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 환자들은 보통 몸이 덥다고 호소하지만 실제로 10명 중 7명은 '냉증'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뇌신경전문 내편한한의원(원장 이승환)이 우울증세가 있는 환자 167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72%(120명)에서 수족냉증, 아랫배가 찬 증상 등 냉증이 있는 것으로 나타난 것.
이 말대로라면 곧 있을 무더위를 잘못 보내면 우울 증세가 더 심해질 수 있다는 얘기다. 일조량이 줄어드는 가을-겨울철에 우울증이 시작되고 상대적으로 늘어나는 봄-여름에 우울증이 저절로 회복되는 기존의 내용과는 상반되는 주장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 원장은 "스트레스성 우울증은 계절을 가리지 않는다. 과도한 업무와 스트레스를 받으면 간열이 높아지고 폐 기운을 약하게 만드는데, 한의학에서는 오장육부 가운에 특히 폐장이 약화되면 충분한 에너지를 만들지 못해 우울증 발생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우울증 환자들이 무더위를 잘 극복하기 위해서는 한방 의료기관을 통해 냉증 정도를 파악하는 것이 우선이다. 만약 '냉증'이 심하다면 찬 음식 섭취를 자제하고 에어컨을 틀더라도 등은 온열찜질을 하는 것이 좋다.
한편 우울증이 심해지면 복부촉진을 통해 자가진단이 가능하다. 배꼽 양 옆의 복직근을 누를 경우 활시위를 당긴 듯 팽팽한 느낌이 전해지고 배꼽과 명치의 중간부분은 샘물이 솟는 것 같은 두근거림 등 특정부위가 단단하게 굳어있거나 눌렀을 때 통증이나 불편함이 느껴지는 경향이 크다.
한의사의 '복부진단'은 좀 더 구체적이다. '복부진단'이란 한방진단에 하나로, 복부의 긴장도, 비율, 색깔, 복피의 두께 등 복부에서 나타나는 징후들을 종합적으로 파악하고 오장육부의 부족하거나 넘치는 정도를 판단해 치료의 목표로 삼는다.
나성률 기자 nas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