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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받은 광고가 11배 잘팔린다 = 제임스 허먼 지음. 이성복 옮김.
이 책은 크리에이티비티가 어떻게 단기적으로 상품의 매출을 올려주고 장기적으로 기업의 시장점유율과 브랜드 가치를 높여주는지 조목조목 짚어주는 '크리에이티비티의 교과서'라 할 만하다. 한 마디로 창의성(creativity)이 사업 성공과 직결된 사례를 분석한 책이다.
1996년 리오 버넷의 도널드 건(Donald Gunn)이 최초로 세계 유수 광고제에서 상을 탄 대행사들을 대상으로 일정한 과학적 기준으로 순위를 매기기 시작했다. 3년 뒤 그는 아예 이 일을 위해 30년 다닌 회사를 그만두고 '건 리포트'를 만드는데 집중했다.
2006년 맥킨지 뒤셀도르프 지사에서는 독일 마케팅 캠페인들의 성공을 수치로 나타내기 위한 연구에 착수했다. 2005년 독일 효율성 어워드에 출품된 약 1백여 편의 광고들이 조사대상이었으며, 사업적 영향의 지표로 시장지분의 추이를 함께 고려했다.
여기서 알아낸 것은 덜 크리에이티브한 캠페인의 성과가 들쭉날쭉한 반면 이보다 크리에이티브한 캠페인은 모두 사업적 성공이라는 측면에서 볼 때 높은 성과를 달성했다는 점이다.
한 캠페인이 광고제에서 상을 받을 확률은 7000개 중의 하나로 0.0001%다. 그런데 크리에이티비티 광고제에서 상을 받은 캠페인이 효율성 어워드를 받을 확률은 무려 18%나 됐다.
광고제 수상작의 시장지분 성장률은 수상작이 아닌 것들에 비해 11배 이상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제임스 허먼에 따르면 이는 고도로 크리에이티브한 캠페인에 대한 매체 ROI가 평균 11배 더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른 방식으로 생각해보면, 크리에이티브하지 않은 광고로 매우 크리에이티브한 광고와 동일한 효과를 내려면 11배의 매체 비용을 써야 한다고도 볼 수 있다.
저자는 서문에서 "업계는 이제 더 이상 고집이 충돌하는 전쟁터가 아니다"라면서 "세계 곳곳에서 광고주와 대행사 팀은 그들의 캠페인을 독창적이고 매력적이며 영리하게 만드는 '크리에이티브 작업'을 공동목표로 뭉쳐 있다"고 진단했다.
P&G, 폴크스바겐, 아디다스, 나이키 등 글로벌 기업들이 지난 10여년간 가장 주가가 폭등한 시기는 우연히 아니 필연적으로 칸 라이언즈 광고제에서 '올해의 광고주'상을 받은 해와 일치한다. 그 전엔 기업 마케터들이 우뇌를 쓸 줄 몰랐다나? 2001년부터 칸 라이언즈에 마케터 수십명씩을 보내는 P&G 전 CMO 짐 스텐젤(Jim Stengel)의 말처럼 '우뇌를 써야 11배 더 잘 팔리는 시대'가 왔음을 이 책은 온갖 데이터로 웅변하고 있다.
이 책에는 짐 스텐젤(전 P&G 글로벌 CMO), 짐 맥도웰(미국 미니 CEO), 데이비드 루바스(BBDO CCO), 토니 데이비슨(와이덴+케네디 런던 ECD), 그리고 IPA 컨설턴트와 광고의 효율성 연구의 선구자인 피터 필드와 같은 광고업계와 마케팅 분야 리더들의 언급과 관점이 실려 있다.
역자 이성복은 1996년부터 칸 라이언즈와 인연을 맺어 오며 일찍이 세계 크리에이티비티 변화의 현장을 지켜온 이 분야의 산 증인이다. 조선일보 기자, 조선닷컴 편집부국장, 청와대 국정홍보비서관 등을 거쳐 현재 칸 라이언즈칸 국제광고제 한국대표 겸 시장경제신문 편집국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문예마당. 216쪽. 1만6800원.
김형우 기자 hwkim@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