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곧 겨울방학이다. 방학만 되면 우리 아이 어디 보낼까, 캠프일정을 확인하는 학부모들이 꽤많다. 부모들이 아이를 캠프에 보내는 이유는 아이의 부족한 점을 메워주려는 의도가 크다. 자존감이 없거나 리더십이 부족한 아이에게는 리더십을 키워주고 싶고, 공부에 흥미가 없거나 꿈이 없는 아이에게는 적성캠프나 진로캠프를 통해 꿈을 찾아주고 싶은 것이 부모의 마음이다. 또한 다른 친구들에 비해 영어가 부족하다면 영어 캠프를 보내고 싶다. 하지만 선뜻 보내기 어렵다. 캠프의 효과에 대해서는 개개인이 다르며 경제적 손실이 크기 때문이다.
나 또한 예외가 아니어서 아이의 부족한 점을 메워주기 위해, 혹은 친구와 같이 가고 싶다고 조르는 바람에 학년에 맞추어 캠프를 보내곤 했다. 과연 아이가 변할까, 하는 고민을 하면서. 또한 조금은 달라지겠지 하는 기대를 가지며. 아이는 초등 4학년 때 경제캠프를 다녀왔고 초등 5학년때 과학캠프를 다녀왔다. 해마다 겨울이 되면 스키캠프를 다녀왔으며 대학교에서 주최하는 영어캠프를 다닌 적도 있다. 큰 변화는 없었지만 다녀올 때마다 조금씩 변했다. 경제감각이 생겼고 기부에 대해 고민을 하기 시작했으며 과학적인 것을 두려워하지 않게 되었다. 그래서 올 겨울에 진로적성캠프를 보낼까, 맨토링 캠프를 보낼까 고민중이다. 이제 곧 중학생이 되니까 자신의 진로에 대해 고민하고 목표를 세우는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
아침부터 밤까지 걷고 또 걸으며, 발에 생긴 물집이 터지고 몸에는 땀띠가 났으며 가랑이 사이에는 피부병이 도졌다. 그래도 걸었다. 처음에는 아무것도 모른 채로, 나중에는 단장님이 무서워서, 좀 더 시간이 흐른 뒤에는 조금만 더 가면 된다는 생각으로 걸었다고 한다. 포기할까 하는 생각도 했으며 도망갈까 하는 생각도 했다. 하지만 주머니에는 돈도, 휴대폰도 아무것도 없었다. 중도에서 포기하면 앞으로 어떤 일도 해내지 못할 것 같다는 두려움이 걷게 만들었다고 한다.
탐험대 단장은 마치 군인처럼 아이들을 통솔했는데, 10분안에 출발 준비를 하라고 하면 아이들은 그 시간 안에 해야 했다. 때문에 씻을 시간도 부족했다. 더운 날 강을 만나면 옷을 입은 채로 들어가 몸을 씻고 젖은 옷을 바위에 말렸다. 그것이 바로 세탁이었다.
국토 횡단 중 몇몇 아이는 부상을 당했고, 몇 몇 아이는 중간에 포기했고, 몇 몇 아이는 죄수가 감옥을 빠져나가듯 이탈했지만 결국은 합류했다. 비가 오면 비가 와서, 날씨가 더우면 너무 더워서, 모기들이 윙윙거리면 모기 걱정으로 잠을 이루지 못한 날들이었다. 어쨋튼 우리 아이는 무사히 돌아왔다. 아이의 말에 의하면 살아서 가족들을 만나지 못할 줄 알았는데 다행이라고 울먹거렸다.
아이가 오던 날을 잊지 못한다. 비가 심하게 오던 날이라 용산역 지하철 구내에서 아이들을 기다렸다. 새벽 3시, 아이들이 도착하자 부모들의 우레와 같은 박수가 터졌다. 휘파람 소리와 통곡소리. 단장의 인사말. 그 와중에 언쟁이 오갔다. 아이들의 안전과 군대식 통솔, 먹을 것에 대한 불만이었다. 거기다 아이들 소식을 바로 바로 전해주지 않아 행여나 산사태로 사고가 났을까, 마음 졸이던 시간들이 얼마나 많았던지.
여름 이후로 몇 가지 교훈을 얻었다. 먼저, 캠프를 보내기 전에는 어디서 주최하는 지 꼼꼼하게 따져봐야 한다. 경제캠프를 보낼 때는 한국경제신문에서 주최하는 거라 의심없이 보냈다. 과학캠프는 서울교대캠퍼스에서 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국토대장정은 사단법인 국토대장정 협회에서 하는 것이었다. 이럴 경우, 국토대장정 협회가 어떤 곳인지, 믿을 만한 곳인지 반드시 알아봐야 한다.
또한 캠프 일정을 확인해야 한다. 대부분의 경우는 일정대로 시행하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도 있다. 그렇지 못할 경우, 일정대로 하지 못했을 때 어떻게 보상해줄지를 반드시 물어야 한다. 그래야 우리 아이가 다쳤거나, 일탈했을 경우 책임을 물을 수 있다.
그리고 캠프를 다녀온 사람들의 말을 직접 들어봐야 한다. 요즘은 인터넷 몇 번만 클릭해도 많은 정보들이 쏟아져 나온다. 직접 다녀온 사람들의 말을 종합해서 믿을 만한 곳인지, 아이들에게 식사나 그 외의 것들이 잘 제공되는지, 건강을 생각하는지, 의료인들이 상시 대기하고 있는지와 같은 것을 미리 알아봐야 한다. 그래야 보내놓고 후회하는 일이 생기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쌍방향커뮤니케이션이 원활하게 진행되는지 따져봐야 한다. 예를 들어 경제캠프때는 생방송으로 아이들의 일정을 볼 수 있었다. 인터넷만 연결하면 바로 지금 아이가 무엇을 하는지, 잘 지내고 있는지 체크 할 수 있었다. 과학캠프때도 홈페이지에 그날, 그날의 상황이 정리돼서 올라왔다. 하지만 소년탐험단은 탐험중이었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것이 부족했다. 학부모들은 어떤 정보도 얻지 못했다. 국토 탐험을 하는 곳은 이곳 외에도 몇 군데가 더 있었는데 다른 곳은 매시간 아이들 상태와 일정을 홈페이지에 올렸다.
또, 아이 한 명당 인솔선생님, 혹은 멘토는 몇 명인지도 꼭 확인해봐야 한다. 대부분의 캠프는 소수 정예로 시작하다 보니 아이 10명당 선생님 한 명이거나 아이 8명당 선생님 한 명인 곳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국토대장정은 선생님 세 명에 아이들은 120명이었다. 그러다보니 아이들을 인솔하는 것이 쉽지 않았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캠프를 보내려고 고민하는 부모들이 있다면, 무엇이든 가족과 함께 해 보라고 권하고 싶다. 과학이니, 스키니, 진로적성이니, 하는 모든 것들을 아이에게만 맡기지 말고 같이 탐구하면서 고민하는 시간을 방학 때 까지만 가졌으면 좋을 것 같다.
SC페이퍼진 1기 주부명예기자 박미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