은상 대표를 과감히 영입해 공동대표로 내세웠고, 또 1년 뒤인 2013년 자신은 대표직에서 물러나면서 화제를 만들었다.

그런데 정작 자신이 대주주로 있는 사업장에서 '미생'의 열정을 착취하는 일이 벌어졌으니, 허 전 대표 명성에 오점을 남기게 됐다. 위메프 측은 "회사 경영 전반에 대한 결정권은 전적으로 박은상 대표에게 있다"고 선을 그으려 하고 있으나, 이를 향한 네티즌의 시선을 싸늘하기만 하다. 전상희 기자 nowater@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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