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원하늘숲길트레킹

스포츠조선

현대중공업, '죽음의 공장'? 1년간 13명 사망

장종호 기자

기사입력 2015-01-05 09:43


한 해 동안 12건의 산업재해(산재) 사고로 13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기업이 있다. 평균 한 달에 한 명꼴로 가히 '죽음의 공장'이라고 불릴 만하다.

이런 오명을 쓰고 있는 곳은 바로 재계 순위 8위 현대중공업그룹이다. 지난해 현대중공업에서만 10명, 그리고 현대삼호중공업에서 2명, 현대미포조선에서 1명이 각각 사망했다. 사망자 대부분은 협력업체 직원들로 작업 중 발생한 사고가 원인이다. 국내 10대 그룹에다 세계 조선 1위 기업인 현대중공업이 강조한 '안전 경영 강화'가 무색하기만 하다.

게다가 정치권에서 산재 은폐 의혹을 지속적으로 제기하고 있어 지난해 9월 구원투수로 전격 투입된 권오갑 현대중공업 사장은 곤혹스런 상황이다.

"불법 다단계도급구조가 산업재해 위험 높여"

지난해 12월 27일 오후 2시쯤 울산시 동구 현대중공업의 해양산업본부에서 협력업체 직원 이모씨(22)가 엘리베이터 구조물에 끼여 숨졌다.

이씨는 당시 엘리베이터 시험 운전을 위해 내부 케이블 정리 작업을 하던 중 사고를 당했다.

사고 직후 이씨는 곧바로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끝내 숨진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중공업 노조원들은 전원을 차단해 놨는데 누군가 올렸으며, 작업 현장에 아무도 없었다고 제보했다.


사망한 이씨는 협력업체 직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노조 게시판에는 '명복을 빈다', '안타깝다'는 글과 함께 회사 측의 진정성 있는 대책을 촉구하는 항의 글이 쏟아졌다.

고용노동부 울산지청은 사고 직후 해당 작업장에 대해 작업중지 명령을 내리고 사고 원인과 관리감독, 안전수칙 준수 여부 등을 조사 중이다.

이에 앞서 지난해 11월 27일에는 조선사업부 도장 1부에서 근무 중이던 사내 하청업체 직원 이모씨(51)가 전일 선내 격실에서 청소 작업을 하다가 높은 곳에서 선내 바닥으로 떨어져 숨졌다. 이씨는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이튿날 사망했다.

이인영 의원(새정치민주연합)에 따르면 2014년 현대중공업·계열 사망자 13명 가운데 11명은 산재사고로, 1명은 질병, 다른 1명은 자살로 결론이 났지만 국정감사에서 지적을 받음에 따라 재수사가 진행 중이다.

사망사고·산재사고가 발생할 때 마다 현대중공업은 안전환경실 설치, 사고위험 경보제 도입 등의 안전 대책을 내놨지만 결국 실효성이 없었다는 얘기다.

이에 현대중공업이 보다 고강도의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 실행에 옮겨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현대중공업의 잇따른 사망사고 발생에 대해 이 의원은 "현대중공업의 불법 다단계도급구조가 작업장 안전관리를 어렵게 하고, 산업재해의 위험을 높이고 있다"고 지적한 뒤 "현대중공업 사망자의 대부분은 사내협력업체에 간접 고용된 노동자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이어 이 의원은 "지난 4년간 현대중공업이 무려 8조2000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는 동안 협력업체는 낮은 이윤을 만회하기 위해 불법다단계도급을 시행해 왔고, 사업장의 안전관리는 뒷전으로 밀려 조선산업의 노동자들에게는 죽음의 조선소가 되어 왔다"고 덧붙였다.

산재 은폐로 5년 1000억원 보험료 할인받은 의혹 제기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현대중공업은 산재를 은폐해 지난 5년간 1000억원에 가까운 산재보험료를 할인받았다는 의혹이 계속 제기돼 왔다.

은수미 의원(새정치민주연합)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이 2009년부터 2013년까지 5년 동안 할인받은 산재보험료는 955억여원에 이르는 것으로 드러났다.

산재보험료는 산재사고 처리가 늘어나면 할증되고, 줄어들면 할인된다. 즉, 현대중공업은 산재처리 건수가 줄어 보험료 할인 혜택을 받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에 대해 은 의원은 현대중공업이 위험한 작업을 외주화하거나 산재를 은폐해 경제적 이익까지 취했다고 주장했다. 금속노조 현대중공업 사내하청지회는 2013년 3월 2주 동안 현대중공업과 그 계열사인 현대미포조선 작업장이 있는 울산 동구 지역 정형외과를 방문 조사해 106건의 산재 은폐를 적발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은 의원은 "노동부에 확인해보니 2013년 9월 조사 종결된 13건 중 11건이 실제 산재가 은폐된 것으로 결론 났다"고 밝혔다.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심상정 의원(정의당)도 "현대중공업의 외주화가 많아지는 것이 산재 은폐를 위한 위험의 외주화가 아닌지 주목하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에 대해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사망사고가 잇따라 발생해 죄송스럽다. 앞으로 재발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고 안전교육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또한 산재 은폐 의혹에 대해 그는 "절대 있을 수 없다"고 강력히 부인하며 "협력사들이 원청업체인 현대중공업의 눈치를 보고 산재를 알리지 않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고 조심스레 답했다. 이어 그는 "근로자들의 산재 신청이 근로복지공단에서 받아들여지지 않는 경우도 있으며 산재를 은폐하려는 어떤 시도도 없다"고 덧붙였다.
장종호 기자 bellho@sportschosun.com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