셔틀콕, 우샤인 볼트보다 8배 빠르다

임정식 기자

기사입력 2011-08-17 15:25


'그 분'이 16일 한국에 왔다. 지구에서 가장 빠른 사나이, 우샤인 볼트. 2011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8월 27일~9월 4일)에 참가하기 위해서다. 볼트는 100m를 9.58초에 달린다. 인간의 한계로 여겨졌던 9.6초를 깬 유일한 남자다. 당연히 100m 세계신기록 보유자다. 그가 이번 대회에서 자신의 기록을 깰 수 있을지 관심을 모은다.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를 계기로 스포츠 각 종목의 스피드에 대해 알아본다.

수많은 스포츠 중에서 최고 순간 속도의 제왕은 배드민턴이다. 스매싱 직후 라켓을 떠난 셔틀콕의 순간 속도는 시속 330km에 이른다. 이는 셔틀콕의 무게(4.74~5.50g)가 다른 공에 비해 현저히 가볍기 때문이다.

양궁의 화살도 매우 빠르다. 우리나라 최고 효자 종목인 양궁의 화살 속도는 시속 235~240km. 이 속도는 화살의 길이와 활의 강도, 활 시위를 당기는 힘에 의해 달라진다. 선수마다 자기 체형에 맞게 선택하므로 변수가 많다. TV 카메라로 날아가는 화살을 볼 수 있게 된 덕분에 일반인이 느끼는 속도감은 화살이 더 빠르다.

테니스도 스피드에 관한 한 절대 강자다. 세계 랭킹 217위인 크로아티아의 카를로비치는 지난 3월 데이비스컵 독일 전에서 시속 251㎞(156마일)짜리 총알 서브를 내리꽂았다. 국제테니스연맹(ITF)이 공식 기록으로 인정했다. 이는 2004년 미국의 앤디 로딕이 기록한 시속 249㎞를 2km 단축한 것이다.

골프도 빠질 수 없다. 타이거 우즈나 최경주 같은 남자 프로골퍼가 긴 드라이버로 휘두른 골프공은 시속 250㎞의 속도로 날아간다. 순간 속도는 290km 정도 된다. 탁구공과 아이스하키의 퍽은 최고 시속 180㎞의 속도로 움직인다. 탁구공은 지름 40㎜, 무게 2.7 g이다. 무게만 따지면 셔틀콕보다 가벼워 더 빠를 것 같지만, 라켓의 크기가 작은 점이 한계다. 공에 작용하는 힘이 떨어지므로 속도가 떨어진다. 공기저항이 큰 것도 속도를 줄이는 요소 중 하나다.

배드민턴, 테니스, 탁구 등 라켓을 사용하는 종목의 스피드가 뛰어난 점이 눈에 띈다. 스틱, 드라이버 등 도구를 사용하지 않는 종목 중에서는 야구가 첫손에 꼽힌다.

메이저리그 신시내티 레즈의 쿠바 용병 채프먼은 지난 4월 시속 171km(105마일)짜리 광속구를 던져 최고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SK 엄정욱이 2003년 일본 오키나와 전지훈련 도중 시속 160㎞짜리를 던졌지만, 이는 비공식 기록이다. 공식 기록은 LG의 외국인 투수 리즈가 기록한 159km다. 지난 3월 한화와의 시범경기에서 기록했다. '코리안특급' 박찬호도 메이저리거 시절 161km를 찍은 바 있다. LA 다저스 소속이었던 1996년 5월 28일 콜로라도의 홈구장인 쿠어스 필드에서 기록했다.


배구 스파이크는 시속 110km 정도다. 단순 스피드만 비교하면 야구공이 훨씬 빠르다. 그러나 시각적으로는 배구공이 더 빨라 보인다. 이는 공이 날아가는 거리에 따른 착시현상일 수 있다. 야구에서 투수 마운드와 타석까지의 거리는 18.44m다. 시속 150km의 공이 도달하는 시각은 약 0.44초. 배구 스파이크는 야구보다 짧은 7m를 0.25초만에 날아간다. 참고로 민첩한 운동 선수의 순간 반응 능력은 0.3~0.4초 정도다.

겨울 스포츠인 봅슬레이는 최고 속도가 시속 135㎞에 이른다. 하지만 선수들이 원통형의 썰매를 타고 얼음 주로(1435m)를 내려오면서 커브를 돌 때 느끼는 압력은 중력 가속도의 4배나 된다. 기계를 이용한 스포츠인 F1에서는 시속 350km를 넘나든다. 최고 기록은 415km로 알려져 있다.

최근 한반도를 강타한 태풍 무이파의 최대 풍속은 초속 42m였다. 이는 100m를 2.3초에 돌파하는 무서운 속도다. 시속으로 환산하면 151km쯤 된다. 지구에서 가장 빠른 사나이 우샤인 볼트의 기록을 시속으로 따지면 40km가 채 안 된다. 태풍이 볼트보다 4.6배나 빠르다. 하지만 볼트는 오직 자신의 육체만을 이용해 인간 한계에 도전한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할 수 있다.
임정식 기자 dada@sportschosun.com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