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컬레이터 고민. 두줄로 서리까, 한줄로 서리까

박재호 기자

기사입력 2013-04-25 16:47


◇서울역 지하철 에스컬레이터를 이용중인 시민들. 하나같이 오른쪽에 서서 에스컬레이터를 이용하고 있다. 왼쪽 줄은 걸어가는 이들을 위해 비워둔 상태다.

직장인 김모씨(36)는 아침, 저녁으로 멈칫, 멈칫 한다. 출근을 위해 서울지하철 5호선을 타려고 에스컬레이터를 이용할 때마다 오른쪽에 서서 갈 것인지 왼쪽에서 걸어갈 것인지 고민한다.

그때마다 에스컬레이터 앞에 서 있는 안내요원의 '에스컬레이터 이용 기본은 두줄 서기입니다'라는 팻말을 보게된다. 하지만 많은 이들은 여전히 오른쪽에 줄을 서 올라가거나 내려가고, 왼쪽 줄은 늘 비워 두고 있는 상태다. 2007년부터 '에스컬레이터 두줄 서기 캠페인'이 벌어지고 있지만 6년이 지났지만 시행 정도는 미미하다. 1998년부터 10년 가까이 '에스컬레이터 한 줄 서기 캠페인'을 벌여왔던 탓에 '이용법이 바뀌었나?'라며 의아해 하는 이들이 아직도 있다.

두 줄 서기는 승강기 안전사고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에스컬레이터 사고 피해를 줄여보자는 취지에서 출발했다. 더불어 매일 운행되는 에스컬레이터의 고장도 에스컬레이터 이용 중 걷거나 뛰는 이들 때문에 많아진다는 주장이다. 에스컬레이터 오른쪽에만 무게가 가해질 경우 기계 고장의 원인이 된다는 얘기도 있다.

한 줄 서기를 찬성하는 쪽은 이미 에스컬레이터 이용 에티켓으로 한 줄 서기가 자리잡았다고 말한다. 바쁜 사람을 위해 왼쪽 줄을 비워둔다는 뜻이다. 실제로 에스컬레이터 이용자들을 면밀히 관찰해보면 왼쪽 줄은 전철 시간에 맞춰 급하게 걷는 경우가 많다.

지하철 에스컬레이터 여기저기에는 아예 '두줄 서기가 기본입니다. 에스컬레이터는 걷거나 뛰면서 이용하는 기기가 아닙니다. 뒤에서 비켜달라고 말하지 마세요' 등의 홍보 문구가 도배돼 있다.

할아버지 안내요원은 아침 저녁으로 팻말을 들고 홍보에 열을 올리지만 시민들은 심드렁하다.

사실 에스컬레이터는 항상 위험에 노출돼 있는 편의시설이다. 계단보다 5cm 정도 높게 설계돼 있어 이동할 때 위험할 수 있다. 또 기계에 의해 강제로 돌아가는 홈에 신체 일부나 신발 일부가 끼면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또 경사가 심하기 때문에 노약자나 어린이가 굴러 떨어질 경우 큰 사고가 나고, 뒤에 서 있는 이와 함께 2차 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다.

안전을 생각하면 두 줄 서기가 맞지만 현실의 대세는 한 줄 서기다. 캠페인을 떠올리며 두줄 서기를 하려고 해도 왼쪽 줄에 서 있으면 뒤에서 걸어 올라오는 이들 때문에 미안해서 다시 오른쪽으로 자리를 옮기는 경우가 허다하다. 여전히 왼쪽 줄에 서 있으면 '실례합니다'라며 비켜달라고 요구하는 이도 많다.

이런 혼란의 근본 원인은 '한 줄로 서라'고 했다가 '두 줄로 서라'고 '법(?)'을 바꾼 교통 당국에 있다. 이상과 현실이 따로 노는 지하철. 수백만 시민들은 매일 두 차례씩 고민에 빠진다. [소비자인사이트/스포츠조선] 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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