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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력을 보면 숨가쁘다.
지난해 11월 박 이사는 전북 고창군에 있는 고창CC와 이색 계약을 했다. 골프장 오너에게 연간 임대료를 지불하고 골프장 경영을 통째로 맡게 됐다. 그리고 나온 첫 번째 성과물은 18홀 주중 그린피 3만원, 주말 그린피 5만원. 여기에 노캐디 시스템이라는 파격행보를 이어갔다. 캐디없이 플레이하고 싶으면 혼자 볼을 쳐도 된다. 국내 골프장의 캐디피는 4인 플레이 1팀 기준으로 10~12만원. 노캐디 플레이를 하면 1인당 2만5000원에서 3만원을 절약할 수 있다. 골프에 애정이 특별한 몇몇은 캐디없이 스스로 거리를 측정하고, 클럽을 선택하며, 그린 라인을 살피는 것을 즐긴다. 노캐디 시스템은 실리와 전문성을 동시에 잡았다는 평이다.
반응은 폭발적이다. 1,2월 한시 이벤트로 스크린골프 수준의 그린피를 내걸었지만 새벽 타임은 싸고, 따뜻한 낮 타임은 비싼 '반쪽 이벤트'가 아니다. 시간에 상관없이 그린피는 동일하다. 이미 1월은 풀부킹, 2월 예약도 빠르게 채워지고 있다.
골프에 매료된 것은 2003년이었다. 아내의 유학 때문에 미국으로 갔다. 집앞 동네 골프장의 그린피는 우리돈 50만원. 한 번이 아니라 1년 그린피였다. 자유롭게 매일 운동하듯 골프를 즐겼다. 70대 노인이 아들과 손자를 데리고 동반 라운드 하는 모습에 감명을 받았다. '생활속 골프를 더 많은 이들이 접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뇌리에 박혔다. 그때부터 골프인의 삶을 구상했다.
골프 프로자격증을 따고 다른 이에게 골프 스윙을 가르치지만 여전히 그에게 골프는 '호흡'이다. "즐겁지 않으면 골프는 의미가 없죠. 운동이 아니라 노동이 돼서도 안되고요. 좀더 많은 이들이 골프의 즐거움을 알아갔으면 해요."
그가 배출했던 골프 아카데미 학생들은 몇년이 지난 지금도 그를 '인생의 교장선생님'으로 기억한다. 단순한 스윙이 아니라 매너, 남을 배려하는 마음, 스스로를 이겨내는 인내 등 골프속에 담긴 삶의 키워드를 배웠다는 의미다.
박 이사는 "그린피를 절반 이하로 책정했지만 매출은 전년 대비 오히려 대폭 상승했습니다. 골프장 경영에 개선 여지가 많음이 입증됐습니다. 이는 고비용 때문에 필드를 마음껏 접할 수 없었던 골퍼들에게 향후 기분좋은 뉴스가 될겁니다"라고 웃는다.
국내 골프장 500개 시대. 1980년대 18홀당 연간 내장객수는 3만명 수준이었다. 1990년대 중반 IMF 직전 18홀당 연간 내장객수는 8만명으로 정점을 찍었다. 이후 우후죽순처럼 생겨난 골프장은 공급 과잉을 불러왔다. 지금은 18홀당 내장객수는 6만2000명 수준. 제주도를 시작으로 지방 골프장은 경영난을 호소하고 있다. 골프인구는 완만하게 증가하고 있으나 스크린골프의 활성화 등으로 실제 필드로의 신규 골퍼 유입은 마이너스 성장이다.
박 이사는 "고창CC가 위탁경영 1호입니다. 마음속 목표는 50호 골프장입니다. 2호 골프장과 3호 골프장은 현재 협의중에 있습니다. 생갭다 진행이 빠릅니다"라고 말한다.
수요자 중심을 꿈꾸는 '반값 골프장의 반란'. 고창CC의 1월은 지금, 뜨겁다. 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