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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제품 인하' 정부-업계 충돌 뭐가 문제길래...

최만식 기자

기사입력 2015-01-09 12:48


국제유가 하락에 따른 석유제품 가격 인하를 놓고 정부와 업계가 충돌하고 있다.

정부는 국제유가 하락세에 따라 관련 제품 가격을 인하하라고 압박하고 업계는 정부의 세금 인하가 선행돼야 한다며 맞서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9일 오전 서울 에너지기술평가원에서 석유·LPG 유통협회 관계자와 소비자단체 등이 참석한 가운데 간담회를 열고 업계가 석유제품 가격 인하에 협조해 달라고 요청했다.

국제유가가 작년 1월과 비교해 배럴당 50달러 이상 하락했는데 같은 지역 안에서도 주유소별로 석유제품 가격의 차이가 큰 상황이어서 가격을 추가로 인하할 여지가 있다는 게 정부의 시각이다.

산업부 조사에 따르면 8일 현재 서울시내에서 휘발유 가격의 최고-최저 가격 간 격차는 ℓ당 862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산업부는 앞으로 석유·LPG 가격동향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알뜰주유소의 확산, 전자상거래 활성화 등을 통해 국내 석유가격 인하를 유도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시민단체 등으로 구성된 에너지·석유시장감시단은 3월부터 7대 광역시의 구 단위로 휘발유와 경유, 등유, LPG 가격이 비싼 주유소와 싼 주유소를 5개씩 선정해 이들의 가격 동향을 매주 언론에 제공하기로 했다.

이에 대해 업계는 유통구조와 유류세 때문에 일선 주유소가 판매가격을 인하할 수 있는 여지가 크지 않다며 반발했다.


"1997년 유가 자율화를 도입해놓고 이제 와서 간섭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게 업계의 입장이다.

무엇보다 주유소의 기름 값을 결정하는 요인이 복잡하기 때문에 정부가 내리라고 요구해도 당장 내릴 수도 없다는 것.

보통 주유소 소비자 가격은 매입가격과 판매전략, 임대료·인건비, 금융비용, 세차장 유무, 주변 경쟁상황 등을 고려해 결정된다.

실제로 휘발유를 ℓ당 1300원대로 저가에 판매하는 주유소는 손해를 보는 상황이지만 고객을 많이 끌어들이는 게 낫다는 '박리다매' 전략을 선택했고, 2000원대가 넘는 고가 주유소는 세차, 음료 제공 등 서비스 차별화로 승부를 걸고 있는 형국이다.

이와 함께 정유·석유화학업계는 국제유가가 폭락하기 전 확보한 재고 물량으로 인해 엄청난 손실을 겪고 있는데다 국제유가 하락폭 대비 국내 가격을 더 내렸는데도 정부가 압박을 가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한다.

정유업계와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으로 환율을 감안한 국제 휘발유 가격은 ℓ당 455.2원으로 연초(1월 첫째주)보다 327.5원 감소한 반면 정유사의 세전 휘발유 가격은 877.1원에서 541.4원으로 335.8원이나 감소했다.

하지만 유가의 절반을 차지하는 유류세로 인해 주유소 판매가는 작년 1월 셋째주 1887.6원에서 12월 다섯째주 1594.9원으로 292.7원밖에 내리지 않았다. 유가하락을 일반인이 체감하지 못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는 게 업계의 주장이다.

한국은 유가에 고정 세율을 적용하기 때문에 휘발유 판매가에서 세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1월 49%에서 12월 말 56%까지 커졌다.

결국 유류세 인하가 선행되지 않는 한 정부의 석유제품 인하 유도정책은 논란과 갈등만 확산시킬 것으로 보인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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