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까운 섬, 먼 섬으로 일상탈출 '소무의도-여수 사도'

김형우 기자

기사입력 2013-06-25 19:43


본격 휴가철을 앞둔 이즈음은 바캉스 핫 시즌에 비해 마음도, 여행지도 한결 여유로운 편이다. 번잡한 일상에 쉼표를 찍고 싶다면 호젓한 섬기행이 묘미 있다. 섬은 일단 육지와 단절 된 곳이라 '일상탈출'의 느낌이 배가 된다. 가까운 섬에서 시원한 자연의 바람을 쐴 수 있다면 그보다 근사할 게 또 없다, 인천공항 인근 무의도 일원은 뛰어난 접근성으로 알뜰 나들이의 명소로 꼽힌다. 특히 코레일공항철도의 서울역에서 거잠포 앞 용유임시역까지 운행하는 바다열차에 오르면 낙조가 아름다운 서해바다의 낭만에 빠져들 수 있다. 특히 인도교가 놓인 '소무의도'는 호젓한 섬 여행을 꿈꾸는 경우라면 흡족한 여정을 꾸릴 수 있다.

좀 더 멀리 발품을 팔자면 전남 여수 '사도'도 멋진 대안이다. 완행버스와도 같은 작은 배에 몸을 싣고 이 섬 저 섬을 거쳐 도착하는 다도해해상국립공원 사도와 추도는 삶의 그리움과 낭만이 짙게 배어나는 공간이다. 손바닥만 한 작은 섬 곳곳에 자리한 천혜의 비경과 순박한 섬사람들의 삶의 모습이 마음속에 여유를 찾게 해준다.


글·사진= 김형우 여행전문 기자 hwkim@sportschosun.com


기암괴석이 일품인 소무의도 해변
<공항철도 타고 가까이>

◆소무의도로 떠나는 호젓한 섬 여행

6월이지만 한여름 더위 못지 않다. 운전대를 놓고 가까운 바다를 찾을 수 있다면 더위탈출에는 더할나위 없겠다. 코레일공항철도의 바다열차는 수도권 나들이객에게 바다를 한결 가깝게 연결해주는 레저열차에 다름없다. 서울역에서 용유임시역 까지 1시간 30여 분 남짓. 훌쩍 바닷바람을 쐬고 싶다거나 가족단위 갯벌체험을 즐기기로는 최고의 교통수단이 된다.

바다여행은 용유임시역에 내리면서 시작된다. 인근에 한적한 거잠포와 용유도 최대 갯벌체험장인 마시안 해변, 무의-실미도가 이어진다. 무의-실미도는 용유임시역에서 무의도행 배가 떠나는 잠진 선착장 까지 걸어서 20여 분 거리.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소무의도' 까지는 무의도에서 인도교(길이 414m, 폭 3.8m)를 따라 걸어들어가면 된다.


무의도 앞에 떠있는 소무의도는 그간 덜 알려진 작은 섬(총 면적 1.22㎢)이다. 지난해 연도교가 놓이며 왕래가 활발해졌다.


소무의도 포구 전경. 무의도와 연도교로 이어져 있다.
소무의도에는 현재 두개의 마을(동쪽-서쪽)에 40여 가구 90여 명의 주민이 살고 있다. 인천상륙작전 당시 군 병참기지로도 이용됐던 이곳은 60년대 까지만 해도 500여 명이 거주하며 조기와 새우 잡이의 전진기지 구실을 했다. 아울러 소무의도는 역사적으로는 본섬인 대무의도보다 더 내력이 있는 섬이다. 무의도가 조선 말기까지 소를 키우는 목장이었던 데 반해 소무의도는 300년이 넘는 역사를 지니고 있다. 1700년 무렵 박동기라는 사람이 처음 입도 한 뒤 기계 유 씨 청년을 데릴사위로 삼으며 섬을 개척했다고 전해진다.


소무의도 몽여해변
소무의도의 기본 여정은 무의바다 누리 길(2.48㎞)을 따라 이어지는데, 탁 트인 전망과 해변, 숲길이 아름답다.

트레킹코스는 모두 8구간으로, 부처꾸미(당제를 지냈던 곳), 몽여해변, 몽여(썰물때마다 드러나는 두개의 바위), 명사의 해변(박정희 전 대통령 휴양지), 장군바위, 당산과 안산(봉우리), 어촌마을, 소무의 인도교 등 곳곳에 누리 8경을 품고 있다.


바다누리길 이정표
바다누리길은 섬 가장자리를 따라 이어진 편안한 산책로다. 특히 주요코스가 나무데크로 이어져 온가족이 바닷바람을 쐬며 여유로운 트레킹을 즐기기에 적당하다. 또 해안길-산길을 번갈아 오르내리는 코스로 지루하지도 않다.


소무의도 명사의 해변
누리길 주요코스에는 전망데크가 마련돼 있어 인천대교, 송도국제도시, 대부도, 무의도, 영흥도, 팔미도 등의 전경을 감상할 수가 있다. 섬에서 가장 높은 안산 정상 소나무숲에는 '하도정'이라는 정자도 세워져 있는데, 최고의 조망 포인트가 된다. 바다에 박무가 내려앉는 날이면 떠 있는 섬들이 마치 한폭의 수묵화처럼 다가온다. 바다누리길은 두어 시간 남짓, 쉬엄쉬엄 반나절 코스로 적당하다.


소무의도 바다누리길 곳곳에는 전망대가 마련돼 있다.
거잠포 & 무의도

소무의도 여행의 관문격인 거잠포와 무의도도 빼놓을 수 없다. 거잠포는 용유임시역에서 나서면 제일 먼저 닿는 곳이다. 무의도 가는 길목으로 한적한 어촌포구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 일출-일몰을 감상할 수 있는 '해 뜨고 해지는 포구'로도 유명하다. 포구 앞에 횟집 등 음식점이 입점한 회 타운이 형성돼 있어 푸짐한 조개칼국수, 제철 해물을 맛볼 수 있다.

소무의도를 가기위해서 반드시 거치는 무의도 또한 둘러 볼 곳이 쏠쏠하다. 섬의 모양이 마치 무희의 옷처럼 아름다워 '무의(舞衣)'라는 이름을 얻었다. 여의도만한 크기의 섬에 하나개, 실미해수욕장 등 2개의 해수욕장과 호룡곡산(246m)~국사봉(230m)을 잇는 섬산행 코스가 있다. 등산로는 탁 트인 바다를 바라보며 산행을 즐길 수 있으며, 서해의 멋진 낙조를 감상할 수 있는 일몰 산행지로도 유명하다.


실미도가는 길. 바닷길이 열렸다.
특히 하나개해수욕장은 무의도 최고 관광지로 약 1km 길이의 해변이 펼쳐져 있고, 식당가와 방갈로 형태의 숙박시설도 들어서 있다. '천국의 계단' '칼잡이 오수정' 등 드라마와 영화 촬영세트장이 있어 영상 테마 관광지를 표방하고 있다. 실미해수욕장 건너편에는 영화 '실미도'의 촬영 장소이자 실미도 사건의 실제 무대가 있다. 막사와 훈련장 등 옛 흔적은 남아있지 않지만 당시 식수로 사용되던 우물은 그대로 남아있다. 아직도 차고 깨끗한 물이 솟아난다. 실미도는 매일 두 차례 썰물 때면 하루 3시간 정도 바닷길이 열려 걸어서 들어갈 수 있다.

◆여행메모

가는 길

◇ '주말 서해바다 열차'=코레일공항철도는 오는 8월 31일(토)까지 주말마다 용유임시역까지 운행하는 '주말 서해 바다열차'를 운행한다. 주말 바다열차는 인천공항역이 종착지인 일반열차가 바닷가 인근 용유임시역까지 연장 운행되는 방식이다. 용유임시역 방면(하행) 11회, 서울역 방면(상행) 11회 등 하루 총 22회 운행한다. 연장구간에 대한 추가 운임은 없지만 인천공항역에서 용유임시역 구간만 이용할 경우 별도의 운임(900원)을 받는다.

◇주말 바다열차 하행열차(서울역→용유임시역)는 오전 7시 39분부터 오후 5시 39분까지 1시간 간격으로 매시 39분에 서울역을 출발하며, 상행 열차(용유임시역→서울역)는 오전 9시 27분부터 오후 7시 27분까지 1시간 간격으로 매시 27분에 용유임시역을 출발한다.

◇바다열차가 운행하지 않는 평일에는 인천공항역~인천공항 3층 7번 승강장 222, 2-1번 버스~잠진도 선착장~무의도 /인천공항 3층 2번 승강장 302, 306번 버스~무의도 입구(도보 15분)~잠진도 선착장~무의도 선착장. 무의도 선착장 도착 후 섬 순환버스 이용해 해변으로 이동.

◇용유임시역 앞에서 버스(302번, 306번)를 이용할 경우 을왕리- 왕산- 선녀바위 해수욕장 등이 10분 거리로 가깝다.

뭘 먹을까=바닷가답게 해물칼국수, 회, 해물탕, 해물찜 등 미식거리가 풍성하다. 운서동 소재 공항도시종합회타운을 찾으면 다양한 메뉴를 접할 수 있다.

<KTX타고 멀리>

◆자연의 신비를 간직한 '여수 사도'


사도 양면해수욕장
여수항을 빠져 나온 배는 장도~둔병도~상화도-하화도~낭도를 거쳐 사도에 이른다. 올망졸망 바둑돌처럼 박혀 있는 섬들을 지나 1시간 30분가량 물살을 가르자면 야트막한 섬 하나가 시야에 들어온다. 사도(沙島)다.

사도는 전남 여수시가 거느린 317개 섬 중 하나다. 아직은 이 섬을 찾는 외지인이 그리 많지 않아 유유자적 호젓한 섬기행을 즐기기에 적당하다. '사도'는 '바다 한 가운데 모래로 쌓은 섬' 같다고 해서 이 같은 이름을 얻었다. 본섬을 중심으로 추도, 중도(간도), 증도(시루섬), 장사도, 나끝, 연목 등 7개의 섬을 아우르는 작지만 큰 섬이다. 이들 7개의 섬 중 사람이 살고 있는 유인도는 사도와 추도뿐이다.

깔끔한 섬마을은 20여 가구. 스물 댓명의 주민이 농사와 고기잡이, 민박을 생업으로 삼고 있다. 추도를 제외하면 사도의 섬들은 걸어서 투어가 가능하다. 섬을 느릿하게 둘러보는데 걸리는 시간은 두세 시간 남짓. 방파제와 석교를 걷거나 모래해변과 바위-자갈밭을 따라 작은 섬들에 닿을 수 있다.

사도의 대표 볼거리는 공룡화석지다. 간도로 향하는 다리 아래 공룡화석지가 있다. 공룡들의 발자국이 퇴적층 위에 선명하다. 공룡화석지는 사도 외에 낭도와 추도에서도 볼 수 있다. 약 8000만~9000만 년 전 중생대 백악기 시대의 퇴적층 위에 남긴 흔적을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 종류도 다양하다. 공룡 발자국은 물론 규화목 등 식물화석과 연체동물 화석 등이 거대한 자연학습장을 이룬다.


사도 공룡 발자국 화석
공룡발자국 위로는 퇴적층이 형성돼 있다. 마치 변산반도 채석강의 축소판을 보는 듯하다. 책을 쌓아둔 것처럼 억겁의 세월을 거쳐 층을 이룬 지층이 장관이다.

간도와 시루섬 사이에는 양면해수욕장이 그림처럼 펼쳐져 있다. 흔히 볼 수 없는 광경이다. 밀물 때는 잠기고, 썰물 때는 폭 50m의 모래해변이 드러난다. 조개껍질이 부서져 만들어진 사장이라 빛깔이 곱고 맑은 날이면 물색깔이 에메랄드 빛깔을 띤다.

사도의 섬들 중 볼거리가 가장 많은 시루섬은 왕성한 화산활동으로 이뤄졌다. 용암에 쓸려 내려가던 나무가 화석이 된 규화목과 용암이 바다로 흘러내리다 급격하게 식으면서 형성된 용(龍) 모양의 용미암, 마을 사람이 다 앉아도 널찍할 멍석바위, 얼굴바위 등 진귀한 기암들이 산재해 있다.

사도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게 아름드리 해송을 따라 도는 해안 트레킹이다. 섬 왼쪽 해안을 끼고 돌담을 따라가면 탐방로가 이어진다. 기암괴석에 부딪히는 파도가 멋진 해안 절경을 이룬다. 마을과 맞닿은 해안에는 화산 폭발의 부산물인 큼직하고 둥글둥글한 바위들이 널려 있는데 마치 공룡 알을 연상케 한다.

사도에는 사소하지만 중요한 것 두 가지가 없다. 우선 상설 가게가 없다. 따라서 생수 하나를 구하기가 쉽지 않다. 구판장이 있기는 하지만 여름 성수기(올해는 7월 1일~8월 20일 예정)에만 문을 연다. 또 다른 하나는 정식 영업을 하는 식당이 없다. 대신 민박집에서 밥을 사먹을 수 있다. 당연히 메뉴판이 없고, 주는 대로 먹는 식단인데, 인정을 수북하게 담아 차려낸다.


추도 퇴적암 지층
공룡 화석지 '추도'

추도는 사도의 앞섬이다. 일 년에 몇 차례 바다 갈라짐 현상으로 사도와 연결 될 만큼 가까운 섬이다. 직선거리로 750m 남짓. 하지만 추도를 찾은 사람들은 극히 드물다. 정기 배편이 없기 때문이다.

낚싯배를 빌려 추도로 향했다. 쏜살같이 물길을 가르며 내닫자 5분이 채 걸리지 않는다.

추도는 인구가 1명이다. 장옥심(81) 할머니가 유일하다. 할머니는 함께 살던 마을 분들이 하나 둘 떠나고 이제는 홀로 섬을 지키고 있다고 했다.

추도는 매력 넘치는 공간이다. 퇴적암 지층이 켜켜이 쌓인 해변 절경이 압권이다 뿐만 아니라 천연기념물 제434호 공룡발자국 화석에 마을 안길의 돌담은 등록문화재일 만큼 귀한 것들이다. 돌담은 100여 년은 족히 된 것이다. 1959년 사라호 태풍 때 한 차례 무너진 것을 다시 복원했다.

추도의 가장 큰 매력은 호젓함이다. 인적이 뚝 끊긴 추도 해안가 바위에 걸터앉아 있노라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마냥 머무르고만 싶어진다.

◆여행메모

가는 길=여수항에서 사도까지는 하루2번 여객선(061-662-5454)이 오간다. 1시간 300분소요. 뱃삯은 1만1500원(편도). 사도에서 추도까지는 주민 배를 빌려야 한다(장원모 선장 010-9622-0019, 왕복 2만원<4~5명 기준>. 5인 이상 시 1인당 5000원씩 추가)

숙박=사도에서는 민박을 이용해야 한다. 5만원(5인실 기준). 식사 8000원. 안나네민박(061-666-9196), 포도나무민박(061-665-0019), 사도 한옥민박(061-666-0012)은 10~12만원.


하모 샤브샤브
맛집=갯장어 또는 참장어로 불리는 '하모'는 여수의 여름철 보양식으로 통한다. 회로 먹거나 끓는 물에 살짝 데쳐 먹는데 부드럽고 담백한 맛이 일품이다. 경도가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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