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문화유산을 배경으로 펼치는 문화재 활용축제의 전형…8~10일 개최
가을이 깊어 가는 즈음 세계문화유산 '수원화성'을 배경으로 펼치는 문화재 활용축제가 풍성하고 운치 있는 가을 이벤트를 예고한다. 올해로 51회째를 맞은 '수원화성문화제'가 그것으로, 8일부터 12일까지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행궁로 소재 수원화성행궁 일원에서는 다양한 체험-재현 이벤트가 펼쳐진다. '왕의 놀이터-모두가 왕이 되는 곳'이라는 주제로 열리는 이번 축제는 가을의 수확만큼이나 프로그램도 다양하다. 정조대왕의 행차를 알리는 개막 연을 시작으로, 정조대왕의 모친 혜경궁 홍씨의 회갑연, 부친 사도세자의 묘소 현륭원(지금 융릉) 참배를 위한 을묘년 원행(遠行), 정조 대왕 친림 과거시험 등의 재현 이벤트를 비롯해, 역사 샘과 함께하는 화성골든벨, 방화수류정 달빛음악회, 짚신신고 화성걷기 등 다양한 보고 즐길 거리가 펼쳐져 문화역사축제의 전형을 맛볼 수 있다.
수원=김형우 여행전문 기자 hwkim@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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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화성은 세계문화유산이자 국내 글로벌 관광자원의 대표 격으로 통하는 우리의 빛나는 자산이다. 이처럼 유서 깊은 공간에서 펼쳐지는 수원화성문화제는 시간의 문을 두드리는 '과거로의 여행'에 다름없다. '효' 문화의 근원지인 화성 및 화성행궁에서 재현되는 문화재활용 이벤트는 옛 사람들의 체취를 느끼고 사유할 수 있는 값진 문화체험여행의 장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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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화성문화제의 하이라이트는 단연 '정조 대왕 능행차'다. 정조 대왕과 어머니 혜경궁 홍씨 그리고 1600여 명의 군사와 신하, 70여 필의 말이 참여하는 매머드급 이벤트로 조선 정조대왕의 왕실 행차를 실감나게 재현한다. 1776년 조선 제22대 국왕으로 즉위한 정조대왕은 비운에 세상을 뜬 아버지 사도세자의 묘를 1789년 수원부 화산(현 화성군 태안읍)으로 옮기고 자주 참배하였는데, 참배시 행했던 왕의 행렬을 재현하는 것이다. 13차례의 화산 능행차 중에서 가장 큰 규모로 시행됐던 1795년 윤2월 능행차를 기록한 '원행을묘정리의궤'의 반차도 그림에는 사람이 1505명, 말 516필이 나타나 있다, 그림에서 생략된 인원을 합하면 사람이 1807명, 말이 796필로, 당시 행사에 동원된 전체인원은 사람이 5661명, 말이 1417필로 기록돼 있다. 수원시에서는 이 행렬을 세계 최대의 가두 퍼레이드로 발전시키기 위해 화성 축성 200주년 기념사업의 일환으로 지난 1996년부터 매년 능행차를 실시해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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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금번 축제의 능행차 뒷부분에는 시민, 단체, 기업, 해외관광체험단 등 25개 팀 1400여 명이 참여해 대형 시민퍼레이드도 펼친다. 능행차의 주역인 정조대왕과 혜경궁 홍씨 또한 전야제때 선발된 수원시민으로, 시민과 관광객 모두가 참여하고 즐기는 축제의 중심이 된다. 이와 함께 왕의 귀환을 환영하는 해외전통예술단, 길마재 줄다리기, 저글링, 비보이 등 다양한 공연이 함께 펼쳐진다.
한낮의 성대한 행렬이 끝나고 어둠이 내리면 연무대에서는 무예 공연 '달의 무사'가 막을 올린다. 밤하늘을 환히 밝힌 달빛 아래 펼쳐지는 공연에는 수백 명의 무사들이 출연해 지상무예와 마상무예, 원앙진법과 사자춤 등 화려한 무예를 재현한다. '달의 무사'는 빛과 소리에 중점을 두고 시각적인 입체감을 살린 극이다. 수원화성에 담겨있는 달, 불, 꽃, 바람, 물, 나무 등의 이미지를 무용과 퍼포먼스, 조명, 그리고 음향으로 화려하고 아름답게 구현한다. 정조대왕의 친위대인 무예24기 장용영 군사들이 부국강병을 염원하는 상징적 요새인 수원화성에서 국왕을 향한 퍼포먼스를 선보인다. 그래서 달의 무사는 모두가 왕의 시야에서 공연을 관람하는 셈이라는 게 제작진의 설명이다.
'원행을묘정리의궤'에 따라 복식-궁중음식-의례 등에 중점을 두어 재현하는 '혜경궁 홍씨 진찬(회갑)연'도 볼만하다. 조선시대 궁중의례의 정수였던 어머니 혜경궁 홍씨의 회갑연을 재현하는 행사로 정조대왕의 효심을 재차 느낄 수 있는 이벤트다. 또한 원행을묘정리의궤의 기록에 근거해 전통복식 및 의례절차를 준수하여 수원-화성-오산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서예인을 선발, 재현한 '정조대왕 친림과거시험'은 을묘년 수원원행 때 진행되었던 '낙남헌 문무과 별시'가 그 근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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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준 높은 공연물도 한 가득이다. 우선 방화수류정 달빛음악회를 빼놓을 수 없다. '달고나'라는 브랜드로 달빛아래 수원화성의 고색을 배경삼아 풍류를 즐기고자 극의 형태를 띠고 있는 공연으로, 수원화성의 상설브랜드공연이다.
수원화성문화제 기간에 열리는 '연희음악극 깨비난장'도 흥미롭다. 깨비들과 사람들이 함께 재미지게 어울려 사는 평화로운 마을에 성난 사자가 나타나면서 마을 축제를 방해하려는 사자와 사람을 지키고 축제를 무사히 끝내려는 깨비들과의 한판 승부가 벌어진다.
동북각루의 아름다운 야경과 용연의 공간미를 배경으로 거리극, 퓨전국악실내악, 사자춤, 비보이, 버나놀이, 아크로바틱, 재주넘기, 뮤지컬 등 다양한 장르를 통해 춤깨비, 버나깨비, 재주깨비 등이 신나는 재주마당도 펼친다.
또 궁중의상을 입고 비밀을 찾아내는 스토리텔링 런닝맨 '추적! 행궁 미스터리를 풀어라!'를 비롯해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한 영화에 쏭내관의 유려한 역사해설과 퀴즈를 곁들인 '알고 보면 The 재미있는 史극영화'도 볼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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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처음 선보이는 공공예술프로젝트 예술별천지 '무능도원'(無能桃源)은 축제를 즐기려는 인파 속에 섞여든 상상물고기, 감수성, 3some, 에코정원을 화성행궁광장에 설치해 지상낙원을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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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궁에서 팔달문으로 이어지는 공방거리는 서각, 칠보, 한지, 가죽, 염색 등 전통 수공예점이 모여 있고 지동시장, 영동시장 등 팔달문시장에서는 전통시장의 체험할 수 있다.
수원문화재단 김정수 대표는 "우리의 대표적 세계문화유산이자 정조대왕의 자취가 담겨 있는 수원화성에서 글로벌 문화관광 콘텐츠를 지향하는 문화재활용축제를 벌였다"면서 "배움과 재미가 어우러진 흥겨운 가을잔치에 온가족이 놀러와 역사와 가을의 향취를 흠뻑 맛보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수원화성문화제(http://www.shcf.kr) (031)290-3522/ 35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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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는 길= 경부고속도로 동수원IC~창룡문4가 직진~종로4가~팔달문 로터리~종로 사거리 좌회전~화성행궁
◇대중교통=전철 (서울~수원) 오전 5시 20분부터 (10분 간격 운행) / 수원역~수원 종로사거리(화성행궁 앞) 2, 7, 7-2, 8, 13번 버스 운행
먹을거리=수원은 옛날식 통닭이 유명하다. 가마솥에 튀겨낸 옛날 시장 통닭으로 추억을 함께 맛보게 된다. 수원 남문(팔달문) 인근에는 아예 통닭거리가 형성되어 있다. 1마리 1만 4000~1만 5000원 선. <사진 제공=수원문화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