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의 막바지 무더위가 기승이다. 예년보다 일찍 찾아온 무더위는 사람들을 민감하게 만든다. 더위는 주의력과 집중력을 떨어뜨려 일에 대한 집중도를 낮추고, 이러다보니 사람들은 짜증과 스트레스를 겪게 된다. 여기다 장마가 찾아오면 높은 습도로 감정 기복이 심해지고 불안한 심리로 사람들은 더욱 괴롭다.
이렇게 괴로울 때, 손쉽게 혹은 자연스럽게 '술'을 찾는다. 적당한 음주는 피로를 풀어주는 것은 물론 기분을 좋게 해주고 불안을 없애주기에 순간적으로 스트레스를 풀어준다. 그러나 장마철 분위기 탓의 잦은 음주는 습관적 음주로 이어질 우려가 있어 전문가들은 주의를 당부한다.
이번 주말 장마전선이 북상한다고 한다. 장마가 찾아오면 일조량이 줄어들면서 멜라토닌이라는 수면 호르몬 분비가 증가하면서 나른해지고, 우울감을 느끼게 된다. 더구나 습도가 높아지면서 여름 중에서도 특히 장마철에 짜증과 불쾌함으로 고통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짜증스런 현실에서 벗어나기 위해 으레 술잔을 기울이게 된다. 하지만 무심코 스트레스, 불쾌함을 해소하기 위한 수단으로 '술'을 선택했다간 병을 키울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알코올 질환 전문 다사랑중앙병원 전용준 원장은 "짜증과 흥분 등 불안한 심리상태에서 음주는 심박동수가 증가하는 등 심장 및 심혈관계통에 무리를 줄 수 있다. 특히 과도한 음주는 알코올성 심근증, 부정맥을 일으켜 심장의 기능이 약해지거나 심장의 부피가 20~30% 늘어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특히 장마철처럼 불쾌지수가 높을 때 무리한 음주는 피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비는 내리고, 외출하기는 싫고? 나홀로 음주족 알코올 의존의 문턱으로
1인 가구가 증가하면서 인구는 줄어들지만 가구 수는 증가하고 있다. 혼자 산다는 것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의 시선에서 본다면 자유롭고 화려해 보일 수 있지만, 처절하고 현실적인 생활 속에서 외로움에 몸서리치는 사람들도 많다. 문제는 연일 내리는 장맛비로 외출을 꺼리고 집에서 혼자 술을 마시게 된다는 것이다. 혼자 사는 사람들이 증가하면서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한 잔 두 잔 술을 마시다 보면 습관이 될수 있기 때문이다. 내리는 비를 보며 분위기에 취해 술을 마시다 보면 아무리 적은 양을 마셔도 음주가 습관이 되고 관성이 생기면 위험하다.
다사랑중앙병원 전용준 원장은 "혼자 사는 사람을 주변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만큼 더 이상 특별한 일이 아니다. 하지만 현실적인 외로움에 부딪쳐 술로 달래려는 경우가 많다. 특히 우중충한 날이 계속되는 장마철에는 홀로 음주를 시작하게 되면서 방치되어 방탕한 생활이 지속되면서 알코올 의존의 문턱으로 들어서는 경우가 많다"며 "외로움을 달래기 위한 방편을 혼자 해결하기 보다는 어떤 방법으로든 스스로 상호작용을 유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한다.
여성의 마음 달래주는 유일한 술?
여성은 남성보다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술에 취약하다. 특히 여성은 남성보다 감수성이 예민해 날씨에 영향을 더 많이 받는다. 비 내리는 날 창밖을 보라보며 마시는 것이 향기 좋은 차가 아닌 '술'이라면 문제는 심각하다. 여성은 신체 구조상 남성보다 체지방 비율이 높은 반면 체내 수분 비율이 낮아 술에 취약하다. 즉, 같은 몸무게의 남녀가 같은 양의 술을 마시더라도 혈중 알코올 수치는 여자가 더 높게 나온다. 그만큼 여성 음주자가 알코올 의존증에 빠져들 확률이 더 높다는 것이다.
흔히 여성들은 맥주를 선호한다. 주류업계의 홍보 마케팅 때문이기도 하지만 도수가 비교적 낮아 술을 잘 마시지 못하는 사람들도 짜증을 식힐 요량으로, 분위기에 취해 손쉽게 맥주를 찾게 된다. 그렇다면 시원한 맥주를 마시면 짜증을 식힐 수 있을까? 정답은 NO! 고칼로리인 알코올이 신체에 들어가면 대사 작용으로 발열작용이 나타나기 때문에 덥게 느끼고, 맥주와 함께하는 안주들의 칼로리로 다이어트에도 적이다. 또한 차갑게 마시기 때문에 일시적 갈증 해소에 도움을 줄뿐 과음을 하면 오히려 탈수증상이 초래되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본격적인 장마철이 시작되면 이래저래 퇴근 후 술 마실 핑계를 찾게 된다. 더구나 저렴한 가격으로 전국 방방곡곡 어디에서나 쉽게 술을 구할 수 있다. 술이 너무 가까이에 있는 계절 여름, 자칫하면 다른 계절보다 더 보충해야 할 수분과 영양분을 빼앗길 수 있다. 술을 마셨던 시간, 장소 혹은 감정 상태에 노출되면 저절로 심리적으로나 신체적으로 술을 갈망하는 상태로 되어 결국 술을 마시게 되고, 지속되다보면 알코올 중독으로 진행은 가속화된다. 우리는 반사적으로 비오는 날은 파전과 막걸리를 떠올리게 된다. 비오는 날 꼭 떠오르는 술집이나 안주가 있다면 퇴근길에 다른 길로 돌아가는 것도 본인의 건강을 위한 현명한 방법이다.
나성률 기자 nas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