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아이 괴롭히는 겨울 장염, 면역력 탓일까, 위생습관 탓일까

나성률 기자

기사입력 2013-11-14 15:21 | 최종수정 2013-11-14 15:21


얼마 전 지방의 한 고등학교에서 급식을 먹은 학생 70여 명이 구토와 설사 증세를 보여 보건당국이 역학 조사에 들어간 바 있다. 또 질병관리본부에서 발표한 최근 자료에 따르면 추운 계절에 기승을 부리는 노로 바이러스의 검출이 3배나 증가했다고 한다.

흔히 배앓이나 장염, 식중독은 세균 증식이 빠르고 음식물이 상하기 쉬운 여름철에 유행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겨울 장염이나 식중독의 원인균인 노로 바이러스는 기온이 떨어져도 왕성하게 활동한다.

-감염에 취약한 5세 미만 영유아, 겨울 장염 주의보

소화기가 불안정하고 면역력이 약한 5세 미만의 영유아들은 노로 바이러스에 감염될 확률이 높다. 노로 바이러스는 소량으로도 인체 감염이 가능해 아이들이 단체생활을 하는 어린이집, 유치원도 안전하다고는 볼 수 없다. 특히 사람들이 자주 오가는 공중 화장실의 기저귀 가는 곳, 실내 놀이터, 마트의 쇼핑카트 손잡이, 심지어 수도꼭지 등에 묻어 있던 바이러스와 직간접적으로 접촉해도 감염될 수 있다. 그만큼 청결한 환경과 개인위생이 잘 지켜져야 한다.

게다가 겨울 장염은 여름 폭염에 지친 아이의 체력과 면역력의 틈을 뚫고 발병하기 쉽다. 장은 면역의 70% 정도를 담당하고 있는데, 아이들은 면역력이 완전하게 갖춰지지 않아 약한 조건에도 장에 염증이 생길 수 있다. 면역력이 탄탄하다면 나쁜 기운이 들어왔을 때 스스로 이겨낼 수 있지만, 소화기도 약하고 면역력도 바닥인 허약한 아이들은 쉽게 배앓이를 하거나 겨울 장염으로 고생하게 된다.

-심한 구토와 설사로 탈수 증상 일어나지 않도록 돌봐야

장염은 열이 나면서 감기처럼 시작한다. 그러다 구토나 복통이 시작되고 설사로 이어진다. 유치원에 다니는 아이들은 복통 때문에 잠을 못 이뤄 피곤해하거나 두통을 호소하기도 한다. 증세가 심한 장염이 어린 아이들에게 위험한 이유는 자칫 탈수, 탈진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영유아가 장염 증세를 보인다면 서둘러 병원 치료를 받는다.

파주 아이누리한의원 안현진 원장은 "아이가 장염에 걸려 설사를 하면 무조건 굶기는 경우가 있는데 오히려 수분 섭취 부족으로 탈수가 일어나고 영양이 부족해 아이의 기력이 더 떨어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부드러운 미음이나 죽을 먹여서 체내 수분과 영양이 떨어지지 않게 도와주고, 끓여 식힌 물이나 보리차 등을 조금씩 먹이도록 한다. 설사는 우리 몸의 노폐물과 나쁜 기운을 배출하는 것이기 때문에 적당한 설사는 오히려 몸을 회복시키는 데 도움이 된다. 설사가 빨리 멈추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함부로 지사제를 먹이면 노폐물이 장에 그대로 남아 또 다른 장염의 원인이 되므로 진료 후 주치의의 지침을 따른다.


-겨울 장염에 시달리면 식욕도, 성장할 힘도 잃는다

장염에 시달리며 아이는 반복되는 구토와 설사로 소화 능력이 떨어지고 식욕도 잃을 수 있다. 겨울은 성장의 계절인 봄을 위해 면역력과 기력을 쌓아두는 때다. 하지만 잦은 배앓이와 장염으로 식욕부진이 오면 결국 봄철 성장부진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파주 아이누리한의원 안현진 원장은 "평소 장염에 자주 걸리거나 장염 증상이 오래 가서 식욕부진과 성장부진을 동반한다면 원인에 따라 허약한 기운을 보하고 증상을 다스려야 한다.

한의학에서는 장에 습열이 쌓여 장염이 잦을 경우 습하고 더운 기운이 뭉친 것을 풀어주는 청습열(淸濕熱) 치료를 하고, 장의 기운이 차서 장염으로 고생하는 경우 따뜻한 온보(溫補) 치료로 장의 기운을 북돋운다"고 설명한다. 전반적인 기력이 떨어지는 허약아는 원기를 회복할 수 있도록 체질에 맞는 겨울 보약 처방과 함께 소화가 잘되고 영양가 많은 반찬으로 규칙적인 식사를 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기력 높이고 소화기 건강 돕는 생활 습관 필요

배앓이와 겨울 장염에 시달리는 아이라면 평소 음식을 통해 기력을 보충하고 소화기 기능이 원활해지도록 돕는다. 무엇보다 지난여름, 잘못된 식습관과 생활습관으로 인해 차가워진 속을 따뜻하게 덥히는 것이 중요하다. 찬 성질의 식재료 대신 따뜻한 성질의 것을 먹이면 위장을 편안하고 튼튼하게 하는 데 도움이 된다. 찹쌀죽이나 마죽, 구기자차, 군밤, 바나나 등이 좋다.

요즘에는 겨울에도 집안에서 반팔을 입고 있을 만큼 난방을 과하게 하는 경우가 많다. 활동량이 많은 아이가 덥다며 냉장고에서 찬물이나 찬 음료를 꺼내 마시는 일도 흔하다.

찬 음식은 아이의 속을 더 냉하게 하므로 따뜻한 물을 조금씩 자주 마시게 한다. 배가 아프다고 할 때는 엄마가 따뜻한 손으로 문질러준다. 배 마사지는 아이에게 정서적인 안정감을 주며 위장의 운동을 자연스럽게 도와준다. 또한 혈액순환을 촉진시켜 통증을 가라앉히고 소화가 잘 되게 해준다. 아이의 배꼽 양쪽에 두 손을 지그시 대고 시계방향으로 천천히 돌리며 문지른다.
나성률 기자 nas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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