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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CJ 이재현 회장, 자택 부근에 아지트 짓나?

기사입력 2012-04-16 13:09 | 최종수정 2012-04-17 08:50


삼성그룹이 부러워서일까. 아니면 무서워서일까.

CJ그룹 이재현 회장이 장충동 자택 인근을 CJ타운화 하는 듯하다. 자택 부근에 CJ경영전략연구소를 건립하고 있다.

지난 2010년 8월 착공에 들어가 올 10월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는 상태.

CJ제일제당은 CJ경영전략연구소(이하 연구소) 설립을 위해 2007년 10월부터 2008년 1월까지 이 일대 부동산을 사들이기 시작했다. 경영전략연구소가 들어설 위치는 장충동 1가 13필지. 당시 CJ그룹체육관(테니스장 부지)에 더해 주거지역 부동산을 3.3㎡당 약 2000만원에 땅을 구입한 것으로 알려진다. 땅구입에 들어간 돈은 어림잡아 100억원을 웃돈다.

연구소가 들어설 부지는 이 회장 자택의 바로 맞은편 5m 지점에 위치하고 있다. CJ그룹에 따르면 연구소는 그룹 경영연구소 사무공간과 계열사 연구조직이 사용하게 될 예정이다. 그러나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선 명확치 않다. CJ그룹 관계자마저 "완공이 된 후에야 알 수 있다"는 말 뿐이다. 재계 일각에선 이를 두고 '이 회장이 비밀 아지트를 짓고 있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한남동 자택 인근에 각종 건물을 건설, 삼성가 타운을 만들고 있는 것에 빗댄 말이다. 이 회장은 지난해 말까지도 자택 인근의 주변 건물을 매입하며 한남동을 '이씨 집성촌화' 시켰고, 서초동 사옥 일대를 삼성타운화 하고 있다. 이명희 신세계 회장과 장남인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딸 정유경 신세계 부사장도 한남동 부근에 자신들의 지역공간을 만들고 있다. 범삼성가가 한남동 일대를 중심으로 타운을 형성하고 있다면 CJ가 장충동 일대를 중심으로 새로운 타운 형성에 나서는 모습이다. 최근 삼성과 재산분쟁으로 미행과 같은 불미스러운 일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철저한 프라이빗 공간을 만들고 있는게 아니냐는 얘기다.

공교롭게도 이 회장의 장충동 자택 인근은 사무공간이 둥지를 틀기에 적합치 않은 면이 많다.

고급주택가의 좁은 골목에 위치, 수십여명에 달하는 직원이 출퇴근을 한다는 게 녹록지 않기 때문이다. 회장 자택 맞은 편이라는 위치도 그렇다. 경영전략연구소는 내부와 외부의 접점에서 역할을 하게 된다. 연구소는 '2011년 국내 식품산업 전망', '신종 인플루엔자가 국내 경제에 미치는 영향과 그룹의 대응', '국제 곡물가격 동향 및 전망' 등의 보고서를 냈다. 그룹 경영전략 수립에 있어 외부의 반응을 주시했다. 제대로 된 보고서를 만들기 위해선 그룹 및 계열사의 임직원과 외부 관계자의 자유로운 출입이 뒷받침 돼야 한다. 이 회장이 자택 주변에 십여개의 방범카메라(CCTV)를 설치하며 보안에 신경을 곤두세웠던 것을 감안하면 납득키 어려운 결정이다. 특히 이 회장의 자택에서 불과 1Km거리에 떨어져 있는 곳엔 CJ제일제당 쌍림동 사옥이 위치하고 있다.


연구소 신축건물의 모양새도 일반 사무실과는 달라 보인다. 중구청에 따르면 연구소는 부지면적 1100.8㎥에 지상 5층 지하 6층 건물로 지어질 예정이다.

건축업계에 따르면 지하공간은 지상공간을 만드는 것보다 많은 비용이 든다. 땅을 파는 과정에서 지반이 무너지는 것 등을 고려해야 하고 소음을 최대한 적게 만들기 위해 신경을 써야 한다. 고급주택가에서 이 같은 작업을 하기 위해선 더 많은 비용이 들어가게 될 것이게 건축전문가의 귀띔이다.

인근에 거주하는 한 주민은 "공사 초기 땅 파기 때문인지 소음이 있었다. 하지만 최근 소음에 신경을 쓰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건물이 지하로 깊게 들어가는 것에 대해 재계 관계자들은 "범삼성가의 이건희 회장이 자택 지하를 개인 공간으로 꾸며 쓰는 것과 같은 용도로 사용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시공업체를 놓고도 의견이 분분하다. 연구소의 설계를 맡은 곳은 O업체다. 재벌저택이나 개인건물 시공 경험이 많은 곳이다. 그룹경영전략이 결정되는 등 오피스 건물 시공과는 어울리지 않아 보인다. 특히 CJ그룹은 CJ건설이란 계열사가 있다. CJ그룹의 경우 CJ건설이 계열사 공사에 참여하는 일이 많다. CJ건설은 CJ 계열사 건물 건설을 바탕으로 실적을 쌓았고 보안이 필요한 주요 건물은 CJ건설이 대부분 공사를 맡았다.

CJ그룹은 이와 관련 "사실과 다른 점이 많다"는 입장이다. 우선 연구소는 이 회장의 개인 공간이 아니라고 했다. CJ그룹 관계자는 "지대가 다소 높아 지하 1층이 지상 1층에 해당하는 만큼 지하로 깊게 들어가는 게 아니다"고 말했다. 법정 주차 대수를 맞추고 기계실을 넣기 위해 지하가 깊어질 수 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O회사가 건축을 맡은 것과 관련, "그 회사는 퍼블릭 레스토랑 등 일반 건축물 설계를 많이 하는 곳으로 특별한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CJ그룹은 연구소의 위치에 대해 "(CJ의) 주요사업장인 남산빌딩과 쌍림동 제일제당 센터 중간으로 업무의 편의성을 고려, 시내 접근성이 좋고 조용해 연구 기능 수행에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한 결정"이라고 말했다. 이 회장의 집 맞은편에 그룹의 미래를 책임지게 될 연구소가 들어선 뒤 어떤 경영전략에 어떤 변화가 일게 될지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김세형 기자 fax123@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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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 김변호기자 bhkim@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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