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에 잃은 입맛 되돌려 줄 '봄 미각 4선'

김형우 기자

기사입력 2013-03-12 13:53


경칩을 지나 춘분(20일)이 코앞이다. 봄기운 완연한 3월의 중순. 이즈음 양지엔 파릇파릇 새싹이 돋고, 봄의 전령 매화, 진달래, 산수유가 들녘을 화사하게 수놓을 차례다. 이처럼 만물은 약동하는데, 계절을 따라붙지 못하는 게 있다. 우리의 입맛이다. 겨우내 껄끄러워진 입맛을 일순에 되돌려 놓을 미식거리는 어디 없을까. 주로 따뜻한 봄바람이 불어오는 바닷가가 정답이다.

거제의 '도다리 쑥국', 서천의 '주꾸미', 서산의 '우럭젓국', 영덕 '대게' 등 동-서-남해안의 봄별미는 겨울을 나며 잃었던 입맛을 되찾아 주기에 충분하다. 찬기운이 남은 초봄 간절기, 풍성한 먹을거리를 좇아 떠나는 별미기행이야말로 발 품이 아깝지 않을 실속 여정이 된다.
거제-서산-서천-영덕=글·사진 김형우 여행전문 기자 hwkim@sportschosun.com


3월 중순, 거제 해안에는 화사한 봄기운이 내려 앉았다. 공곶이해안 수목원에 노란 수선화가 곱게 피었다.
1. '도다리쑥국'(경남 거제)

한려수도의 시발점인 경남 거제는 요즘 봄기운이 완연하다. 우리 국토가 좁은 땅덩어리라고는 하지만 서울과 남녘의 계절감은 확연히 다르다. 사람들의 옷차림도 바닷가 화목들의 자태에도 봄냄새가 가득하다. 이즈음 거제를 찾으면 수려한 '해변 드라이브의 낭만'과 '봄철 별미'라는 멀티 여정을 맛볼 수 있다. 입맛 껄끄러운 이른 봄철 '도다리쑥국' 등 봄냄새 가득한 미식거리는 웰빙여정을 담보해준다.


거제 동백
거제의 미각 '도다리쑥국'


거제 도다리쑥국
봄철 대표 어족으로는 도다리를 꼽을 수 있다. 남녘에서는 이맘때 싱싱한 도다리쑥국을 최고의 별미로 꼽는다. 쌀뜨물에 된장을 풀고 싱싱한 도다리와 갓 뜯은 쑥을 넣어 끓여내는 것으로 도다리와 봄쑥의 궁합이 환상이다. 야들야들한 도다리 살과 향긋한 쑥 내음이 함께 어우러지니 시원한 국물맛에 겨우내 돌아선 입맛을 단번에 되돌릴 법하다.

'제철 음식이야말로 최고의 보약'이라는 게 도다리 쑥국을 즐겨 찾는 미식가들의 예찬이다.

거제 사람들은 "봄에 도다리쑥국 세번만 묵으마 몸이 무거바 정제(부엌) 문턱을 못넘는다"고 도다리쑥국을 치켜세운다.


도다리 쑥국 맛의 비결은 비교적 단순하다. 제철 좋은 식재료가 맛의 근간이다. 싱싱한 도다리에 노지 쑥, 집된장, 쌀뜨물, 마늘, 소금이 전부다. 특히 쑥향을 제대로 내기 위해 비닐하우스 쑥을 쓰지 않는게 일반적이다.

도다리쑥국의 대표 맛집으로는 거제시 사등면 성포리 포구에 자리한 60년 전통의 평화 횟집을 꼽을 수 있다. 시어머니의 손맛을 며느리가 잇고 있다.

이 집은 겨울 대구탕, 봄~여름 뽈낙조림, 가을 생선미역국을 선보인다. 도다리쑥국, 뽈낙조림 각 1만3000원.


봄의 전령 수선화
거제 즐기기

요즘 거제를 찾는 길이 수월해졌다. 진주~통영 고속도로 뿐만아니라 부산에서 거가대교와 해저터널을 건너면 바로 거제다. 거제는 제주에 이어 국내에서 두 번째로 큰 섬이다. 하지만 해안선 길이로만 따지자면 386.6㎞로 제주본섬(308.32㎞)보다 길다. 꾸불꾸불 리아스식 해안을 따라 드라이브를 즐기면 거제 여행의 참 맛을 느낄 수 있다.

특히 섬 남단에 자리잡은 낙조의 명소 '여차~홍포' 드라이브코스는 '황제의 길'로 불린다. 1968년 거제도를 방문했던 에티오피아의 셀라시에 황제가 감탄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 대-소대병도를 비롯한 섬연봉들이 펼쳐지는 절경이 이어진다. 비경에 감탄이 절로 나지만 요즘 흔치 않은 비좁은 오프로드길이 3.5㎞ 해안을 굽이 돌며 이어져 운치를 더한다. 곳곳에 조망대가 설치돼 쪽빛 바다 건너 불어오는 해풍으로 풍욕도 즐길 수 있다. 신선대, 해금강 쪽 풍광도 압권이며, 학동과 지심도를 찾으면 고운 동백꽃을 감상할 수 있다. 공곶이 해안에는 인공미를 덜 느낄 수 있는 수수한 수목원을 접할 수 있다.

가는 길: 대전-통영간 고속도로 마지막 IC인 동통영 IC~거제~사등면 성포리 포구~공곶이 해안/여차-홍포길

2. 우럭젓국(충남 서산)


우럭젓국
겨울 철새도래지 서산의 봄철 또한 겨울 못지않은 매력을 품고 있다. 그중 으뜸이 풍성한 제철 미식거리다. 봄이 열리면 서해의 낭만이 물씬 배어나는 서산에는 우럭젓국, 꽃게, 선상횟집, 개국지 등 싱싱하고도 맛깔스런 별미가 가득하다. 뿐만 아니라 가로림만 갯벌과 닿아 있는 웅도에서는 귀한 풍광도 함께 엿볼 수 있다. 이제는 사라져 가는 모습이지만 운이 좋다면 바지락을 가득 싣고 귀환하는 소달구지를 마주할 수 있다. 봄기운이 가득한 이즈음 툭 트인 개펄과 그윽한 절집이 기다리는 서산 땅을 찾아 겨우내 껄끄러워진 입맛을 되돌릴 수 있다.

우럭젓국=우럭은 서해안 배낚시의 대표 어종이다. 횟감으로도 좋지만 서산 사람들은 시원한 속풀이 '우럭젓국'으로도 곧잘 끓여 먹는다. 우럭젓국은 봄부터 여름철 까지가 제 맛이다. 봄은 우럭이 살찌는 시절로 3월부터 보리가 누릇누릇 익어가는 즈음까지가 맛이 가장 좋다.

우선 우럭젓국을 끓이기 위해서는 잘 말려야 한다. 우럭을 바람이 잘 통하는 곳에서 2일 정도 꼬득 하게 말린다. 대체로 살짝 말린 생선은 그 맛이 더 해진다. 따라서 마른 우럭으로 끓여낸 국물 맛은 북어국 이상으로 시원하다. 특히 우럭은 북어보다 살이 많고 부드러워 해장은 물론, 식사로도 손색없다.

쌀뜨물에 소금 간이 밴 우럭 토막을 넣고, 볶은 무, 새우젓, 청양고추, 마늘, 양파, 파, 두부 등을 함께 넣어 맛깔스럽게 끓여낸다. 우럭젓국은 우선 쌀뜨물이 주는 토속미가 구미를 당긴다. 자칫 텁텁할 수도 있겠지만 국물맛은 칼칼 시원하고, 적당히 간이 밴 우럭 육질은 부드러우면서도 감칠 맛 돈다.

서산 토박이들은 음암면 도당리 덕수식당을 맛집으로 적극 추천한다. 자연산 우럭만을 쓰는 집으로,직접 고기를 잡아다가 손맛을 내고 있다. 4만원(4인분).


개심사의 봄풍경을 담고 있는 작가.
서산 즐기기

봄철 가벼운 산행을 겸한 절집 여행지로는 백제 고찰 개심사를 꼽을 수 있다. 특유의 고적미로 호젓한 산사기행에 제격이다. 절은 아담하다. 절이름처럼 낙락장송이 어우러져 있는 진입로와 돌계단을 지나며 마음의 때를 다 씻어내는 느낌이다. 대웅전 심검당 무량수각 안양루 등이 작은 절 마당을 둘러싸고 있다. 마당 한가운데 고려 때 세운 5층 석탑이 있다. 대웅전의 단아한 맞배지붕과 심검당의 나무 기둥이 눈에 들어온다. 심검당의 휘어진 나무를 그대로 살린 기둥이 시원한 파격미를 안겨 준다.

서산의 대표적 여정으로는 간월암을 빼놓을 수 없다. 부석면 천수만에 자리한 간월암 국내 대표적 바닷가 사찰로 꼽히는 곳이다. 섬 사이로 달이 뜬다 해서 간월도라 불리는 작은 섬에는 그 섬만큼 작은 절이 있다. 말이 섬이지 손바닥만한 밭뙈기 크기에 암자 하나가 간신히 들어앉은 형국이다.

서산시 대산읍 웅도는 가로림만의 기름진 갯벌과 닿아 있는 자그마한 섬으로 운 좋으면 옛 풍광도 맞닥뜨릴 수 있다. 예로부터 웅도의 대표적 풍광은 '갯벌 소달구지'였다. 바지락을 가득 실은 소달구지가 갯벌을 가로질러 마을로 귀환하는 행렬이 장관을 이뤘다. 하지만 요즘 소달구지의 모습은 흔치 않다. 어획고의 감소뿐만 아니라 경운기 등 대체 수단이 등장하면서부터다. 그러나 아직도 운수 좋은 날엔 우마차의 귀환 모습을 접할 수 있는데, 여느 갯마을에서는 볼 수 없는 귀한 풍경이다.

가는 길=◇서해안고속도로 서산IC~서산시~29번 국도~음암면 도당리 ◇웅도: 서해안고속도로 서산IC~서산시~29번 국도~대산읍~오지리 방향 3km 지점 웅도 이정표~좌회전 후 3km 직진 웅도 방면~웅도

3. 주꾸미(충남 서천)


주꾸미 요리
봄철 서해안을 대표하는 미식기행지로는 단연 서천을 꼽을 수 있다. 서울에서 서해안 고속도로를 타고 2시간30여분. 영화 JSA의 촬영지인 신성리 갈대밭과 금강하구둑 철새도래지로 겨울의 낭만을 한껏 선보인 서천은 봄철 주꾸미와 마량 동백으로 여행객들의 발길을 머물게 한다. 봄철 미식거리로는 서천의 주꾸미를 빼놓을 수 없다.

쫄깃한 계절의 진미 '주꾸미'

이즈음 서해안에서는 싱싱하고 구수한 주꾸미잔치가 벌어진다. 지금부터 4월 중순까지 서해안 충청도 서천 일원에서는 주꾸미를 무치고 굽는 냄새가 진동해 입안 가득 맑은 침을 고이게 한다. 때를 맞춰 '동백꽃 주꾸미축제(3월 30일 ~4월 12일)도 펼친다.

주꾸미는 생김새가 낙지와 비슷하나, 몸집이 대체로 더 작고 다리(팔)도 짧다. 주꾸미는 우리나라 서남해안, 특히 서해안의 얕은 바다에 많이 사는데 지역에 따라 쭈껭이·쭈깨미·쭈꼬미 등으로 불린다. 가을부터 조금씩 나오지만 산란기를 앞둔 3~4월이 제철이고 맛도 좋다. 5월 이후엔 깊은 바다로 이동해 잡히는 양도 적고, 살이 질겨져 맛도 떨어진다.

대도시에서는 주꾸미를 조로 양념숯불구이로 내놓고, 산지 포구에선 산 채로 요리하는 전골과 샤브샤브가 인기다. 선도의 차이 때문이다. 뱃사람들은 참기름이나 초장에 찍어먹는 산주꾸미를 최고로 친다. 산지 주민들은 주꾸미 맛의 포인트는 알에 있다고 말한다. 흔히 머리라고 부르는 몸통에 알이 들어 있다. 알 모양이 잘 익은 밥알을 빼닮아, 주민들은 이를 '주꾸미 쌀밥'이라 부른다. 먹물도 별미다. 위기 상황에서 자신을 방어하기 위해 내뿜는 무기이지만, 사람에겐 숙취를 풀어주고 속을 편안하게 해주는 작용을 한다.

서천에서는 봄철 서면 마량항-홍원항 앞바다에서 주꾸미 잡이가 한창이다. 주꾸미 별미집들도 이들 포구에 가면 찾을 수 있다. 주꾸미 값은 소출에 따라 가격이 일정치 않다. 대략 3만원선(3~4인분).


주꾸미
서천 즐기기

미식의 고장 서천에는 광활한 갈대밭, 쫄깃한 자연산 광어, 한산모시 전수관 등 다양한 여정이 한 가득이다. 그중 봄철 빼놓을 수 없는 게 마량리 동백숲이다. 천연기념물 제169호로 지정된 500년 수령의 동백나무숲이 압권이다. 마량동백은 세찬 겨울 풍파를 견디며 3월부터 4월까지 유난히 붉은 꽃을 피운다. 숲 정상에는 동백정이 세워져 있다. 일대의 전망 포인트 격으로 낙조가 일품이다. 동백정에서 바라보는 서해바다와 오력도, 그 앞을 오가는 고깃배가 어우러져 한 폭의 수채화를 그려낸다. 특히 마량포구에서는 일출 감상도 가능해 해돋이와 해넘이를 함께 볼 수 있는 보기 드문 곳이다.

또 200리 해안과 큰강(금강)을 끼고 있는 서천은 유독 갈대습지가 많다. 이중 금강하구둑 언저리에 자리한 신성리갈대밭은 국내 대표적 갈대밭으로 자연학습장이자, 촬영의 명소로 유명세를 얻고 있다. 영화 'JSA(공동경비구역)' 촬영지로도 유명한 신성리 갈대밭은 폭 200m, 길이 1Km, 면적이 19만8000㎡에 이를 만큼 광활하다. 금강 하구둑이 건설되기 이전에는 이 보다 훨씬 넓었다.

해뜰무렵 갈대밭은 몽환적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스멀스멀 피어오른 물안개가 갈대밭을 뒤덮고 바람에 일렁이는 갈대의 물결은 가히 환상의 분위기를 연출한다.

가는길=서해안고속도로~춘장대IC~서면~마량포구~동백정~홍원항

4. 대게(경북 영덕)


대게찜
봄철 별미로는 대게를 빼놓을 수가 없다. 눈이 내리는 12월경부터 본격 대게 시즌이 시작되지만 특히 3~4월에 나는 대게가 속살이 꽉 차 맛이 좋다. 때문에 대게의 고장 경북 영덕에서는 이무렵 대게 축제도 벌인다.

살이 꽉찬 대게는 3~4월이 제철

대게는 대체로 동해안 일원에서 잡히지만 영덕이 집산지인 관계로 명성이 높다. 영덕 강구항 대게거리에는 영덕대게 전문집 100여 곳이 몰려 있다. 속살 꽉 찬 싱싱한 대게 찜과 전골 등 다양한 대게요리를 맛볼 수 있다. 대게를 구입할 때는 배 아랫부분을 눌러봐야 한다. 속이 덜 찬 물빵은 쉽게 꺼진다. 대게 값은 작황에 따라 들쭉날쭉하다.

대게는 '大게'가 아닌 다리마다 생김새가 대나무(竹)처럼 마디진 다리와 빛깔을 가졌다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대게는 지방질이 적어 담백 쫄깃하다. 게장이 담긴 딱지(몸통)에 밥을 비벼 먹는 맛이 일품이다.


대게경매
대게는 우리 나라 동해안 전역에서 잡힌다. 밑으로는 경북 경주 감포 앞바다에서부터 위로는 함경북도 근해까지가 서식지이다.


창포리 풍력발전기
창포리& 블루로드

별미를 맛본 후 따스한 봄 햇살을 받으며 즐기는 바닷가 드라이브도 괜찮은 여정이다. 강구항부터 축산항 까지는 동해안 최고의 해안 드라이브 코스이다. 영덕 앞바다의 전망대 구실을 하는 창포등대에 오르면 풍력발전단지와 청정 동해를 한눈에 관망할 수 있다. 나무 데크 산책로와 전망대, 쉼터와 갈대숲, 음악과 물고기 조각이 어우러진 자연 친화적인 공간이다. 등대 아래 야생화공원을 내려가면 바다를 배경 삼아 핀 야생화를 만날 수 있다. 해안을 끼고 자리한 창포리는 낮은 야산 지대, 바다와 접해 풍력발전단지가 들어서 있는데 발전기 20여 개가 능선을 수놓은 모습이 이국적이다.

동해의 빼어난 일출 포인트로, 이색적이고도 역동적인 해맞이 명소가 된다.

가는 길= 중앙고속도로 서안동IC~34번국도 안동 진보~황장재 고개~34번국도 따라 동해안으로 끝까지 가면 7번국도. 여기에서 남쪽으로 20분 정도 내려오면 강구항/ 창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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