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를 출산한 후 3년 여 동안 육아에 전념했던 김미애씨(32)는 재취업을 준비하고 있다. 취업에 필요한 서류를 마련하기 위해 건강검진을 받은 김 씨는 위장에 작은 크기의 용종이 여러 개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위장 용종은 치료내시경으로 간단하게 제거할 수 있다. 하지만 김 씨가 검진을 실시한 병원에는 치료내시경 시술이 도입돼 있지 않아 또 다른 병원을 찾아야 한다.
위장 용종은 상황이나 크기에 따라 위암으로 발전할 가능성도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일정에 쫓기다 보니 별 생각 없이 건강검진에 나섰다"는 김 씨는 "검진 이후 시술까지 고려했다면 검진 병원의 의료 인프라를 보다 꼼꼼하게 고려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국립암센터에 등록된 위암 추이를 보면 전 연령대의 위암 발생률이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거나 줄어드는 경향을 보였다. 하지만 유독 40대 여성에서만큼은 1999년에서 2011년까지 위암 발생률이 22%나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국가적인 건강겅진 사업으로 인해 40대 여성의 위 내시경 검사가 활발해진 점에 주목하고 있다. 30대에 발생한 위암이 위 내시경 검진을 통해 40대에 발견됐을 가능성도 높다.
위암은 종양이 점막층과 점막하층에 분포하는 조기위암과 점막하층을 지나 근육층 이상의 단계로 진행되는 진행성위암으로 나뉜다. 조기위암의 경우에는 5년 간 생존율이 100%에 이른다. 때문에 내시경 등의 검사를 통해 발생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30대 여성은 위 내시경 검진 사업 대상자에 포함되지 않아 직접 병원을 찾지 않으면 암 발생 여부를 확인하기 어렵다.
에이치플러스 양지병원 건강증진센터 유태호 센터장은 "30대 여성은 암 가능성이 낮다는 의식이 팽배하고, 검사 자체에 대한 두려움도 커 상대적으로 검진에 응하는 경우가 많지 않다"며 "가족력이 있거나 위암 징후가 있었다면 2년에 한 번씩은 위 내시경을 받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실제로 지난 2013년 위 내시경 검사를 위해 에이치플러스 양지병원을 찾은 30대 여성은 전체 위 내시경 검사 대상자의 0.25%에 그쳤다.
-진단부터 종양제거까지 가능한 치료내시경
젊은 여성의 위암에는 미만형 위암 비율도 높아 더욱 위험하다. 다른 조직으로의 전이가 빠르고 항암치료가 어려운 미만형 위암은 여성호르몬의 분비가 활발한 성인 여성에게서 두드러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검진 등을 통해 조기에 발견된 암은 시술이 상대적으로 간단하고, 생존율도 높다. 최근에는 한번의 내시경으로 종양제거까지 가능한 치료내시경이 도입돼 내시경 검사의 중요성에 더욱 무게를 싣고 있다.
조기 발견된 종양을 떼낼 수 있는 내시경 점막하 박리술(ESD)은 내시경에 달린 기구로 병변 아래의 점막을 제거해 외과적 절개가 필요 없다. 치료내시경은 조기위암 진단 및 치료뿐 아니라 내시경적 식도확장술, 체내 스텐트(관) 삽입술 등을 비롯해 위로 직접 튜브를 삽입해 음식을 공급할 수 있도록 하는 경피 내시경적 위루술(PEG) 등에 두루 사용된다. 상당히 민감한 시술이기 때문에 시술자의 경험과 전문성을 요한다.
양지병원 박재석 소화기병센터장은 "검진을 위한 의료기관을 선택할 때는질환이 발견됐을 때 추가적인 치료나 시술까지 염두에 두고 적합성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며 "30대 여성의 위암 위험성이 대두되고 있는 만큼 치료내시경 도입 여부나 시술횟수 등의 조건도 꼼꼼하게 따져보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나성률 기자 nas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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