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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길 따라 한잔 두잔, 건강악화 지름길

나성률 기자

기사입력 2012-04-16 16:13


완연한 봄이다. 겨우내 움츠렸던 몸에 활기를 북돋아줄 본격적인 야외활동은 물론 미뤘던 모임을 시작하는 등의 이유로 술자리가 많아지는 때이기도 하다. 날이 풀려 따뜻해지는 봄이 되면 외부활동이 늘어나면서 실제로 술 판매량이 증가하기 마련이다.

모임에 빠지지 않는 술은 일종의 긴장완화 효과가 있어 몸이나 마음의 긴장을 푸는데 어느 정도 도움이 된다. 소량의 알코올은 뇌의 신경세포를 자극해 기쁨과 행복감을 주기도 한다. 하지만 봄철 음주는 평소보다 더 일찍 취기가 돌기에 조심해야 한다. 보통 겨울동안에는 영양이 제대로 흡수되지 않아 신체가 영양결핍 상태다. 봄이 되면 활동량이 늘며 우리 몸의 신진대사가 활발해지면서 비타민이 부족한 상태가 되고, 이로 인해 피로감이 커지면서 유독 숙취가 심하게 나타난다.

알코올 전문 다사랑중앙병원 전용준 내과원장은 "간에서 알코올을 해독할 때는 비타민 B군을 사용하는데 비타민이 부족한 봄에는 알코올 해독이 사람에 따라 5~20% 정도 느려지게 되어, 각종 사건 사고를 유발할 수 있다"고 말한다.

등산객이 몰리는 봄철에는 특히 술로 인한 사고가 많이 발생한다. 등산 중 잠시 쉬어가는 길이면 누군가가 미리 준비해 온 맥주나 소주로 금세 술판이 벌어지기도 하고, 힘든 과정을 꾹 참고 도착한 정상에서도 역시 막걸리는 빠짐없이 등장한다. 식사 중에 반주를 곁들이는 일은 다반사다.

하지만 건강을 지키기 위해 찾은 산이라면 적어도 산행 중에는 적은 양이라 할지라도 반드시 음주를 삼가야 할 이유가 있다. 음주 후에 이어지는 등산은 갑작스럽게 혈압을 상승시켜 두통이나 현기증을 유발하기 쉬운데 이때 휴식을 취하지 않고 무리하게 산행을 하면 심장발작이나 뇌졸중 등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등산 중 음주가 위험한 이유는 또 있다. 보통 산행은 이른 아침부터 시작되기 때문에 등산 중에 술을 마시게 되면 대낮부터 음주할 가능성이 높다. 낮에 술을 마시면 시간적인 여유가 있어 과음을 할 가능성이 평소보다 높아질 수밖에 없다. 그로 인해 뇌의 판단력과 인체의 반사 신경을 더디게 해 발을 헛디디는 등 위험한 사고로 이어질 확률이 높다. 단체로 관광버스를 대절하여 산행을 가는 경우, 간혹 산으로 향하는 버스 안에서 이미 음주가 시작되는 일도 있는데 버스 내 음주는 반드시 삼가야 한다.

전용준 원장은 "하산 후 가볍게 마시는 막걸리 한 잔은 긴장 완화에 도움을 줄 수 있지만 등산의 목적이 음주라면 오히려 건강 악화로 가는 지름길이 될 것"이라고 경고한다.

한편 하산 후 등산으로 체력을 소모한 후에는 자연스럽게 식욕이 증가하게 되고 체력이 강해졌다는 심리상태로 인해 음주를 하기가 쉽다. 때문에 등산으로 소모된 열량보다 섭취하는 칼로리가 더 많아져 과음과 과식을 유발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만일 회사 또는 모임으로 등산을 하다가 상사나 주위 사람들의 권유로 불가피하게 술을 마셨을 경우, 물을 충분히 마셔 소변으로 알코올을 배출해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음주 후 자가용 등 밀폐된 공간에 들어가면 산소부족으로 취기가 더 빨리 올라온다. 되도록 자연의 맑은 공기를 흡입하는 게 좋다. 녹차에는 폴리페놀이라는 물질이 들어있어 혈중 포도당을 증가시켜주고, 제철 과일과 채소에는 비타민과 무기질이 풍부해 숙취 해소에 도움이 된다.
나성률 기자 nas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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