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원하늘숲길트레킹

스포츠조선

하루 한번 혈압측정? 혈압이 가장 위험한 마의 3시간 놓치기 쉬워

나성률 기자

기사입력 2011-06-21 16:56 | 최종수정 2011-06-21 16:56


고혈압 환자에게 있어서 하루 중 혈압이 가장 위험한 시간대는 오전 5~8시다. 심근경색이나 중풍 같은 돌발성 심장-뇌혈관 질환이 많이 발생해 마(魔)의 3시간으로 불린다.

병원에서 혈압을 잴 때는 이 시간대가 아니라 상대적으로 혈압이 안정된 때가 많아 고혈압으로 인한 위험도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다. 따라서 건강검진이나 외래 진료에서 혈압이 다소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면 24시간 혈압측정으로 혈압의 변동을 정확하게 체크할 필요가 있다.

혈압은 하루 중 최고혈압이 언제 얼마나 되는지가 중요

직장건강검진에서 혈압이 160㎜Hg로 다소 높게 나온 조윤숙씨(여·45). 조씨는 혈압이 좀 높다고는 했지만 별로 증상도 없고 조심하면 괜찮지 않을까 망설이다가 심장내과를 찾았다. 병원에서는 한 번의 혈압측정으로는 정확한 혈압을 알기 어렵다면서 24시간 혈압측정을 권했다. 혈압측정 결과를 보고 정씨는 깜짝 놀랐다. 아침과 오후 회의시간대에 혈압이 200㎜Hg을 넘어 220㎜Hg 가까이 치솟았다. 정씨는 고혈압 약을 처방받고 약도 혈압 변동 그래프에 맞춰 일어나자마자 복용하기로 했다.

조씨의 사례에서 확인되는 것처럼 혈압은 24시간 동안 일정하게 유지되는 것이 아니라 어떤 활동을 하고 있는지,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는지 등에 따라 수시로 변한다. 직장생활을 하는 조씨는 아침 출근 직후와 오후 퇴근 전 회의시간에 혈압이 급격하게 상승했다. 전날 외래에서 혈압을 측정했을 때는 162㎜Hg로 나왔지만 24시간 혈압측정 결과 최고 혈압이 220㎜Hg까지 오른 것이다.

하루 동안 혈압의 일반적인 변화 곡선을 보면 잠자는 동안 혈압이 떨어져 있다가 아침에 활동을 시작하면서 혈압이 올라간다. 이후 활동 시간에는 활동의 내용과 강도, 심리적 변화 등에 따라 혈압이 오르락내리락 한다. 혈압은 가장 상승했을 때 어느 정도까지 오르는지가 중요하다. 단 한 순간 혈압이 급격히 오르는 것만으로도 심근경색이나 뇌졸중 같은 급성기 심-뇌혈관성 질환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아침에 일어난 후 혈압 치솟는 경우 많아

혈압의 변화는 자동차에 비유해 보면 쉽게 이해된다. 자동차가 시동만 걸려 있고 운행하지 않는 상태(수면시간)에는 rpm(혈압)이 떨어져 있다. 그러다가 출발할 무렵(아침 무렵)에는 rpm이 올라간다. 운행 중(활동시간)에는 오르막을 오르거나 급가속, 급제동을 할 때(격렬한 활동, 스트레스 등)도 rpm이 오르지만, 편안하게 운행할 때(안정된 활동)는 rpm도 안정된다.


이같은 혈압의 변화는 통계로도 뒷받침된다. 최근 근로복지공단이 발표한 직업 연령별 과로사 현황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과로사가 가장 많이 발생하는 시간대는 오전 7~10시로 전체의 25%에 달했다. 이는 본격적인 활동을 하는 아침시간대에 교감신경이 흥분하면서 혈압이 높아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또 수면시간에 혈압이 정상적으로 떨어지지 않는 경우도 급성기 심-뇌혈관성 질환의 위험인자다.

의사 앞에서만 혈압 높아지는 백의성 고혈압 여부도 진단 가능해

24시간 혈압측정이 중요한 또 한 가지 이유는 병원에서 혈압을 잴 때만 일시적으로 혈압이 올라가는 증상도 있기 때문이다. 하얀 가운을 입은 의사나 간호사 앞에서 혈압을 재면 긴장한 탓에 고혈압으로 나오지만 24시간 혈압을 측정해보면 정상 범위 내에 있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런 경우를 백의성(白衣性) 고혈압이라고 부른다. 간혹 고혈압으로 오인돼 고혈압 약을 먹게 되는 경우도 있어 주의를 요한다.

혈압 변동 주기에 따라 약물 복용시간도 달라져

24시간 혈압측정은 고혈압 약의 정확한 복용시간을 정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고혈압 약을 포함해 모든 약물은 복용 후 일정 시간이 지나면 약효가 떨어진다. 이를 반감기라고 한다. 따라서 혈압이 높아지는 위험한 시간대 이전에 약을 복용해야 적절한 효과를 볼 수 있다. 하루 중 혈압의 변동 곡선을 정확하게 파악하면 복용시간도 그에 맞춰 조절 가능하다. 최근에는 여러 가지 이유로 밤낮이 바뀌어 생활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런 환자의 경우에도 24시간 혈압측정은 매우 중요하다.

24시간 혈압측정의 정확한 명칭은 '24시간 활동기 혈압측정'(24H Ambulatory Blood Pressure monitoring)이다. 측정 장비도 생갭다 간단해 일상생활에 하는데 불편이 없다. 폭이 5~8㎝ 정도 되는 커프스를 팔에 두르고 작은 지갑만한 측정기에 연결시킨다. 기기를 작동시키면 30분내지 1~2시간마다 자동적으로 혈압을 측정 기록한다. 혈압측정기를 착용한 뒤 가벼운 겉옷을 입으면 겉으로 크게 드러나지도 않는다. 비용도 저렴하다. 건강보험이 적용되기 때문에 환자 부담금은 1만~2만원 안팎이다.
나성률 기자 nasy@sportschosun.com

<도움말 : 성애병원 심장내과 박상민 과장>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