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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구-정의선 부자의 후계 승계 구축 최대 장애물은?

조완제 기자

기사입력 2014-06-04 18:13


지난 1월말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현대제철 근로자 사망 소식을 듣고 불같이 화를 냈다고 한다. 현대제철은 지난 2012년 9월 이후 17명의 사망자가 발생해 '죽음의 공장'으로 불린다. 최근 정 회장은 외동아들인 정의선 현대차그룹 부회장으로의 경영권 승계를 진행 중인데, 지배구조 개편도 문제이겠지만, 현대제철 등 주력사의 산업재해·안전사고가 승계 과정에서 치명적인 악재가 될 수 있다는 것이 재계·노동계의 시각이다. 세월호 참사 이후 안전 문제가 한국 사회의 핫 이슈로 대두됐기 때문이다. 그런데 현대차그룹은 산업재해·재해사고 건수가 국내 기업 중 가장 많은 곳이다. 과연 정몽구-정의선 부자는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고 총수 자리를 무난히 대물림할 수 있을까.

금속노조, "현대제철 산업재해 정몽구 회장이 책임져야"

현대차그룹은 현대차, 현대제철, 현대로템 사업장(공장)을 전국 곳곳에 두고 있다. 그런데 산업재해가 가장 많은 곳이 자동차, 중공업, 철강, 건설업종으로 현대차그룹은 이들 사업을 주력으로 하고 있다. 그렇다보니, 다른 그룹보다 상대적으로 산재 위험에 더 많이 노출돼 있다. 실제로 고용노동부 자료에 따르면 2009년부터 2013년까지 5년간 산재 숫자가 가장 많은 곳이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이고, 2위는 기아자동차 화성공장이 차지했다<표 참조>. 모두 현대차그룹 주력사의 사업장인 것. 현대차그룹 측은 "자동차산업 특성상 반복되는 작업으로 인한 근골격계 질환이 산재로 인정되는 경우가 많아 이렇게 숫자가 높다"면서 "사업장에 근로자수가 많은 것도 한 이유"라고 해명했다.

현대제철의 산재 건수도 만만치 않다. 특히 지난해 5월 아르곤가스 누출로 5명이 죽었고 같은 해 11월에도 비슷한 사망사고가 있었다. 다만, 고용노동부 자료에는 2013년 사망자수가 '0'으로 나오는데, 이는 하청업체 직원들이 사망했기 때문이다. 현대제철 당진공장에는 7700여명, 순천공장에는 500여명의 하청노동자가 근무하고 있다.

올 들어서도 이런 산재 발생은 그치지 않았다. 지난 1월 20일에도 역시 안전사고로 1명이 사망한 것. 이와 관련, 현대제철이 소속된 전국금속노동조합은 지난 1월 24일 집회를 갖고 "고용노동부의 직무유기요, 근본적인 안전대책을 세우려는 현대제철 정몽구 회장의 의지가 없음을 여실히 보여주는 것"이라며 정 회장에게 응분의 책임을 묻겠다고 까지 했다.

결국 정몽구 회장은 2주일 후인 지난 2월 7일 현대제철을 전격 방문해 위험지역 등을 둘러보고, 안전 설비와 안전원칙 준수 여부 등을 점검했다. 안전예산도 당초 1200억원에서 5000억원으로 4배 이상 늘리겠다고 했다. 정 회장은 "안전은 기업 경영의 최우선 가치임을 명심해야 한다"면서 "중대한 재해사고가 재발할 경우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엄중 문책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금속노조 등의 압박이 정 회장에게 상당한 부담이 됐음을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현대차 '직업성 암' 등 산재 해결은 경영권 승계의 관문될 듯

지난달 14일 삼성그룹은 지난 2007년 삼성전자 기흥 반도체사업장에서 근무한 황유미씨가 사망한 뒤 7년을 끌어온 백혈병 산재를 처음으로 사과하며 합당한 보상을 하겠다고 밝혔다. 책임 없다는 입장에서 공식 사과로 선회한 것을 놓고 재계에서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으로의 경영권 승계 작업과 무관치 않을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후계 승계 과정에서 터져 나올 수 있는 악재들을 미리 차단하고 우호적 여론을 조성하려는 사전 포석이라는 얘기다.

현대차그룹은 삼성그룹보다 더 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다. 현대차그룹은 산재가 많은 업종이 주력이라서 이런 '리스크'에 고스란히 노출돼 있다. 게다가 노조가 없는 삼성그룹과 달리 현대차그룹은 강성노조가 있다. 현대차도 삼성의 백혈병처럼 '직업성 암'과 같은 풀어야할 숙제가 있다. 직업성 암은 근로자가 생산 현장의 유해 요인에 노출돼 발생하거나 진행이 촉진된 암의 일종이다. 현대차와 기아차에는 백혈병·폐암·갑상선암·담관암·직장암 등에 시달리는 근로자가 적지 않다고 한다. 노조 측은 피해 노동자들이 완성차 공장에서 20~30년간 일을 하며 교대제와 야간근무에 따른 만성피로, 열악한 작업환경, 각종 발암 독성물질로 인해 직업성 암을 얻게 된 것이라 주장하고 있다

현대차 노조는 지난 2011년부터 금속노조와 함께 직업성 암에 걸린 근로자의 원활한 치료와 보상을 위해 집단산재 신청 사업을 추진해 왔다. 임금 협상에 의한 파업 외에도 산재가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해 현대차 근로자 7명이 직업성 암으로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산업재해를 승인받았다. 하지만 이는 피해 근로자 중 일부만 인정받은 것이고 앞으로는 크게 늘어날 것으로 현대차 노조는 보고 있다.

이와 관련, 현대차그룹의 중견간부는 "삼성그룹이 백혈병 산재로 이미지에 큰 타격을 받았는 데, 우리(현대차그룹)는 자동차·철강·건설 등 산재가 많이 나는 업종을 주력으로 하고 있어 (정몽구-정의선 부자가) 경영권을 승계할 때 이 문제를 어떻게 잘 처리하느냐가 그룹 리스크 관리에서 중요한 부분이 될 것 같다"고 예상했다.

10대 그룹의 한 임원도 "산재나 재해사고는 삼성 뿐만 아니라 현대차에서도 후계 승계의 큰 관문이 되지 싶다"면서 "삼성이 백혈병을 처리하면서 한국 사회와 소통을 시도한 것처럼 현대차도 이 문제를 적극적으로 나서서 처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물리적인 승계는 자금 등으로 얼마든지 가능하겠지만, 임직원들로부터 진정한 최고경영자(CEO)로 인정받고, 한국 사회에서 꼭 넘어야 할 '국민정서법'의 승인을 받아 승계를 확정짓는데 있어 최대 장애물은 바로 산재라는 것이 현대차 안팎의 대체적인 시각인 셈이다.
조완제기자 jwj@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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