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암투→김정은 후계구도는 어떻게 되나?

김세형 기자

기사입력 2011-12-19 15:45


혈권통치의 종말. 잔치는 끝났다.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사망함에 따라 후계구도 문제가 떠올랐다. 후계자로 지목받았던 '김정은이 권력을 틀어쥘 수 있을까'의 여부다. 북한 전문가들에 따르면 김정은 체제가 유지되기란 녹록치 않다. 김정은은 김일성 사망 당시 김정일이 했던 것처럼 '3년상'을 통해 내부 입지를 다져나갈 것으로 전해졌다. 혈권통치에 대한 충성심을 내세워 당내 고위 권력에 복종의 압력을 강요하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효과는 불투명하다. 내부에서 잡음이 세어 나온다. 권력승계 준비가 전혀 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김정은이 후계자로 지목 된 것은 2008년. 3년이 채 되지 않았다. 공식 직함을 단지 불과 1년에 그친다. 정치나 경제면에서 크고 작은 결정을 직접 내린 것은 단 한차례도 없다. 그런 그가 단독으로 북한 정책을 운영하고

국정 운영을 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경우를 보면 후계자 준비 기간은 37년이었다. 오랜 후계수업을 통해 쌓은 정치적 감각이 독단적 체제를 유지하는 힘이 됐다.

이런 점에 비춰 볼 때 '김정은 체제'는 단독이 아닌 주변 인물들에 의해 이끌어질 가능성이 높다. 가장 유력한 인물은 장석택 국방위 부위원장이다. 김정은의 후견인으로 각종 당내 요직을 맡고 있어 입지가 매우 탄탄하다. 행정부장으로 공안업무와 국방위 부위원장으로 국방정책, 특구 개발 담당에 다른 각종 외자유치 사업에 깊숙이 관여하고 있다. 특히 2010년 당 대표자회에서 최룡해 당 비서, 리영수 당 부장, 문경덕 평양시당 책임비서, 지재룡 주중 대사 등 장성택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인물들이 대거 중앙정치 무대에 진입했다. 장성택은 김정은의 조력자인 동시에 가장 큰 견제세력이 될 수 있다. 힘이 커질 대로 커진 상황에서 혈권통치의 종말을 선언할 수 있는 것이다.

북한의 군부가 김정은을 견제하고 새로운 권력을 창출하려고 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김정일 위원장의 생전에 김정은에게 첫 공직으로 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을 줬다. 북한에서 군부가 차지하는 힘은 매우 절대적이다. 군부가 다른 마음을 먹는다면 상황이 어떻게 될지 모른다. 현재 북한 군부의 수장인 김영춘 인민무력부장은 권력욕이 큰 것으로 전해진다. 새로운 권력을 꿈꿀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또 장성택 부위원장과 힘을 합칠 경우 김일성가의 몰락도 배제할 수 없다. 다만 명분을 내세우기 위해 김정은의 이복형인 김정남 등의 형제 중 정치적 성향이 가장 약한 사람이 지도자로 내세워야만 한다.

다양한 예상이 제기되고 있지만 현재까지는 김정은 체제가 유지될 가능성이 가장 크다. 김정일 위원장이 생전 측근들을 결집해 권력 강화를 외쳤고, 김정은도 환심을 사기 위해 노력을 했다.

실제 김정은은 후계자로 내정된 이후 김 위원장의 측근 비밀파티에 빠짐없이 참석했고 별도로 김 위원장의 허락 하에 군부와 노동당 실세들을 불러 모아 자주 비밀파티를 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문제 전문가는 "김정일에 비해 후계준비기간이 짧았던 김정은의 입장에선 내부 권력암투를 어떻게 해결하느냐가 가장 후계구도 완성에 가장 중요한 문제일 것"이라고 말했다.
김세형 기자 fax123@sportschosun.com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