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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馬)이 영화와 연극의 새로운 소재로 떠오르고 있다."
'씨비스킷','각설탕' 등 말(馬)을 소재로 하는 영화는 국내외 이미 많이 등장했고 흥행에 성공했다.
말과 인간의 감동적인 우정을 그려낸 영국 뮤지컬 '워 호스'(War Horse)가 영국을 넘어 미국 브로드웨이를 점령하고 연극, 뮤지컬 부문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2011 토니상 시상식의 연극 부문 최우수 작품상을 비롯한 5개 부문에 유력한 수상 후보로 지목되고 있다.
말과 사람의 우정을 다룬 워 호스(연출 톰 모리스, 메리앤 엘리엇)는 1914년 제1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소년 앨버트와 그의 애마인 조이에 관한 이야기다.
소년 앨버트의 아버지는 술김에 있는 돈을 다 털어 좋은 망아지 한필을 사온다.
그런데 하필 농사일을 하는 말이 아닌 경주마의 종자였던 이 말을, 앨버트는'조이'라고 이름 지어주고 정성껏 기른다.
앨버트의 정성어린 손길 아래 조이는 늠름한 경주마로 자라고 둘은 함께 들판을 뛰논다.
전쟁이란 단어라곤 연상되지 않던 시골 마을, 하지만 갑자기 찾아온 전쟁과 함께 모든 것이 변한다.
애마 조이가 군마로 기병대에 팔려가면서 서부 전선인 전쟁에 참가하게 되고 둘은 슬픈 이별을 맞이한다.
조이는 전쟁의 공포 속에서도 용기를 잃지 않고 살아가지만 마음속으로는 고향 농장에 있는 앨버트를 그리워하면서 다시 만날 수 있다는 희망을 버리지 않는다.
앨버트는 애마 조이를 찾아 다시 집으로 데려오기 위해 어린 나이에도 군대에 지원한다.
그 사이 조이는 전쟁의 참혹함과 포화 속에서 프랑스군과 독일군 양쪽 진영에서 사선을 넘나들며 온갖 고생을 겪는다.
조이를 잊지 못해 전쟁에 참전한 앨버트는 조이를 찾아 나서고 마지막에는 앨버트가 조이가 있는 프랑스의 전쟁지역으로 들어가 둘은 재회를 맞이한다.
말과 사람 사이의 우정과 전쟁의 참상이 무대에 펼쳐지는 이 연극은 말의 시점으로 전쟁을 저지른 인간의 어리석음, 그리고 전장에서의 소년과 말의 우정이라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원작자 마이클 모퍼고는 "아군과 적군을 나누지 않고 말의 시각에서 전쟁이 낳는 고통을 다루려 했다"고 창작 의도를 설명했다.
어찌 보면 흔한 스토리라고 생각이 든다.
하지만 무대 위에 배우들의 섬세한 움직임으로 표현되는 말을 보고 있으면 왜 이 연극이 매진 세례를 이루었는지 알 수 있게 된다.
배우들의 퍼포먼스는 심심한 스토리에 감동과 독특함을 더 하고 말이라는 동물은 관객의 감성을 자극하는 아름답고 친근한 존재로 표현된다.
연극에 등장하는 말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부드러운 촉감의 말 인형이 아닌 뼈대가 그대로 드러내고 최소한의 가죽으로 피부를 표현한 극사실주의적인 형상을 가지고 있다.
세 명의 배우는 각자 머리, 가슴과 앞발, 뒷발을 표현하며 한 마리의 말을 완벽히 표현한다. 귀를 바들거리고 떨며 재채기를 하고 뒷걸음 칠 때의 엉거주춤한 동작의 말의 소심한 성격까지 섬세하게 표현한다.
진짜 말을 보고 있는 듯 한 착각에 빠지게 하는 배우들의 정확한, 아날로그적 노력 덕분에 말이 느끼는 순간순간의 기쁨과 고통이 고스란히 관객들에게 전달된다.
인형극이지만 전혀 유치하지 않고 오히려 숭고함마저 느낄 수 있다.
한편 '쉰들러 리스트'(1993), '라이언 일병 구하기'(1998), 미국 HBO의 10부작 미니시리즈 '밴드 오브 브라더스'(2001)까지 전쟁영화를 제작한 바 있는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은 '워 호스'에 감동받아 영화로 제작중이다.
이처럼 말이라는 동물은 사람들의 오감을 자극할 만한 연극, 영화계에서 반가운 소재다.
국내에서도 말을 소재로 하는 영화는 꾸준히 등장했고 지금도 기수와 사람 사이 우정을 다룬 가슴 따뜻한 가족 영화가 올해 9월 개봉을 앞두고 있다.
영화 '챔프'는 절름발이 경주마 '루나'와 아내를 잃고 눈까지 다친 기수의 기적과 같은 도전을 다루는 영화이다.
2009년 은퇴한 부산경남경마공원의 절름발이 명마 '루나'의 실화를 다룬 영화로 실화이기 때문에 더 진한 감동이 예상된다.
배우 차태현이 이번 영화를 통해 한층 깊어진 연기력을 선보인다고 하니 영화 '각설탕'의 성공에 뒤이은 말 영화의 흥행 대박을 기대한다.
강병원 기자 hospital@sportschosun.com