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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카라만 빼고 전부 바른 이 남자, 중국을 호령한다.
주인공은 아모레퍼시픽의 서경배 회장. 서 회장은 어떤 제품이든 신제품이 출시되기 전에 직접 다 써보기로 유명하다. 하지만 그도 사용해보지 못한 제품이 있다니, 바로 마스카라다. 최근 중국에서 열린 '상하이 뷰티사업장' 준공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서 회장은 "마스카라만 빼고 전부 쓴다. 마스카라는 제가 아직 실력이 부족해서…"라고 농담 섞인 설명으로 취재진에 큰 웃음을 안겼다.
서 회장은 이런 철저한 제품 관리를 앞세워 오는 2020년까지 아모레퍼시픽을 '글로벌 톱5' 화장품 회사로 키울 예정이다. 그리고 그 첫번째 기둥인 중국에 당분간 '올인'한다.
아모레퍼시픽은 이를 위해 1300억원을 들여 상해 뷰티사업장을 대폭 확대했다. 기존 공장의 면적과 생산능력을 10배 늘린 것. 이곳에는 생산 공장과 연구시설, 물류센터 등을 모두 갖췄으며 연간 1억개의 화장품을 생산할 수 있다.
이걸로 끝이 아니다. 서 회장은 "중국 시장의 성장세를 고려해 2020년까지 생산능력을 2배가량 추가로 늘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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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가운데 아모레퍼시픽은 지난해 전체 해외매출액 5399억원 중 중국시장 매출이 62.7%인 3387억원에 달한다. 아모레퍼시픽이 중국에 처음 진출한 것은 지난 1992년. 그리고 지난 2002년 라네즈라는 브랜드를 중국시장에 처음 론칭해 현재 중국내 336개 백화점에 라네즈 매장을 운영 중이다.
2005년에는 마몽드를 중국 시장에 론칭, 현재 중국 전역에 806개 백화점 매장 및 1676개 전문점을 보유하고 있다. 또 2011년에는 설화수를 론칭했고 2012년 이니스프리, 2013년 에뛰드하우스까지 총 5개의 브랜드를 중국시장에 진출시켰다.
그렇다고 아모레퍼시픽의 중국 시장 진출 과정이 수월했던 것만은 아니다. 서경배 회장은 "2000년대 중국에서 우리는 무명기업이었다. 무명에서 브랜드 인지도를 올려 나가기 위해 노력했다"며 "우선 중국시장에 영향력이 있는 홍콩시장과 상하이에 역점을 뒀다"고 전했다.
이어 "우리가 중국에 대해 다 안다고 생각하지만 들여다 보면 모르는 것 투성이다. 일하는 과정에서 오해들도 적지 않았다"며 "이런 오해를 극복하기 위해 많은 한국직원들을 중국에 보내 교류하기도 하고 반대로 중국인들을 초청하기도 했다. 상대적으로 알려지지 않은 기업이었기 때문에 소비자들을 설득하는 모든 과정이 쉽진 않았다"고 소회했다.
실제로 서 회장이 중국 본격 진출 이후 서 회장이 중국을 방문한 횟수는 150여회에 달한다. 말 그대로 발로 뛰는 '현장 경영'으로 광활한 중국 대륙을 호령하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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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모레퍼시픽의 대약진에도 중국 시장에서는 여전히 서구권 화장품 회사들이 시장 선두를 차지하고 있다. 이와 관련 서 회장은 "차별화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서양기업들은 서양기업 나름대로의 이미지를 만들어 가는 것이고 우리는 우리 나름의 브랜드를 만들어가고 있다"며 "동양의 지혜, 동양이 만들 수 있는 서양과 완전히 다른 상품을 만들어보자 해서 탄생한 게 설화수 브랜드이다. 설화수는 지금 동양권 소비자들에게 많은 지지를 받고 있지만 앞으로 '다른 것'을 원하는 서구권 소비자들에게도 많은 사랑을 받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중국 현지 브랜드들과의 경쟁도 피할 수 없다. 서 회장은 "현재는 우리가 중국에 진출한 회사 중에서는 성장률이 제일 높은 편이다. 하지만 올해 들어 중국 시장에서의 현지업체들 자체 생산비중이 50%를 넘어섰다. 얼마나 빠르게 소비자에 대응하느냐 하는 것이 관건이다"며 "생산시설을 크게 키우기도 했고 앞으로 연구개발을 늘려 중국 로컬기업, 세계 모든 기업과 경쟁하게 될 것이라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상해=전상희 기자 nowater@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