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G생명보험이 각종 편법 및 불법행위를 저질렀다가 적발돼 금융감독 당국으로부터 중징계를 받았다.
자살보험금 560억원, 약관 어기고 미지급
2년마다 이뤄지는 금감원의 종합검사에서 ING생명이 무엇보다 자살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은 것이 최대 이슈로 떠올랐다. 자살보험금의 미지급 건은 이번 ING생명의 검사과정에서 처음으로 드러났다. 금융위는 삼성생명과 교보생명, 한화생명 등 대다수 다른 생명보험회사들도 자살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은 사실을 파악, 곧 해당 보험사에도 지급명령을 내릴 예정이다.
하지만 ING생명은 2004년 3월부터 2013년 9월 사이에 관련 사고로 인정된 428건의 보험금 청구건에 대해 보험금 432억원과 지연이자 128억원 등 560억원을 지급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ING 생명은 2년 후 자살한 경우에도 약관과는 다르게 재해가 아닌 일반사망으로 간주, 이에 따른 보험금을 지급해왔다. 일반적으로 재해로 인한 사망 시 일반 사망에 비해 2배 정도 많은 보험금을 받을 수 있다.
금융위는 ING생명 측에 재해사망 특약에 따른 미지급 보험금 및 지연이자의 조속한 지급방안을 마련한 뒤 이를 이행하라고 주문했다.
이에 대해 ING생명 관계자는 "자살은 재해가 아니다. 약관에 표기상의 오류가 있었을 뿐"이라며 감독 당국의 결정에 전적으로 승복할 수 없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재해사망특약 약관의 표기오류는 우리 회사뿐만 아니라 업계 전반의 문제"라며 "충분한 검토를 거쳐 자살보험금 지급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생명보험회사들과 공동보조를 취하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시민단체들은 생명보험회사들이 미지급 자살보험금을 즉시 지급할 것을 촉구하고 나섰다. 소비자연맹은 "금융위의 이번 결정은 적절하다"며 "만일 금융당국의 결정에 불복해 지급거부 소송을 제기할 경우 다른 시민단체와 연대해 상품 불매운동을 펼치겠다"며 ING생명을 비롯한 생보사들을 압박했다.
민원 감축에도 무신경…민원 발생 평가에서 최하위
ING생명은 기존보험계약 소멸 전후 6개월 이내에 새로운 보험계약을 체결하는 경우 보험계약자 또는 피보험자에게 기존 보험계약과 새로운 보험계약의 중요사항을 비교 안내해야 하는 보험업법상의 의무도 위반했다.
ING생명은 전산프로그램 오류로 2011년1월부터 그해 10월까지의 기간 중 이뤄진 일시납 계약 57건에 대해 가입과정에서 비교안내를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변액보험의 중도인출금 및 보험계약 대출금의 지급업무도 엉터리로 이뤄졌다. 전산 프로그램 오류로 2011년 8월부터 2013년 3월 사이에 무배당 파워변액 유니버셜종신보험 계약 6건과 관련, 기초서류에서 정한 중도인출 및 보험계약 대출 범위를 초과해 총 83억원을 가입자에게 과다 지급했다. ING생명은 2013년 10월 뒤늦게 이를 회수조치 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민원감축을 위한 노력도 소홀히 한 것으로 나타났다. ING생명은 지난 2009년부터 2012년까지 4년 연속 금감원의 민원발생 평가에서 최하위인 5등급을 받았다. 하지만 지역별 영업본부장을 계약직 모집종사자가 담당하도록 조직 체계를 운영, 민원을 포함한 고객의 불편해소를 위한 본사 정책이 지역본부 및 지점에 심층적으로 전달되지 못할 소지가 있었다고 금융위는 지적했다. 금융위는 "앞으로 지역본부의 영업 본부장은 게약직 모집 종사자가 아닌 회사 임직원이 담당하도록 하라"고 지시했다.
ING생명은 2011회계연도 및 2012회계연도의 경영자문료로 당시 대주주인 ING 네덜란드 본사에 수십억원의 경영자문료를 지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금융위원회는 이 자문료가 2010년도에 비해 크게 증가해 이의 적정성 여부를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송진현 기자 jhson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